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최근 감귤 시장이 극조생에서 조생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주 산지에선 조생 감귤에 대한 기대가 큰 가운데 사진은 최근 제주감귤농협 제8산지유통센터(APC)에서 감귤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재남 기자

극조생종→조생종으로 전환
지난해보다 품질 양호 전망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겨울 대표 과일인 감귤철이 돌아왔다. 10월부터 최근까지 나왔던 극조생 감귤은 품위 하락 속에 가격 성적도 따라주질 못했다. 반면 최근 극조생에서 조생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감귤 산지에선 조생 감귤이 극조생과 다른 성적을 보이길 바라고 있고 조심스레 그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에 따른 산지 작황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으로 올겨울 과일시장에서 수입과일이 맥을 못 출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내산 타 과일·과채 품목 생산량이 감소한 것도 감귤 시장엔 호재다. 올 시즌 감귤 시장을 점검했다. 
 

“조생 감귤은 극조생과는 다릅니다.”

11월 둘째 주 현재 감귤 시장이 극조생에서 조생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산지에선 조생 감귤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극조생의 경우 가을철 양호한 날씨 영향을 받지 못해 상품성이 좋지 못했지만 조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 

제주 서귀포에서 1만3200㎡(4000평) 규모의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안재홍 한국농업경영인 서귀포시연합회장은 “가을철 일조량이 좋았고, 일교차도 컸다. 당도는 작년보다 오르고 있고, 이제 산만 빠지면 된다”며 “앞으로 출하되는 조생은 극조생과 달리 품위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감귤 재배 농가인 현진성 한농연 제주도연합회장은 “봄장마 등 생육 초기 작황이 좋지 못했지만 가을 들어 날씨가 좋아져서 극조생과 달리 조생은 품위가 살아났다”며 “이에 제주 감귤 농가들은 대체로 조생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11월 감귤 관측에 따르면 11월 출하될 노지온주 품질은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업관측본부 표본농가 및 모니터 조사치 결과 당도와 당산비가 지난해보다 ‘좋다’는 응답이 41.1%로 가장 많았고, ‘비슷’이 32.1%, ‘나쁨’이 26.8%를 보였다. 

가격 흐름을 보면 극조생은 품위 저하로 평년과 지난해보다 못한 시세가 나왔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극조생 위주로 출하된 10월 한 달간 노지온주 평균 경락가는 1kg에 1431원으로 지난해 1455원과 평년 1488원보다 낮았다. 10월 중순 이후 출하량이 늘고 품질은 저하돼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는 게 농업관측본부 분석. 


상품성 낮은 극조생 끝물 출하
조생 출하 빨라져 ‘시세 잠잠’
12월 중순 넘어 물량 많지 않아
출하 서두르지 말고 조절을


11월 들어서도 시세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1~11일 현재 1297원의 시세를 보이며 1369원이었던 평년보다 시세가 못하다. 이에 대해 감귤업계에선 현재 극조생 끝물이 품위가 저하돼 있는 가운데 감귤 작황이 좋아져 조생 감귤이 출하를 당기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춘협 농협경제지주 제주지역본부 감귤지원단장은 “일교차가 커 조생 감귤 착색이 빨리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생 출하가 빨라져, 보통 11월 10일 이후 나오는데 올해엔 이달 초부터 조생이 나왔다”며 “여기에 아직 품위가 좋지 못한 극조생 끝물이 나오고 있어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12월 중순을 넘어서면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출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춘협 단장은 “조생 초반 물량이 많다. 오히려 12월 중순 이후에는 물량이 덜 나올 수 있다”며 “굳이 이른 출하를 하기보단 숙기에 맞춰 물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물량이 한 번에 몰리는 것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안재홍 회장도 “출하 계획을 12월에 맞췄다. 그때 되면 맛이 올라가고 산이 빠져 당산비도 맞을 것 같다”며 “다만 올해엔 대과 비중이 많아 이 물량을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타 과일·과채 품목 생산량이 많지 않고, 수입과일도 적을 것으로 보여 감귤은 나쁘지 않은 소비와 시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품위 간 시세 가격차가 유독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시장에선 12월 이후까지 적정 출하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사는 “사과, 배 등 주요 과일 생산량이 많지 않았고, 겨울철 과채로 자리 잡고 있는 딸기 물량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수입과일도 맥을 못추고 있다. 이에 감귤은 품위만 받쳐주면 양호한 유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변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인데 과일은 다른 부류와 달리 선방하고 있어 맛만 좋다면 소비 흐름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이사는 “다만 품위 간 가격 격차가 유독 클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안 좋은 지금도 잘 나오는 감귤은 1kg에 2만원 넘게 나오는 물량도 있다”며 “이런 편차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아, 충분히 나무에서 익힌 뒤에 수확, 출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사는 “최근 출하되는 감귤은 상인이 갖고 있는 물량이 많은데 각 시장 시세에 따라 물량이 몰렸다 줄었다 해 소비와 시세 지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요즘 이상기후 때문인지 저장이 잘 안 되는 편이다. 이에 저장 물량이 많지 않아 12월 중순 넘어가면서 물량이 딸릴 수 있다. 너무 성급하게 출하하기 보단 숙기에 맞춰 적정 출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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