[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고성진 기자]

제주도, 부동산 교란 단속 결과
농업법인 12곳 등 205명 검거
4년간 시세차익만 무려 140억 

비농민이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농지 매매차익을 챙기는 농지법 위반 사례가 최근 제주 경찰당국에 적발됐다. 유사 사례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으면서 농업법인을 악용한 비농민 농지 소유와 농지 투기 근절 대책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올해 8월 7일부터 11월 14일까지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단속한 결과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농업법인 12곳과 법인 관계자 17명 등 총 205명을 검거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수사로 밝혀낸 불법 거래된 농지는 총 8만232㎡(2만4270평)로, 2015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총 14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농업법인 관계자 17명 외에 농업법인을 통해 토지를 매수해 적발된 188명에 대해서도 농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이 중 다른 지역 공무원 10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상에 농사를 짓겠다고 해놓고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계속된 규제 완화로 악용 빈번
부실 법인 정비·관리감독하고
완화된 설립요건은 다시 강화
시세차익 환수토록 보완 시급


농업법인을 악용한 농지 투기 사례는 전국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포항시 등에서도 농지 투기 관련 불법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농업법인과 연계한 비농민의 농지 투기가 계속 되는 원인으로는 정부가 농어업의 공동경영을 통한 농업경쟁력 강화 이유로 관련 법 규정과 설립 요건을 완화한 측면이 지목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8일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비농업인의 출자 허용 범위를 90%까지 확대했고, 농업법인의 농지소유 자격요건 완화, 상속농지 보유제한 폐지 등이 진행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농민이 아닌 경영인의 농업경영 주도가 가능하게 하고 비농업인의 출자지분 한도를 50%에서 75%로 확대하는 것이 추진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어 “2009년 농어업경영체법 등이 제정됐지만,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농업법인을 통한 비농민 농지소유 등의 악용 사례는 더 많아졌다”면서 “농업법인이 허술한 법률과 제도를 악용해 비농민임에도 농지를 소유하고, 나아가 농지 투기에 뛰어들어 매매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영진 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병) 의원도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농업법인 실태조사’ 자료를 통해 전국에 등기된 6만6877개 농업법인 중에서 농지법 등 법령 위반 건수가 총 2만4265건이었으며 중복을 제외하면 1만8193개소(27.2%)가 적발됐다고 지적, “농업법인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부실한 법인을 재정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농업법인의 활성화란 이유로 비농민의 농지 소유와 농지 투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경실련은 “정부는 목적 외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실제 운영이 거의 없는 농업법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기초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해산 등을 실시해야 한다. 완화돼 있는 설립요건도 강화해야 한다. 비농업인의 출자비율이나 조합원 요건에 비농업인을 최소화해 농업경영체 육성 취지에 맞게 법률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정부는 즉각 농업법인을 악용한 비농민 농지소유와 농지 투기 근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농지를 부정한 방법으로 되팔아 얻은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이번 특별 단속결과를 발표한 제주 경찰당국은 향후 유사사례를 막기 위해 ‘시세차익금 환수규정 신설’, ‘농지취득 시 사전에 불법행위에 대한 경고의 가시성을 높이는 법령개선 건의안’을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고성진·제주=강재남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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