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주현주 기자]

콩 수확이 한창인 늦가을 들녘엔 50여일이 넘는 긴 장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마른 풀만 무성하다. 그러나 들판에서 자란 밭작물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 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참깨는 쭉정이만 들어차 아예 수확이 무의미한 지경이고, 콩 농사는 수확량이 30%는 줄어든 모양이다. 더욱 농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밭작물 생산량 감소로 식품업계가 수입산을 끌어다 쓸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3년여간 이어져온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도 끊길 예정이라 농가들은 더 혼란스럽다. 정책 체계가 흔들리면서 그동안 쌓아온 밭작물 생산기반이 함께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갈림길에선 국산 콩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급감한 밭작물 수확 현장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이후 콩 농사 규모 늘린 농가 많지만 
올해 계속된 비로 작황 최악내년 정부 지원까지 삭감 답답

“파종을 제때 못했고 작황도 안 좋아 수확량이 형편없어요. 거기에 정부 지원도 사라지고, 식품업체들은 수입산으로 돌아선다고 하니…. 안 좋은 일은 몰아서 온다던데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다.”

지난 6일 국내 주요 콩 산지인 경남 사천의 한 콩 재배단지에서 만난 문성부(66) 씨는 현재 3만3000㎡(1만평) 규모의 콩 농사를 짓고 있다. 벼를 주작목으로 짓고 콩은 9900㎡(3000평) 정도를 유지해오다 3년 전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이후 콩 농사 규모를 세 배 이상 늘리며 콩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올해 안 좋은 소식이 몰아서 발생하고 있다. 

문 씨는 “개인적으로 예년보다 40% 정도 수확량이 급감했다. 비가 너무 와 박테리아가 활성화되지 않고 결국 성장이 제대로 안 됐다”며 “특히 키가 작아 기계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손실률도 크다”고 전했다. 그는 “가격이 예년보다 높다 해도 워낙 수확량이 안 나와 농가 수취가는 더 낮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에 맞춰 3년 전부터 콩 재배에 주력했는데 내년부터 관련 지원이 삭감된다고 하니 답답한 일만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씨와 같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이창열(58) 씨는 3년 전부터 콩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지은 지 3년 된 초보 농사꾼이지만 올해 4950㎡(1500평)에 이어 내년엔 9900㎡(3000평)까지 콩 재배 규모를 늘리려 한다. 그런 이 씨도 올해 수확량 감소에 어려움이 크다. 

이 씨는 “우리 밭의 경우 50%가량 수확이 감소했다. (초보 농사꾼이다 보니)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지역을 둘러보니 전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올해는 재해보험도 신청을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밭작물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전국 산지를 돌아보니 콩을 비롯한 밭작물 대부분의 수확량이 많이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적어도 콩은 15~20% 가량 감소했고, 팥 30%, 녹두 80%, 깨는 9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올해엔 여름철 역대급 장마와 태풍 등 이상기후 여파로 전국적으로 밭작물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콩 산지에선 수확과 맞물려 출하도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경남 사천의 콩사랑영농조합법인에서 올 가을 수확한 콩 품질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늦어진 파종에 작목 변화도 

녹두 생산량, 예년 대비 80% 뚝파종 미루다 8월초 심은 탓
'식품업체 수입산 전환' 우려도벼농사 회귀시 쌀 타격 걱정

이 중 생산량이 80%가량 급감한 녹두의 경우 통상 여름 수확을 넘어 가을 수확에 도전한 농가들이 나오고 있다. 콩의 경우 7월 초, 팥은 7월 중순까지 파종을 마쳐야 하는데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에 파종을 미루다 8월 초 녹두를 심은 농가가 생긴 것이다. 

