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김관태 기자]

양배추 수입 급증 ‘산지 촉각’
특단대책 수립 등 촉구했지만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은 외면
서울농식품공사 당부도 귓등


수입 양배추 취급을 자제해달라는 산지 출하자 목소리에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수입 양배추 취급 물량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시장도매인 측에 ‘수입 양배추 취급 자제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취급량은 되레 늘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공사는 공문에서 시장도매인의 수입 양배추 거래로 ‘시장도매인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실추되고 있다’며 시장도매인제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또 공사가 제공하는 ‘시장도매인거래정보’ 서비스에서 별도 표시되던 수입 양배추 반입량 정보는 이달 중순부터 갑자기 국내산과 통합돼 사라진 상태다. 

국내 농산물 산지유통인 조직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지난달 20일 양배추 수입이 급증하자 성명서를 내고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과 서울시공사 등에 도매시장 수입농산물 확산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또 도매시장법인이 농안법(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38조 수탁 거부 금지 조항에 따라 수입 양배추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농안법 수탁 거부 금지 조항에 수입산 신선농산물에 대한 예외 조항 신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공사는 지난 10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측에 공문을 보내 ‘시장도매인이 공영도매시장 중에서 수입산 양배추를 가장 많이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시장도매인의 수입 양배추 거래에 대해 최근 일부 언론 보도가 되면서 시장도매인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실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도매인들께서 어려운 농촌 환경과 농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하며, 국산 농산물 유통발전을 위해 국산 양배추 취급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공사의 이 같은 당부에도 시장도매인의 수입 양배추 취급물량은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강서시장의 수입 양배추 11월 반입물량은 17일 현재 217톤. 공문 접수 이전에는 1일 평균 10여톤이던 반입량이 공문 접수 이후에는 오히려 늘어 11일에는 40톤이 반입됐고, 이후 20톤 내외로 취급되고 있는 상태다. 반면 가락시장에선 11월 들어 수입 양배추가 거래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생산자연합회장은 “수입 당근이 국내 시장에 조금씩 들어오다, 이제는 수입 물량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고 국내산 당근 설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며 “양배추도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이는 국내 양배추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매시장 유통인들에게 수입 양배추 취급을 자제해달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도매인업계가 그런 목소리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가락시장 한 법인 관계자는 “(농안법 상) 중도매인들에게 수입산 양배추를 사지 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려운 양배추 농가 목소리를 전했고 국내산 양배추 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란 점도 알려 최대한 국내산 양배추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공사가 수입 양배추 취급 자제 공문을 보낸 취지가 ‘국산 양배추 취급 확대’보다는 ‘시장도매인 이미지 실추 우려’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비춰지면서 이를 힐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산지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에 수입 양배추 취급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는데, 이번에 보낸 공문은 우리가 제기한 문제보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방해가 될까봐 수입 양배추 취급을 자제해 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공문도 시장도매인은 물론 도매법인 등 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시장에 보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경욱·김관태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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