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농기계 덕후’ 식량자원과학과 3학년 김희성
“농기계 이용한 농사짓기의 새 지평을 열 것”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희성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농기계를 활용해 보다 편하게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이용한 6차 산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반듯하게 모 심는 이앙기에 반해
자연스레 농업에 대한 관심 커져
맘껏 운전, 수리하는 재미에 푹~

농기계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년이 있다.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어온 감정이었다. 그가 처음 농기계에 빠진 건 부모님이 운전하는 이앙기 옆에 함께 앉아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에 가지런하게 심어져 있는 모를 본 순간부터다. 반듯하게 심어져 있는 모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

오늘의 주인공은 자칭 농기계 덕후(한 분야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인 김희성(19)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 학생이다. 그는 현재 한국생명과학고 식량자원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희성 학생이 농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태어나보니 농부의 자식이었고, 자연스레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도우며 자랐다. 그의 부모님은 경북 예천군 지보면에서 쌀과 콩 농사를 짓는데 함께 봄에는 논물을 보러 다니고 농기계를 이용해 모를 심고 벼를 수확하면서 농업에 대한 재미와 관심은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께 처음 장래희망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부모님을 따라 농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의 반응은 싸늘했다. 부모님은 농업이 몸을 많이 쓰고 노력한 만큼 소득을 얻지 못하는 까닭에 자식에게 대물림하기 싫어했다. 김희성 학생은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중 성공사례를 수집해 부모님께 말씀드리며 설득을 했다. 그 결과 부모님을 설득했고, 집에서 가장 가깝고 6차 산업 교육에 강점이 있는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김희성 학생은 “부모님은 똑같은 방법으로 힘들게 농사를 지을 거면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한국생명과학고 졸업생 중 보다 편하고 스마트하게 농사를 지으며 6차 산업까지 병행하는 사례를 조사해 설명하니 입학을 허락해 주셨다”라고 회상했다.
 

한국생명과학고에 입학해 농업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특히 1학년 때에는 주체적으로 텃밭을 관리하는 실습을 진행했는데 이 때 풀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농사를 망쳐 풀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학년 때에는 그가 좋아하는 관리기나 트랙터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이 밖에 친환경재배도 병행했는데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를 함에 있어 병해충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실습을 마치고 고3이 돼서 농업이론을 배웠다. 다른 학교 커리큘럼과는 반대였는데 오히려 실습을 마친 후 이론을 배우니 이해도가 높아져 좋았다는 게 김희성 학생의 설명이다. 특히 특별활동으로 농기계를 선택해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농기계를 마음껏 운전하고 수리하며 배우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농기계 운전으로 집에 가서 농사를 도와드리니 부모님께서 좋아하신다”면서 “이제는 주변의 농가들도 간단한 농기계 수리를 부탁하는데 좋아하는 일이라 기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물 차별화부터 6차산업까지
미래 영농계획 구상에 여념 없어
“몸만 쓰는 힘든 산업서 벗어나
부가가치 높이는 농업 증명” 포부

요즘 그의 고민은 의외였다. 일반적인 고등학생 혹은 대입 진학을 앞둔 수험생과는 다르게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김희성 학생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다른 농가와 차별화할 수 있을까’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콩과 쌀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향후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면 가격 변동이 큰 쌀과 콩 농사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밭농사 위주로 영농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차별화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알아보고 있다. 또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에서 벗어나 농산물을 활용해 6차 산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요즘 농사의 최대 변수는 ‘기후변화’인데 농업인으로서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응해 차별화된 적절한 작물을 선택하고 재배할지 고민이 크다”면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농업인도 끈임없이 공부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이 몸만 쓰는 힘든 산업이 아니라 농기계를 이용해 보다 쉽고 편하게 농사지으면서 6차 산업으로 부가가치까지 얻을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서 “그때까지 많이 공부하고 경험하며 실력을 쌓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경북 안동시 옥동에 위치한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의 전경.

도 비롯 지역사회 전폭적 지지
장학금 종류만 21종 지원 풍성
영농 후계인력 특성화 교육도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는 지난 1933년 안동공립농림학교로 개교했다. 개교 이후 지역 사회의 농업·농촌 관련 중요 교육시설로 자리 잡고 경북 지역에 우수한 인력을 꾸준하게 배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교직원은 85명(교원 47명·일반직 38명)이고, 전체 학생수는 365명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학과의 경우 크게 자영계열과 일반계열로 나눠진다. 자영계열은 △식량자원과학과 △축산자원과학과 △원예자원과학과가 소속돼 있고 일반계열에는 △식품과학과 △산업기계기술과 △산림과학과가 속해 있다.

한국생명과학고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경북도를 비롯해 지역사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이다. 장학금 종류가 총 21종이고 장학금액은 약 4700여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풍부한 장학제도 덕분에 재학생들은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을 지원받고 있다. 장학금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 정책도 풍부하다.

경북도청과 경북도교육청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미래 농업경영인 청년리더 양성’ 프로젝트는 영농청작 후계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선도농업인 특강과 견학, 멘토링 교육, 현장체험학습, 스마트 농업교육, 농장디자인 교육 등 다양한 현장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이밖에도 ‘창업으로 성공-CEO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학생들이 졸업 후 농장 창업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공 특성을 고려한 창업동아리를 운영해 학생들의 창업실무역량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상품을 제작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 직접 판매까지 진행하고 있다.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의 경우 총 132명(특별전형 108명·일반전형 24명)을 모집하는데 특별전형은 마무리 됐고, 일반전형은 오는 18일까지 본교 접수처 및 온라인을 통해 원서를 접수받는다. 이후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11월 27일에 발표할 계획이다.

 

 #교사 인터뷰/김희정 교사 
“작물 생산 넘어 농업경영에 대한 교육 꼭 필요”

“농업과 관련해 많은 부분에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에게 왜 농업이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지 인식 개선을 위한 꾸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고, 농업인도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판매할 수 있을지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교육해서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야 해요.”

김희정(39)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 특성화부장 교사는 학생과 학교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여러 농업고등학교를 거쳐 지난 2015년 한국생명과학고에 전입 온 김희정 교사는 처음 마주한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다른 지역의 농업고등학교는 재학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전체적으로 축소 분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와는 반대로 한국생명과학고는 지자체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는 까닭에 교직원과 학생들이 열의에 가득 차있고, 심지어 학교 주변의 농가들까지도 학교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이 좋은 여건과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안타까운 게 있다. 농업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에 중학교에 입학설명회를 나가도 학부모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농사를 짓지 않는 학부모보다 농사를 짓고 있는 학부모 일수록 자식이 농사짓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게 김희정 교사의 설명이다.

김희정 교사는 “한국사회에서 농업의 가치가 아직까지도 저평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왜 농업이 필요하고 지켜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농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더 많은 청년들이 농업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농업인이 단순히 농사만 짓는 시대는 아니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서 “경작을 뛰어넘어 어떻게 하면 농업으로 부가가치를 발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경영주로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학부모님들도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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