전남 해남에서 콩 40ha를 재배하는 김동훈 땅끝콩사랑법인 대표(49·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는 “늦어도 콩은 7월 중순, 팥은 7월 말까지 파종해야 하는데 워낙 당시 비가 많이 와 파종을 못 하다 8월 들어 녹두를 파종했다”며 “가을 녹두의 경우 서리가 내린 뒤 오히려 잎이 자연스레 떨어지면서 기계 수확이 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녹두 역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김 대표는 식품업체들이 원료를 수입산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엔 봄, 가을 이모작이 되고 늦게 파종을 할 수 있으면서 서리 내린 이후에도 수확할 수 있는 녹두 재배를 크게 늘리려고 한다”며 “이런 시점에 식품업체들이 녹두를 비롯해 밭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시세가 올라가니 수입산으로 돌아서려 한다. 녹두와 팥, 깨 등은 재해보험 대상 품목도 아니라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정부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도 올해로 끝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벼농사로 다시 돌아서려는 농가들이 많다. 지금 해남에선 그런 농가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 수확기인 이 시기를 이렇게 보내면 밭작물은 물론 주식인 쌀산업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은 풀무원식품에서 국산 녹두로 숙주나물을 만들어 제품화하는 모습으로, 풀무원식품은 최대한 국산 녹두를 활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밭작물 정책 도로아미타불? 

논콩 재배 늘며 소득 증대지원 끝나면 콩 산업 후퇴 우려
노동시간·생산여건 등 고려하면 ‘쌀’로 돌아갈 이유 많아

무엇보다 농가들은 콩과 같은 국내 밭작물 생산기반이 겨우 안정화되려는 찰나 관련 정책이 중단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실제 콩 재배면적은 2012년 8만842ha에서 2017년 4만5556톤까지 감소한 뒤, 2018년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시행 후부터 반등해 2019년 5만8537ha까지 늘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으로 논콩 재배가 늘어나면서 농가 소득도 나아졌지만 무엇보다 콩 생산기반이 보다 안정화 돼 가는 단계였다”며 “내년부터 사업이 끝난다고 하는데 이를 대신할만한 대책이 나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국산 콩의 안정적 생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콩은 우리나라에서 단일작물로는 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생산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으로, 2012년 이래 콩 재배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지만, 2018년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이 도입되면서 2년 연속 재배면적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쌀 이외 밭작물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에서, 콩은 상대적으로 생산을 늘릴 여지가 많은 품목이며 수입산 대비 국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비교적 높게 지속되고 있다’며 ‘과거의 산지 육성 정책에서 미진했던 점을 철저히 분석한 바탕 위에서, 산지 육성 방안을 다시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관련 전문가도 콩 산업이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올해 쌀직불제가 공익형직불제로 개편되면서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에 대한 정책 효용성이 다소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다시 쌀농사로 돌아설 조건은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농민들은 농사 수익성을 따지기도 하지만, 노동시간이나 농기계와 같은 생산여건을 따지기도 한다”며 “공익형직불제 도입으로 벼농사를 꼭 해야 할 표면적 이유는 사라졌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도로 쌀’이 될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공익직불제 개편 취지도 무색해지는 것인데다 국내 콩 산업만 놓고 봐도 한 발 후퇴하는 일일 것”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콩 농가들의 수익이 나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이제 나도 ‘콩 농사를 좀 지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전환기였다고 보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수입산 전환하나 

