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온기로 가득찬 냉장고…환경 지키고, 지역사회 변화 이끌어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경기도 광교법조타운 인근에서 카페 ‘JUST, COMMA’를 운영하며 공유냉장고를 관리하고 있는 이정미 대표(왼쪽)와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가영 담당관(가운데)이 공유냉장고를 찾은 지역주민과 함께 웃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공유냉장고 운영을 통해 사람의 온기가 오가는 카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로컬푸드를 매개로 한 사회적경제모델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먹거리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일부터 농민과 함께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까지 로컬푸드가 가진 사회적 가치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 본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지원사업’ 우수사례 현장 5곳을 찾아 로컬푸드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본다. 

2018년 1월 첫 탄생 이후
현재 21개소까지 확대 운영
aT 로컬푸드 공급 지원 질 제고
마을공동체 복원 역할도 톡톡
 

“공유냉장고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제 마음이 온기로 가득 차는 것 같아요.” 경기도 수원시 광교법조타운에서 카페를 경영하며 ‘공유냉장고’를 관리하는 이정미 운영자의 말이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운영을 시작한 ‘공유냉장고’는 이웃과의 음식 나눔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한 프로젝트다. 공유냉장고는 독일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전 세계 240여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며, 경기도 수원에선 2018년 1월 처음 공유냉장고가 탄생해 현재 21개소가 운영 중이다. 

공유냉장고가 21개소까지 확장한 데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함께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지원사업’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aT의 지원사업으로 공유냉장고에 로컬푸드를 공급하면서 먹거리 공유 프로젝트의 질을 높일 수 있었고, 이런 활동이 선순환하면서 각 지역 마을공동체에 공유냉장고가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가영 담당관은 “공유냉장고가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공유냉장고가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운영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밀집지역서도 운영하고
급식 봉사 대신 음식 채우며
먹거리 사각지대 ‘틈’ 매워
“코로나19 이후 역할 더 커져”

올 8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광교신도시 공유냉장고에서도 이런 면을 잘 엿볼 수 있다. 공유냉장고는 대부분 다세대 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에 많이 설치돼 있지만, 아파트가 대부분인 신도시까지 공유냉장고가 설치돼 운영되는 것. 

이정미 운영자는 “우연히 시청 홈페이지에서 공유냉장고에 대한 안내를 보고 사업을 신청하게 됐다”며 “이곳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지만,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도 많고 카페를 찾는 주민들과 정을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해 사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공유냉장고가 생기고 난 뒤부터 주기적으로 공유냉장고를 찾는 어르신이 생겼고, 음식을 공유냉장고에 채우는 주변 상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정미 운영자는 “한 어르신은 공유냉장고에서 가지고 간 음식을 너무 잘 먹었다며 통장과 카드를 가지고와 이번엔 꼭 본인 손으로 음식을 채워 넣겠다고 해 카페에서 파는 옥수수를 사 넣은 적이 있었다”며 “음식을 넣은 사람도, 음식을 먹은 사람도 서로 만나진 않았지만 정과 정이 오가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가영 담당관은 “처음 광교신도시에서 공유냉장고를 신청했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도 공유냉장고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보통 광교신도시하면 아파트 가격도 높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곳에도 먹거리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이 틈을 공유냉장고가 매워주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전면에 나서 공유냉장고를 운영하는 조직도 생겨났다.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의 경우 그간 공유냉장고 운영을 지원해 오다가, 올해부터는 사업 전면에 나서 수원시 내 5개소에 공유냉장고를 직접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어르신 급식 봉사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매주 수요일 자원봉사 단체들이 돌아가며 공유냉장고에 넣을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이규일 팀장은 “IBK기업은행 지원으로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며 약 300~400명의 어르신이 식사를 해왔는데 코로나19로 급식 봉사가 중단됐다”며 “공유냉장고를 활용하면 어르신 급식 지원을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 자원봉사자들과 매주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원에는 약 890여개의 자원봉사 단체가 있지만 급식 봉사활동을 하는 곳은 비율로 따지면 많지 않다”며 “진짜 어려운 분들은 밥에 고추장, 간장 하나만 놓고 식사를 하는데 이런 분들을 위해 공유냉장고와 같은 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가영 담당관은 “수원자원봉사센터처럼 중간지원조직이 운영주체로 나서며 좀 더 단단한 지원체계를 갖춰나가고 있고,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도 공유냉장고가 활발하게 운영되며 공유냉장고의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먹거리 위기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공유냉장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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