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유전체 분석해 신품종 육성…아토피 개선 ‘기능성 콩’ 선봬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생명게놈활용연구사업의 과제로 고추유전체를 해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의 표지로 소개됐고, 최고의 기능성 콩 ‘SCEL-1’, 고단백 콩 ‘하이프로’, 곰팡이병 방제 미생물 ‘SP6C4’ 등이 개발됐다.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
병저항성·수확량·맛·색 등
원하는 형질 분석해 품종 개발

농촌진흥청이 피부주름, 지방간,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과가 우수한 기능성 콩인 SCEL-1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단장 문중경)의 과제로 국내외 콩 유전자원의 유전체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기능성 콩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작물의 병저항성, 수확량, 맛, 색 등 원하는 형질을 분석해 신품종을 육성하는 차세대 기술이 유전체(Genome)육종이다. 농생명 유전자원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기능성 품종을 비롯한 신기술의 개발과 산업화를 주도해온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의 주요성과를 간추린다.

벼·밀·콩·녹두 등 13개 작물
4481자원 추려 유전체 분석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은?=농촌진흥청과 산학연이 참여해 농업생명공학 기반기술 개발 및 실용화 촉진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운영되는 ‘차세대바이오그린 21사업’의 6개 사업단 중 하나다.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은 국립농업과학원 소속이고, 식물분자육종, 농생명공학 등 나머지 5개 사업은 대학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및 국가전략대응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의 사업목표는 유전체 해독, 고도화 및 실용적 유전체 기반 확보, 주요 작물 유전체육종 체계 구축 등이다. 문중경 단장은 “생물자원의 유전체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유전체육종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추진해왔다”면서 “유전체육종은 수확량이나 병해충저항성, 유용한 대사물질 등과 관련된 형질을 분석해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기술로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다방면으로 육종효율이 매우 높다”고 전한다.

유전체육종은 작물의 병저항성, 수확량, 맛, 색 등 원하는 형질을 분석해 품종을 개발하기 때문에 전통방식의 육종에 비해 원하는 특정 형질 선발의 정확도가 높다. 또한 품종개발 기간이 3~5년으로, 포장에 유전자원을 전개해놓고 육종목표에 맞게 선발해가는 전통육종의 1/5~1/3로 육종기간을 줄일 수 있으며, 비용도 저렴하다는 것이 문중경 단장의 설명이다.

유전체육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단은 그동안 우리나라 주요작물에 대한 표준유전체 해독 및 유전체정보에 기반한 분자표지를 개발했다. 핵심집단으로 구분한 벼, 밀, 콩, 녹두 등 13개 작물의 유전자원 4만8252자원을 분류해 유전적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4481자원을 추려 핵심자원으로 집단을 구축하고, 핵심자원의 유전체를 분석해 내병성, 수량성 등의 차이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렇게 수집된 유전체정보를 더 많은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유전체육종기술체계를 만들어왔다. 또한 구축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벼 5품종, 콩 7품종, 고추 2품종, 토마토 2품종, 호박 1품종 등 5개 작몰에 17개 품종을 개발한 바 있다.

항산화·간 보호 콩 ‘SCEL-1’
고단백 콩 ‘하이프로’ 등 개발
“전통육종으로는 거의 불가능”

▲유전체 활용 품종 및 방제기술 개발=유전체를 활용한 대표적 연구 성과는 피부주름, 지방간, 아토피 피부염 개선효과가 우수한 기능성 콩 ‘SCEL-1’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SCEL-1(Soybean Core collection Elite Line-1)’은 콩 핵심집단 내 우수자원이란 의미다. ‘SCEL-1’은 콩 자원 5384점의 유전체를 분석해 개발한 품종으로 식물특허를 출원했다. 기존의 검정콩이나 쥐눈이콩에 비해 항산화 관련 기능성 성분이 훨씬 많으며, 피부주름 및 염증개선과 관련된 동물실험에서도 다른 품종의 추출물에 비해 효과가 우수했다. 문중경 단장은 “유전체의 염기서열 분석과 기능성 물질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항산화, 항염증, 간 보호 등 생리활성물질이 우수한 품종을 개발했다”면서 “이런 콩을 찾아내는 것은 전통육종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SCEL-1’의 경우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이 사업을 총괄했으며, 콩 핵심집단 구축은 국립식량과학원, 유효성분을 탐색하고 효능을 규명하는 것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맡았다. 2015년 연구를 시작해 지난 7월 1일 ㈜한국인삼공사로 기술을 이전했는데, 건강기능성 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산업화가 기대된다.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개발된 국내 최초 품종은 고단백 콩 품종인 ‘하이프로’다. 단백질 함량이 53.9%로 일반콩 보다 10% 이상 높고, 필수아미노산 함량도 13%가 높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대원콩’과 비교해 두부수율이 15%가 높을 정도로 가공적성도 우수하다.

미생물도 중요한 유전자원이다. 미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해 딸기의 잿빛곰팡이병 및 꽃곰팡이병 방제 미생물 ‘SP6C4’를 개발한 것도 성과다. ‘SP6C4’는 딸기꽃과 수분용 꿀벌의 몸체에 붙어 있는 화분에서 분리한 미생물인데, 이를 활용해 병원균의 생장 및 발병을 억제시키는 수분곤충 꿀벌 이용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했다. 이런 성과와 관련, 문중경 단장은 “유전체육종의 기반이 어느 정도 구축됐고, 인력을 포함한 연구저변도 크게 확대됐다”면서 “미래농업기술인 빅 데이터와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디지털육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진다면 3개의 사례처럼 농생명 유전체를 활용한 제품화, 실용화, 산업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문중경 농생명게놈활용연구사업단장
“디지털 육종시대 대비 R&D 투자 필요”

그 동안 우리나라의 유전체 농업연구 역량을 향상하는데 주력했다. 미생물을 포함해 고등식물에 이르기까지 유전체 조립능력을 증진시켰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충했으며, 성과가 공유될 수 있도록 작물별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또, 전 세계가 유전체를 활용한 종자개발 등에 집중하는 연구추세 속에서 작물별 유전자원을 대표할 수 있는 핵심집단 및 거대유전분석집단을 구축하고, 유전체육종기술을 활용한 신품종 개발의 사례를 도출했다. 

하지만 품종개발을 비롯해 농생명 유전체 기술을 활용한 제품화 및 실용화, 산업화의 문턱에 막 들어선 시점에서 ‘차세대바이오그린 21사업’이 종료를 앞두고 있어 아쉽다. 농생명 유전자원은 보존 못지않게 산업화가 중요하다. 중국 알리바바(Alibaba)가 2019년 4월에 인공지능기술로 돼지를 사육했는데, 출하가격이 1마리에 1000만원이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랐다는 정보가 포함돼 거래됐다. 지금까지 품종개발이 종자자체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종자에 품종개발과정, 재배정보, 유전체정보, 마케팅 정보 등이 담겨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디지털 육종시대가 될 것이다. 농생명 유전체를 활용한 산업의 생태계가 좀 더 풍부해지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디지털 육종시대를 대비하는 R&D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