수입산 원료로 전환하거나 해당 제품군서 손 떼는 업체 나올 듯
영업 제반·포장 등 모두 바뀌어 국산원료로 넘어오기 힘들 전망

현장에서 콩과 녹두 등 밭작물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식품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소비가 줄고 가정 소비가 늘어나면서 국내산 농산물 및 가공식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큰 상황.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입산으로 원료를 전환하거나, 아예 해당 제품군에서 손을 떼는 업체들도 생겨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녹두의 경우 작년에 가격이 많이 올랐고 산출량도 안 나왔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서 몇몇 식품업체들은 아예 국산 사업을 접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016년에도 국산 콩나물 물량이 적었는데, 그때도 같은 방식으로 국산 콩나물 사업을 접거나 수입산으로 돌린 곳이 많았다”며 “녹두의 경우 올해는 구곡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마 올해 전국적으로 다 소진이 될 거고, 국산 가격도 오르고 있어 내년엔 수입산 원료로 넘어가는 업체들이 생기고, 손을 떼는 업체들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우려스러운 건 급격한 수급 하락으로 인해 한번 국산에서 수입산으로 원료를 선회하게 된다면, 이후 국산 원료 수급이 평년수준으로 나아지더라도 다시 국산 원료로 돌아오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료가) 국산에서 수입으로 넘어가면 대두분의 다시 국산으로 바로 넘어오기가 힘들다”며 “영업 판매 계획이나 제반, 제조에 들어가는 포장지 등 모든 게 바뀌기 때문이다. 또 수입산으로 가공해도 판매가 일정 부분 이뤄진다고 한다면 그(수입산)쪽으로 쭉 밀고 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농가는 내년에 또 농사를 지을 텐데 만약 식품업체가 수입에서 국산으로 전환한 상태라면 농민들만 판로를 잃게 돼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락가락 정책에 재배면적도 오락가락밭 식량작물대책 필요

경남 사천 곤명면 문성부 농민이 8월 초 파종한 녹두를 수확하고 있다. 그는 긴 장마로 콩 파종시기를 놓쳐 밭에 녹두를 심었다. 내년 이후엔 가을에도 녹두 수확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산 원료 고집하는 업체 ‘주목’ 

풀무원, 국산 녹두가격 두 배 올랐지만 최대한 국산 사용 방침
우리 콩 소비자 선호도 뚜렷아이쿱도 바꿀 생각 전혀 없어  

다수의 가공업체들이 원료 공급에 대한 어려움을 이유로 ‘수입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가운데, ‘국산’ 원료를 고집하겠다는 식품업체들도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녹두 원료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풀무원식품’과 국산 콩 원료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쿱생협’이다.  

이승재 풀무원식품 전략구매실 친환경팀장은 “연중 국산 녹두 250톤을 수매하는데, 보통 평년에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녹두 양이 1000톤 초반인 반면 올해는 전체 생산량이 200톤도 안될 거 같다”며 “올해 생산된 녹두를 전부 다 수매해도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풀무원은 국산 녹두 콩 대비 수입산 녹두 사용 비중은 ‘8:2’로 대부분 국산 녹두를 사용하고 있는데 평년에 kg당 1만1000원 정도였던 녹두 가격이 작년엔 1만3000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1만9000원~2만원까지 상승했다. 높은 가격은 차지하더라도 물량 자체 구하기도 어렵다”며 “이에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국산 녹두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모를까 최대한 국산을 가져가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내년엔 녹두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 이후 녹두 수급과 가격이 다시 안정된다면 인상된 제품 가격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명갑 아이쿱생협 쿱양곡 공방장은 “연간 콩 사용량은 1000톤이고, 한 해 수매량은 1000~1300톤인데, 올해 작황 악화로 콩 생산량이 20~30% 감소했다”며 “녹두나 밭, 참깨는 생육 시기에 비가 많이 와서 거의  생산량이 안 나와 구할 수가 없고, 두부용인 대풍콩과 두유용인 미소콩은 물론 쥐눈이콩, 서리콩, 콩나물콩 등 잡곡류 전부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명갑 공방장은 “소비자들이 몸에 좋은 국산 농산물, 이 중에서도 특히 국산 콩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 수입산으로 바꿀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국산을 선호하고 있고, 국내 콩 농가와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서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 특히 이들 업체는 콩 생산 농가에 ‘국산’ 사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신뢰를 얻고 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현재 식품업체가 국산을 원료로 사용하기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국산을 쓰겠다고 약속한 곳이 있어 큰 힘을 얻고 있다”며 “단가가 높아진 시기에도 국산 원료를 고집하겠다고 하는 곳엔 수입산을 사용하는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정부가 업체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 산업 지표는 

