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김경미

[한국농어민신문]

사람의 수가 아니라 삶에 초점 두고
개별 주체의 삶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포용해야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도시민이 농촌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공간의 재구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변화는 농촌에 기회가 될 것인가? 통신기술 발달로 농촌에 살면서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 했지만, 사람들은 더 많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에 경제적 기회와 교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연결돼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있다. 그래서 대도시를 선호하는 사람은 항상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인간이 모이려는 경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흩어지는 대신 전염병과 싸울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유현준, 2020)이라는 견해에 더 동감한다. 이는 최근 인구감소를 대체하는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는 광역지자체(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세종 등)간 통합논의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면 농촌공간이 미래를 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IT 기술의 발달은 농업의 모습을 바꾸고 있어 농촌이라는 개념까지 흔들고 있지만, 삶의 공간으로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농촌개발에 대한 개념을 바꾼다면 말이다. 프랑스, 독일은 집중 개발 지역과 자연경관 보전 지역을 구분해 접근한다. 영국은 2054 농촌공간 시나리오에서 농촌공간의 개방성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정도채, 2016). 일본은 작은 투자를 지속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보다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에 돈을 쓰고, 기존 지역을 고치고 촘촘히 채우는 것을 강조한다(정석, 2019). 마을이 모두의 고향이 되는 마을, 가족과 살고 싶은 마을, 많은 만남이 있는 마을을 목표로 한 일본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관광객이 와도 주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 관광트렌드도 구경거리를 보는 관광에서 현지 주민의 삶을 공유하는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니 농촌공간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공간은 자연과 사람의 삶이 소통하는 중간 역할을 한다. 사람의 삶은 일자리와 삶의 형태를 말한다. 먼저 일자리 면에서는, 일하는 능력을 키우고 일하는 거점조성, 일하는 동료를 만드는 채용지원 연계도 중요하다. 2040년 농촌의 산업은 농립어업 4%(2015년 15%), 서비스업 70%, 제조업 26%(심재헌 등, 2019)라 한다. 귀촌인의 16%는 유통, 판매업, 요식업, 서비스(일반, 교육, 복지, 사업․문화, 교육 등), 관광·숙박업을 창업했다. 20~59세 농가인구의 53%, 특히 30대는 65%가 농업 외 분야에 종사한다. 전체평균(28%)의 2배 이상이다. 미래의 세계 경제는 노동자 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창의성에 의존한다. 농촌이 가진 농업의(산업) 특성과 역사성에 IT 기술 등이 결합한다면 그 창의성은 더욱 촉발될 것이다. 따라서 가상의 세계 연결을 위한 IT 인프라 구축과 폐교나 빈집 등의 공간을 재구성해, 다양한 구성원, 다양한 직업, 다양한 기술과 경험이 녹아들 수 있는 개방성. 그리고 창의성이 익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삶의 형태를 보자. 2019년 40대 이하 농가경영주는 5%인데 귀농가구주 중 30~40대는 26%다. 적지만 이들이 소중한 이유는 농업과 농촌이 실험공간이자 영역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실험적 농촌 일상은 동영상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도시민이 생각하는 농촌의 장점은 간섭 안 받고 내 일을 자유롭게 하거나, 다양한 사람과 어울려 살거나, 반나절 일하고 나머지는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득이 적어도 원할 때 틈틈이 할 수 있는 일, 소득도 되고 자기 성취가 가능한 일, 개인 취미와 여가활동,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다양하게 포용하려면 사람 수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효과성을 기준으로, 주민의 삶과 공유(협업)하는 방식으로, 삶과 삶을 위한 공간 설계로, 실험공간의 확장과 가상공간의 관계 형성을 고려하는 방식이 적극 논의돼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투자와 개별 주체의 삶을 존중하고, 그 삶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분석(2019)한 자료에 따르면, 농촌 사회서비스 접근성은 마을을 기준으로 할 때와 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취약지역이 달라진다. 그러면 마을과 사람 중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인가? 이제는 농가, 마을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부터 출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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