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녹두…갈림길에 선 밭작물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주현주 기자]

경남 사천 곤명면 들녘에서 문성부 농민이 콤바인으로 녹두를 수확하고 있다. 올해 녹두는 생산량이 80~90%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기반 안정 기대했지만
정부 사업 중단 날벼락
밭작물 생산기반 마련 휘청

국산원료 사용 식품업체는
수입산으로 전환 움직임

콩·팥·녹두 등 두류를 중심으로 한 밭작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콩 산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식품업계에선 생산량 급감으로 원료 농산물을 수입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는데다, 콩 재배면적 확대에 일조해 온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도 중단될 위기에 놓이면서 그간 쌓아온 밭작물 생산기반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에 따르면 2020년산 콩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7% 감소할 전망이다. 생육기 긴 장마로 인한 습해와 개화기 때 태풍으로 착협률이 저조했던 것이 원인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아직 완벽히 수확된 게 아니라 좀 더 봐야겠지만 현재까진 상당히 안 좋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콩과 팥 생산량 모두 약 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본다. 녹두와 깨는 80~90%까지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깨와 녹두의 경우 생산량 감소로 시세가 작년보다 2배 가량 뛰었지만, 수확량이 급감해 농가들로서는 오히려 손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산 원료를 쓰던 식품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료 농산물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 해도 단가가 맞지 않아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원료 농산물을 수입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8년부터 추진돼 온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이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이면서 그동안 쌓아온 콩 등 주요 밭작물의 생산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김종인 곡물관측팀장은 “최근 몇 년간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이 시행되면서 콩 재배면적이 늘어나는데 일조했고, 콩 수급 측면에서도 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요소로 작용을 했다”며 “내년에 농가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가 중요하겠지만, 어쨌건 타작물 지원 사업으로 국산 콩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보는데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대신 두류 계약재배 사업 등을 신규로 추진해 수급안정 및 생산기반 유지를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타작물 지원 사업은 농가 직접지원 사업인데 반해, 계약재배는 수요자를 유인하는 정도의 정책으로 어느 정도의 대체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특히 콩과 같은 두류는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대책 없이 그때그때 마다 여론에 흔들려 정책 결정이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 실제 지난 2010년에도 쌀 생산 과잉문제가 대두되자, 지금의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과 비슷한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본사업 시행 1년만에 다시 쌀값이 오르며 사업은 반의 반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렇다보니 식량자급률(2019년 기준)을 보면 쌀은 92.1%인 반면, 콩은 26.7%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밭작물은 농가 소득 면에서도 벼농사 보다 낫고, 식량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제라도 주요 밭작물에 대한 안정적 생산기반 마련을 위해 중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진필식 사무관은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은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예산이 일부 반영됐고 계속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 코로나19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내년에 두류 계약재배 사업이나 수입콩 부정유통 방지를 위한 수급관리시스템 도입에 신규 예산을 확보하는 등 생산기반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관태·김경욱·주현주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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