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보험 예산 증액 급한데 되레 ‘-687억’…현장수요 반영 시급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국회가 2일부터 2021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농업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및 기금안의 세부내역을 뜯어보면 반드시 증액이 필요한 사업예산이 삭감되거나 축소된 경우가 많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 악화”
농식품부 제도개선 추진 중
올해 실제 가입률 42.1% 불구
내년 목표치 37%로 잡아
농업수입보장보험도 ‘반토막’

◆‘-687억’ 쪼그라든 농업정책보험 예산=농업정책보험 관련 예산이 대표적이다. 자연재해가 갈수록 빈발하는 상황에서 농가 경영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재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업정책보험 관련 예산은 증액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예산 중 하나지만, 오히려 내년도 예산은 총 5225억7100만원으로 올해 5912억6200만원 대비 -686억9100만원, 11.6%가 줄었다. 

내년도 농업정책보험 예산은 △농작물재해보험(3218억8700만원) △가축재해보험(1124억9300만원) △농업수입보장보험(25억원) △가축질병치료보험(20억원) 등의 보험료 지원예산 4388억8000만원과 농작물재해보험 독점사업자인 NH농협손해보험에 지급되는 운영비 지원예산 836억910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부는 내년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 목표치를 37%로 설정했다. 2019년 가입률이 38.9%를 기록했고, 올해 9월 말 현재 42.1%까지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 목표치가 현장의 수요를 한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목표치 설정 근거에 대해 농식품부는 “최근 잦은 자연재해로 보험사업 손해율이 악화돼 적정 보험금 산정기준 설정 및 손해평가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면서 “보험사업의 양적 확대보다는 사업 내실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목표치를 1%p만 높였다”는 설명을 붙였다. 결국, 보험사의 손해율이 커져 이대로는 보험사업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입률 제고보다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식품부의 입장에 대해 농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 국감 이슈분석’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보험가입률 제고가 필수”라면서 “정부와 보험사업자는 보험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험은 다수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해 리스크 풀을 만들고 재해발생시 공동으로 대처하는 위험관리 방법으로, 이론적으로 보험가입률이 높을수록 사업의 효율적 운영(운영비 감소) 및 보험시장 실패를 야기하는 역선택의 완화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 의원은 “최근 빈번한 재해로 인해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그런데 정책당국은 재해보험의 실효성을 농민들에게 인식시켜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보험의 보장성을 줄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올해 53억6500만원에서 25억원으로 반토막이 난 ‘농업수입보장보험’ 예산도 문제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수입감소 위험을 보상하기 위한 정책보험으로 2015년부터 시범 운영돼 왔다. 

올해 보험가입 대상품목은 포도, 양파, 마늘, 양배추, 고구마, 가을감자, 콩 등 7개 품목. 예산 제한으로 인해 5곳 내외로 지정된 주산지 농업인을 대상으로 보험 가입이 선착순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 유형에 상관없이 소득하락을 보상, 농가경영 안정에 효과가 커 전면적인 확대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상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보험료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한 농가당 지원되는 보험료 예산이 농작물재해보험의 두 배가 넘는다”면서 “농작물재해보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부족한 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농업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예산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공익직불 예산 동결
선택형 직불비중 고작 1.5%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공익직불과 사업내용 유사”
신규대상지 선정 보류 ‘논란’

◆말 뿐인 ‘환경 중심’ 농정=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익직불 예산은 총 2조3610억원으로 기본형 직불에 2조2805억원, 선택형 직불에 805억원이 배정됐는데, 내년 예산안에도 동일한 규모로 편성이 됐다.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을 위해 직불제 예산 규모를 2022년까지 5조2000억원으로 늘리자는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제안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에는 공익직불예산 2조4000억원을 2024년까지 5년간 동결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어 농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공익직불’이라는 명칭에도 불구, 친환경농업이나 경관보전 등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선택형 직불에 배정된 예산이 전체 직불 예산의 고작 1.5%에 불과, 선택형 직불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선택형 직불은 경관보전직불, 친환경직불, 논이모작직불 등 3개의 직불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기후위기 등의 시급성을 고려해 문재인 정부 임기내 우선 공익직불 예산으로 1조원을 증액, 탈탄소·생태(유기)농업 실천활동에 직불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환경·생태 관련 다양한 공익성 확보를 위해 공익직불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직불 시행 전후를 비교할 때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선택형직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농식품부는 선택형직불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업인의 농업환경 및 생태 보전 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도 예산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신규 사업예산 반영이 불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예산에는 기존 25개 마을에 지원되는 2년차 사업비 18억7500만원만 편성돼 있다.

농업환경보전프그램은 2018년 현장 실중연구를 거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사업으로 2019년 5개마을, 올해 20개 마을을 선정해 현재 25개 마을에서 연속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이다. 행정리 또는 법정리 단위 마을을 대상으로 5년간 총 6억5000만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문제는 내년에 20개 마을을 신규 선정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올 상반기 공모사업을 진행했지만, 재정당국이 공익직불제와 사업 내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신규 사업대상지 선정을 중단시킨 것.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마을공동체 단위로 추진되는 집단적인 실천 활동이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농경지에서 이뤄지는 농업생산 활동뿐만이 아니라, 오염된 하천·저수지 청소 등 농촌경관·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등의 공동 활동이 포함돼 있다”면서 “공익직불의 환경관련 준수 의무와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환경 보전과 주민 조직화 등의 성과가 축적되면, 이 모델을 토대로 선택형 직불의 방향 모색이 가능하다”면서 “마을당 연간 1억5000만원 규모에 불과한 예산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의지를 갖고, 지켜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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