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 의문’ 할인쿠폰 수 백억 늘리고, 꼭 필요한 논 타작물 지원 ‘전액 삭감’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고성진 기자]

내년도 정부 안에서 전액 삭감된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예산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전북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에 조성된 논콩 재배단지 모습.

내년 농업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 대비 그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정책효과가 불분명한 예산은 손쉽게 수백억 원씩 증액 편성된 반면, 농업인들이 꼭 필요로 하는 사업예산은 삭감되거나 축소됐다는 데 그 심각성이 더 크다. 대표적인 예산이 농산물·외식 할인쿠폰 예산과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예산이다.

농산물 20% 할인쿠폰 발급에  
올해 2배 규모 810억 배정
외식소비 쿠폰도 670억 달해

대형마트 위주 할인행사 진행
전통시장 더 어렵게 만들고
농가 아닌 소비자 돕기 비판도


◆효과 불분명한 할인쿠폰 예산 1480억=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할인쿠폰’ 예산이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안 중 ‘농식품 소비정책 및 건전한 식생활 확산’ 사업의 내역사업으로 농축산물 소비활성화 차원에서 할인쿠폰(20%, 최대 1만원) 발행을 위해 810억원을 편성했다. 또 ‘외식소비 문화개선’ 사업으로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위해 670억원을 편성, 외식 할인쿠폰을 발행한다. 두 개의 할인쿠폰 사업 예산만 1480억원이 책정됐다.

농산물 소비 할인쿠폰은 온·오프라인으로 농산물 20% 할인쿠폰을 발급하는 것으로, 3차 추경에 400억원이 처음 반영된 데 이어 내년도 2배 규모인 810억원이 배정됐다. 외식 할인쿠폰 사업의 경우 주말 및 공휴일에 외식업소 3회 이용(최소 결제금액 건당 2만원)을 충족하면, 4회 차에 1만원 이상 이용 건에 대해 결제 카드사가 해당 소비자에게 1만원 할인(청구할인 및 캐시백)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제3차 추가경정 예산에 330억원이 편성된 데 이어 2021년도 본 예산안에 외식소비 쿠폰 660만장 지원(660억원)과 홍보비 9억9500만원 등 670억원을 편성했다.

코로나 사태임을 감안하더라도 1480억원에 달하는 할인쿠폰 예산이 농식품부 본 예산에 편성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이만희 국민의힘(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할인쿠폰 사업은 정확히 경제적 효과나 정책집행효과, 타깃팅 대상이 누구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도 농산물 소비 촉진 할인 쿠폰과 관련 “대형마트 위주의 할인행사로 전통시장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코로나 국면을 맞아 농산물 할인 판매를 정부가 독려하는 데 열을 올린 방침과 관련해 산지에서는 “농가 돕기인지, 소비자 돕기인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인식되는 지점들이 있다는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내년도 예산안 분석을 통해 “농식품부가 농산물 소비 촉진 할인 쿠폰 지원 사업에 국고를 지원하는 목적은 농축산물과 관련한 소비를 활성화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국고 지원이 원래 존재했던 소비에 대해 할인을 해주는 것인지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지 사업의 성과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할인쿠폰 사업의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할인 쿠폰 사업과 관련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5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올해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굉장히 높다. 할인쿠폰 사업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 추진해본 결과 효과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농산물 마케팅 프로모션 일환이기 때문에 편성 예산을 감액없이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쌀 수급안정 등 위해 추진해온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올해 예산 550억으로 줄이더니 
내년엔 단 한 푼도 배정 안돼

“밭농사 지속할 이유가 없어”
밀·콩 등 자급률 제고 ‘어쩌나’ 


◆반드시 살려내야 할 논타작물 지원예산=올해 550억 원의 예산이 반영됐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예산은 내년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쌀 수급안정 및 밭작물 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초 2018~2019년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농식품부는 농민들이 쌀 이외 작물 생산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판로 개척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감 있는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 사업을 지속 추진해왔다. 처음부터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했던 사업으로, 2020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825억원에서 550억원으로 축소하는 바람에 목표치를 2만ha로 낮추고, 지원단가도 낮췄다. 그런데 올해 또 정부안 확정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책정한 311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

한은성 김제죽산콩영농조합 대표는 “올해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김제지역에서만1500ha가 다시 벼로 회귀했다”면서 “100% 기계화가 된 벼 재배에 비해 콩 재배는 농사짓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마저 없어진다면 사실 콩농사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우리 조합의 경우엔 벌써 10년 차가 됐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은 정부가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하면서 콩농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2~4년차 정도에 접어들었다”면서 “그동안 정부가 어렵게 많은 공을 기울여서 배수로를 개선하고 기계화를 지원하는 등 콩 생산 기반을 닦아놓고선, 이 정도에서 갑자기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니 콩 재배농가로서 매우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정부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밀·콩 자급률 계획을 세웠으면, 좀 더 과감하게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논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을 통해 논콩을 재배해왔던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3년 계획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현수 장관은 “몇 해만 더하면 큰 성과를 낼 것 같은데 저도 많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선아·고성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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