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4년째 적자…이상기후까지 덮쳐 ‘수렁’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무기질비료생산업체들의 경영악화가 심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째 적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농협 납품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원인이 크다. 농협을 통한 무기질비료 유통량이 90%가 넘는 현실에서 가격은 경영수지와 연관성이 높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란 변수에, 냉해와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까지 발생하면서 무기질비료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못하다. 올해도 무기질비료산업은 그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해도
납품가격에 반영 쉽지 않아

▲국제 원자재 가격 미반영=무기질비료 제조원가의 70%는 국제 원자재가 차지한다. 무기질비료의 재료인 요소와 인광석, 염화칼륨, DAP(인산이암모늄) 등 대부분을 중국을 비롯해 중동지역, 동남아지역 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기질비료생산업체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문제는 무기질비료가격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곡선과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량 수입하는 ‘요소’를 일례로, 2016년 톤당 239달러, 2017년 268달러, 2018년 304달러 등으로 가격이 증가했는데, 농협 납품가격은 2016년 39만7500원,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39만원으로 동결됐다. 무기질비료 전체 농협 납품가격도 전년 대비 2016년에는 23.3%가 하락한 이래 2017년 1.8%, 2018년 1.3% 각각 떨어졌다. 2019년과 2020년에는 2.4%와 6.5%가 각각 올랐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한국비료협회의 분석이다.

비료협회는 “2016년 이후 농협 납품가격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회원사 비료 영업이익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원사 비료 영업이익은 2016년 ­-576억원, 2017년 -­279억원, 2018년 -­694억원, 2019년 -­518억원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2018년 무기질비료생산업체 영업이익률이 ­13.67% 적자로,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 7.28%와 비교해 격차가 크다는 점도, 무기질비료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협 무기질비료 98.9% 점유 
최저가입찰제 적용에 발묶여

▲농협 의존도가 높은 유통시스템=농협은 비료관리법에 따라 1961년부터 정부 대행기관으로 무기질비료 보조사업을 수행했다. 비료 유통의 별도 거래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채 기존의 유통구조가 굳어졌고, 농협의 무기질비료 점유율이 98.9%(2019년)일 정도로 농협 의존도가 높아졌다.

무기질비료는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을 통해 계통출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대부분의 무기질비료가 농협을 거쳐야만 한다. 여기서, ‘최저가입찰제’가 지적대상이다. 농협은 전체 물량의 70.5%(2018년)를 경쟁입찰로 구매하고, 이 과정에서 최저가입찰제가 적용된다. 사실상 국제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거나 인건비 등 고정비 진출을 감안하지 못한 채 입찰에 나서야 하며, 그만큼 적자운영 악순환을 끊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무기질비료생산업체들은 “농협이 무기질비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질비료생산업체들은 농협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최소한의 공장 가동을 위해 저가 입찰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구조”라고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도 지난해 본보 기고에서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원료를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 농협중앙회가 수요자 독점력을 활용해 최저가 입찰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 원료가격의 상승과 무관하게 농협 비료가격을 인하하는 점 등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5년 정부 보조사업 중단
친환경농업 부각되면서
출하량 축소…감소폭 커져

▲올해도 쉽지 않은 여정=올해 역시 힘든 한해였다. 올해 8월말까지 냉해에, 긴 장마가 연이어 발생한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농촌 인력 부족으로 영농을 포기하는 농가가 생기면서 무기질비료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감소했다. 무기질비료 출하량은 2005년 무기질비료 보조사업 중단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최근 친환경농업 정책이 부각되면서 그 폭이 커지고 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봄철 중국 자국 내 우선 공급정책을 실시한 가운데 폭우로 인해 비료생산시설이 붕괴됨에 따라 비료 비축프로그램을 가동, 비료 수출을 통제한 점, 인도정부의 비료 보조금 정책 시행과 더불어 농산물 가격급증, 경지면적 증가 등으로 요소비료 사용량이 증가한 점 등은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 안정세로 들어간 것은 다행이나, 국내외 무기질비료를 둘러싼 환경이 호의적이지 못하면서 지난 4년간의 어려움이 계속해서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료협회는 “무기질비료산업은 장치산업으로 투자비가 막대하고 신규투자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정이익이 보장되지 못하면 신제품 개발은 물론 기존 제품의 상품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무기질비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분이 납품가격에 적절히 연동되고 반영돼 농업인과 무기질비료생산업체간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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