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 지원제도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이하 농경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은 지난 13일 양재동 aT센터에서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 지원제도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지원대상자 중복·누락 없도록
주문·전달체계 다양화 하고
수요자 식품선택권 강화 필요

먹거리 취약계층에 대한 농식품 지원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부처간 협력과 사업간 연계가 필요하며, 현금 보다는 바우처 중심의 현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지원대상자 중복이나 누락이 없도록 주문-전달체계를 다양화하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이하 농경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지난 13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공동개최한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 지원제도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농경연 김상효 박사는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부처별 역할분담, 사업간 연계 필요=김상효 박사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식품 지원제도가 2개의 기본법과 20여개의 개별법에 근거해 부처별로 운영되면서 효율적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식품 지원사업은 총 5개. △농식품바우처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등 3개 시범사업을 비롯 △정부 양곡할인 △학교우유급식 사업 등이다. 보건복지부에는 △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지원 △아동급식지원 △노인급식지원 △영양플러스 △건강과일바구니 △실버건강식생활 △푸드뱅크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등 9개 사업이 있다.

김상효 박사는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사업과 건강과일바구니사업,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사업과 영양플러스사업 등이 유사·중복사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농식품부와 복지부가 협력해 역할을 분담하거나 통합 운영을 추진한다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지원품목의 선정과 조달은 농식품부가 친환경농식품으로 일괄 진행하되, 복지부는 영양교육 및 식생활교육을 맡거나 보충(보조)식품 지원을 담당,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현금보다는 현물 지원 확대를=농식품 지원사업 전체 예산에서 현금보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지자체 제출 통계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농식품 지원사업 예산은 총 1조9434억 원 규모인데, 이중 현금 보조는 1조5642억원으로 비중이 80.5%에 달한다. 현물은 15.9%, 가격보조가 3.7% 수준이다. 반면 농식품 지원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관련 예산은 113조5249억원에 달하며, 농무부의 식품영양서비스국이 관련 사업을 전담하면서 80% 이상을 현물로 지원하고 있다.

김상효 박사는 “현재 취약계층의 실제 식품비는 모든 정부 지원을 다 합해도 최저식품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서 “실제 지원받은 현금을 식품비가 아닌 타 용도로 전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영양과 건강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농식품바우처 중심의 현물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달체계 차별화·식품선택권 보장해야=소비자 선호와 소비환경을 충분히 고려, 차별화된 전달체계를 마련하고 수요자들의 식품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실제 40대 이하의 경우 온라인 주문을 선호하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은 전화주문을 선호한다. 조리가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는 다른 사회서비스와의 연계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상효 박사는 “대상자 선정단계에서부터 건강상태나 주거환경, 식생활 관리 능력을 면밀히 검토해 중복이나 누락이 없도록 전달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의 실질적 건강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식생활교육, 영양교육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은=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와 지자체 담당자가 참석, 농식품 지원정책과 관련한 의미있는 제안을 쏟아냈다.

금병희 대한영양사협회 이사는 농식품바우처와 학교우유급식사업의 연계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 이사는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급식우유를 가정으로 배달했는데, 도중에 분실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농식품바우처와 학교우유급식사업을 연계, 학기 중 우유급식은 학교가 책임지고, 방학 중 우유급식은 지자체가 바우처와 연계해 지원하면 학생들의 선택권도 넓히고 우유소비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상영 충북도 유기농산과 주무관은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와 영양플러스사업의 통합 운영 제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의 영양플러스사업은 각 지자체 보건소가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고, 지원물품 대부분이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임산부 꾸러미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사업의 취지가 다르다는 것. 그는 “임신부는 친환경농산물 구매의지가 가장 큰 계층으로, 그 수요가 영유아기까지 이어진다”면서 “미래세대의 건강을 지키고,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고 환경도 보존하고자 하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사업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통합 운영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건강증진개발원 팀장은 부처간 협력 못지않게 지자체와의 의견 조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사업의 홍보나 신청, 교육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지자체 공무원이기 때문에, 관련 업무가 양적으로 늘어났을 때 민원이 불가피하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간 연계가 바람직하지만 그 사업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잘 돌아가려면 지자체의 상황에 맞는 인프라 구축 등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먹거리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지만, 지금 시행중인 정부의 지원제도는 대부분 대상자가 적극적으로 신청을 해야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서 “실제 방문을 해보면 서비스를 신청할 의지가 없거나 신청방법을 모르거나 신청에 접근하기 어려운 가구들이 아주 많다. 이러한 위기가구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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