지난해 콩 자급률 26.7% 불과
수확량 줄어 내년 더 떨어질 듯
지원 중단 위기, 상승 동력 줄어
2022년 정부 목표 45.2% ‘아득’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콩 자급률은 26.7%로 시중에 유통되는 다수가 수입산 콩과 관련 가공품이다. 정부에선 2022년까지 콩 자급률 목표치를 45.2%로 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올해 수확량이 급감해 콩 자급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으로 콩 재배면적은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 10년간 재배면적 추이를 보면 콩 재배면적은 감소 추세이다. 

콩·팥·녹두 등 두류의 10년간 재배면적 추이를 보면 두류 재배면적은 2009년 8만2501ha에서 2013년 9만6144ha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2017년엔 5만8044ha까지 급감했다. 이후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영향으로 2019년 현재 7만1679ha까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2013년 대비 2만ha이상 감소했고,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며 재배면적 상승 동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류 생산량도 2009년 15만5101톤에서 2019년엔 7만1679톤으로 감소했다. 

반면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5대 식량작물에 대한 10년간 TRQ(저율관세할당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2만8000톤이었던 콩 수입량은 2019년 24만2000톤까지 늘었다.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조영제 회장 
“밭 식량작물 불씨 살아나정착 때까지 정책 지원 절실”

콩·팥·녹두 등도 신경써야
국가 식량산업 균형 있게 발전
귀농·귀촌, 청년 접근도 쉬워
수매가격 현실화 등 시급

“지금이야 말로 밭 식량작물 종합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쌀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콩·팥·녹두 같은 밭 식량작물을 함께 신경 써야 국가 식량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2020년산 콩 수확 현장에서 만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조영제 회장은 “올해 이상기후 등으로 밭 식량작물 생산농가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올해 잦은 비로 파종부터 차질을 빚었고, 수확기를 맞은 지금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혼란 속에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콩이나 잡곡을 심는 농민이 제일 부지런합니다. 그런데 이 농가들이 이상기후와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고통 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특히 내년부터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이 중단되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밭 식량작물 재배 불씨가 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이 그동안의 농업정책 중 가장 성공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쌀 과잉생산으로 시작된 정책이었지만, 논 타작물 재배지원이 이뤄지면서 밭 식량작물 생산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고, 농가 소득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장비도 다 샀고 이제 막 단지화가 돼 가는 과정에서 정책이 사라지니 농민들은 누굴 믿고 농사를 짓겠습니까.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밭 식량작물 재배가 정착될 때까지 만이라도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밭 식량작물을 생산하는 것은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지원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밭 식량작물의 경우 귀농·귀촌인이나 청년농들이 접근하기 쉬워 농촌 경제 및 공동체를 유지하는데도 일조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밭 식량작물 생산기반이 확대되면 수요처가 생기고, 귀농·귀촌인들도 콩, 팥, 참깨, 들깨와 같은 품목을 함께 재배하며 안정적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국내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수요는 분명히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요.”

이에 그는 밭 식량작물에 대한 수매가격을 현실화하고, 재해보험 적용 품목 확대, 저장창고 시설 확충, 수매자금 무이자 지원과 같은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팥 수매가가 5000원, 녹두는 7000원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요즘 팥은 kg당 1만2000원이고, 작년에도 7000원은 했으니 아무도 수매에 참여하지 않죠. 수매가를 현실에 맞게 올리고, 저장시설을 확충하면 수급이 보다 안정되고 국산 원료를 쓰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끝으로 그는 수요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농가들은 가격이 높아도 생산량이 급감해 소득이 줄어든데다, 내년에 과잉 생산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 그래도 국산 원재료를 고집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뭔가 의미 있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수입산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우리 농민들은 계속 재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관태·김경욱·주현주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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