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미생물·가축 31만9082자원, 국내외 4곳서 ‘중복 보존’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촌진흥청 종자은행에 보관된 농업유전자원.
농촌진흥청 종자은행에 보관된 농업유전자원.

우리나라는 생명산업의 원천소재인 농업유전자원에 대해 국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센터장 박교선)가 핵심기관이다. 국내외에서 수집한 다양한 농업자원을 보존하면서, 증식, 특성평가, 이용기술 개발, 자원분양 및 관련정보 제공 등을 통해 산업화를 촉진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한 농업유전자원은 식물, 미생물, 축산을 포함해 1만1095종, 31만9082자원에 달하는데, 국내외 4곳에서 중복보존하고 있다. 박교선 센터장을 만나 농업유전자원에 대한 국가 관리체계의 중요성과 연구 성과 등을 들었다.

미국·인도 등 이어 세계 5위 수준
올해 확보 유용유전자원 1000점
국가·국제기구와의 협약 총 23건

▲농업유전자원 국가 관리체계 구축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농업유전자원 국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보존하는 농업유전자원이 식물, 미생물, 가축 등 1만1095종, 31만9082자원으로 식물유전자원은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국가 및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의 토종, 야생종 유전자원을 수집, 확보한 것이다. 올해도 세계채소센터, 케냐, 조지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채소, 두류, 과수분야의 유용유전자원 1000점 이상을 확보했다. 

박교선 센터장은 “지금까지 국가나 국제기구와 맺은 협약이 23건이나 된다”면서 “전 세계가 종자전쟁 중이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해 유용유전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농업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유전자원의 안전관리를 위해 국내외에 4중복 보존체계를 구축했고, 최고 등급의 안전보존 및 정밀 평가·증식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종자, 영양체, DNA(유전자) 등 핵심유전자원 19만7418자원은 전주와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의 종자은행에서 2중복 보존되고 있다. 이곳은 세계종자보존소 역할도 하고 있는데, 중기저장고는 4℃에서 30년 보존, 장기저장고는 –20℃에서 100년 보존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토종종자 2만3000자원이 노르웨이에 위치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기탁돼 영구 보존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종자 2만3000자원이 노르웨이에 위치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기탁돼 영구 보존되고 있다.

노르웨이 국제종자저장고에
토종종자 2만3000자원 보존
내년 100만 데이터베이스 추진 


또한 봉화에 위치한 산림청의 백두대간수목원 씨드볼트에도 올 11월까지 3만자원이 보존되고, 향후 5년간 18만7000자원이 보내진다. 아울러,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있는 국제종자저장고에도 우리나라 토종종자 2만3000자원이 영구 보존되고 있다. 

박교선 센터장은 “국제종자저장고에 기탁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지면 멸종될 수 있는 토종자원이자 인류의 유산인 종자를 엄선해서 보냈다”고 전한다.

영양체 유전자원의 안전보존 체계도 확립했는데, –196℃의 초저온에서 동결보존하는 기술을 통해 마늘, 사과 등 7작물, 1558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또한 민간 및 지자체가 보유한 자원의 국가자원화를 위해 68개 기관을 농업생명자원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8만7000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앞으로 5년간 세계채소센터로부터 6만5000자원을 수탁받아 관리할 계획으로, 올 12월까지 7700자원이 1차로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국제협력을 통해 기후변화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저항성 자원 등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 맞춤형 관리 통해
국가 농업유전자원 활용도 ‘쑥’
2018년 32%→올해 37.3%

▲수요자 맞춤형 산업화 촉진=국가 농업유전자원 활용도가 2018년 32%에서 2020년에는 37.3%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육종회사나 연구기관 등의 신품종 개발과 연구용으로 자원을 분양한 것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134건, 22만2228자원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그동안 15만6000자원에 대한 유형형질 특성평가를 통해 161자원을 우수자원으로 선발했다. 수요자 맞춤형 농업유전자원의 관리를 통해 산업화를 촉진하고 있는데, 농업형질과 수요자가 요구하는 특수형질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우수자원을 선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원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체와 공동으로 우수자원 평가회도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추, 밀, 박과, 고추 등 4작물, 3964자원을 평가해 229자원을 선발했으며, 안토시아닌 고 함유 콩, 초단간 내도복 밀 등을 선발한 바 있다. 또, 2017년부터 수요자가 요구하는 수입금작물 2565자원을 도입하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격리재배 후 고추 8자원, 사과 13자원 등 114자원을 분양했다. 육종회사 등 산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자원을 조사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수입금지 또는 도입이 곤란한 자원을 확보해 분양한 것이다. 

박교선 센터장은 “벼, 사과, 고추 등은 식물검역 등의 문제로 수입이 금지된 작물이지만 유전자원용으로는 수입할 수 있다”면서 “종자산업의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수요자가 요구하는 자원에 대해 격리재배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면 자원으로 등록한 후 분양을 해준다”고 전한다.

수요자가 요구하는 유전자원을 확보해주는 것 못지않게 자원에 대한 상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원의 기초정보, 품질관리, 평가 등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는데, 2019년 60만 건에서 2021년까지 100만 건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10개 산업체, 9개 대학이 참여한 수요자 맞춤형 자원평가 공동연구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산업체와의 공동 자원평가도 확대하고 있다.

국가 농업유전자원 관리체계의 고도화도 중요하다. 박교선 센터장은 “지금까지 농업유전자원의 다양성 및 양적 확대를 추구해왔다면 이제는 유용형질이나 질적 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통해 농업인이나 생명산업 분야에서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인류의 유산인 농업유전자원을 보존하는 것이 국가책무인 만큼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농업유전자원의 가치를 높이면서 후대에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면서 말을 맺었다.

 

#인터뷰-박교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장
“농업유전자원은 생명산업 핵심소재”

농업유전자원은 육종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 생명산업의 핵심소재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기후변화 등의 글로벌 위기로 안전성과 공익성, 연대와 협업 기반의 과학기술 및 국가 핵심자원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효율성을 지향하는 작은 정부, 자유무역 등이 중시됐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안전성과 공익성에 대한 정부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보호무역과 자국이익이 중시되면서 핵심자원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핵심자원에 농업유전자원이 포함된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이상기상, 돌발병해충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경적응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필수적인 소재가 농업유전자원이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중국 자생식물인 ‘팔각회향’에서 추출한 것이다. 이처럼 기능성식품이나 의약품과 같은 생명산업의 핵심소재가 유전자원이다. 품종개발, 생명공학, 바이오산업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소재가 농업유전자원인 것이다. 

최근, 나고야의정서, 식량농업조약 등의 국제협약에 따라 자원주권이 강화되고, 농업기술에 대한 국가 간 지적재산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농업유전자원에 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국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수요자 맞춤 농업유전자원 관리 및 산업화 촉진으로 종자주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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