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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 넘어 산’ 돼지 재입식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발생 이후 정부의 돼지 수매 및 살처분에 참여했던 접경지역 양돈 농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접경지역 양돈 농가들은 지난해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수매·살처분 요청에 응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정신적·경제적으로 궁핍해지는 삶뿐이었다. 정부가 야생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양돈장 확산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1년 동안이나 돼지 재입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을 기다린 끝에 강화한 정부 규제와 방역시설 설치 요구에 맞춰 재입식을 준비하던 농가들은 재입식을 눈앞에 두고 다시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지난달 화천 지역 양돈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정부가 재입식 절차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 그 이유다.

화천 양돈장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잠복기가 끝났고, 양돈장에선 추가 발생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접경지역 농가들과 협의를 통해 이동제한 해제 이후인 오는 16일경부터 재입식 절차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화천 양돈장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로 지목되는 만큼 정부가 재입식 대상 농가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발생지역과 인접한 농장은 재입식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농가들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농가들은 따라서 정부 요구에 맞춰 강화한 방역시설을 갖춘 농장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유무와 상관없이 재입식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접경지역 농가들에게 요구한 강화한 방역시설은 야생멧돼지 등을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재발 상황까지 가정한 것이다. 이런 요구에 농가들은 경제적 부담 속에서도 생업에 복귀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설 개선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농가 주장처럼 강화한 방역시설 기준대로 재입식 준비를 끝마친 농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른 조건 없이 재입식을 조속하게 허용하는 것이 합당한 조치다. 더군다나 야생멧돼지 관리 주체는 정부다. 화천 양돈장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책임은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고, 개체수 저감에도 소홀했던 정부에 있다는 뜻이다.

재입식을 허용하기까지 벌써 1년을 끌었다. 화천 양돈장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이유로 재입식에 계속 발목을 잡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정부가 져야할 방역 책임을 더 이상 농가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우정수 기자 축산팀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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