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터무니 없이 낮아…수매 참여하는 데에 만족할 수밖에”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난 10월 29일 오전 11시 전남 장성에 위치한 한국인삼공사(정관장) 수매장에서 김길 전북인삼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수확한 6년근 인삼 10톤이 등급별로 분류되고 있다. 김길 대표는 지나치게 낮은 시중 인삼 가격을 우려했다.

시중 생삼가격 크게 떨어져
수매가도 큰 기대 어려워
인삼공사 계약물량도 축소

이대로 가다간 인삼산업 붕괴
소비 확대 특단대책 세워야

“시중 생삼(수삼)가격이 너무 낮아 생산비도 못 건지는 인삼 농가들이 많아요. 8년 동안 애써 농사지은 인삼이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수매에 참여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해야지요. 이대로 가다간 인삼산업이 무너진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 장성에 위치한 한국인삼공사(정관장) 수매장에서 만난 김길 전북인삼영농조합법인 대표의 말엔 출하의 기쁨보단 근심이 서려 있었다.

37년 동안 인삼 농사를 지어온 김 대표는 전북 고창, 전남 영광 일대에서 10만평(33만㎡) 규모의 인삼 농사를 짓고 있다. 김 대표가 올해 수확한 인삼은 총 50톤. 이 중 대부분인 44톤이 한국인삼공사(29톤), 아모레퍼시픽의 차 브랜드 오설록(15톤)과 계약재배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전남 영광에서 전날 밤 11시가 넘도록 채굴한 6년근 인삼 10톤을 29일 오전 이곳 장성 수매장으로 가져왔다. 이날 수매장에서 거래된 인삼은 전량 한국인삼공사가 수매했다.

수매장 안에선 20여명의 인력이 바쁘게 움직이며 인삼을 등급에 따라 나눈 뒤 수매박스에 담았다. 인삼을 가득 채운 박스와 빈 박스가 정신없이 교차하며 옮겨지고 쌓여가는 동안 김 대표는 긴장된 표정으로 한시도 인삼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김 대표는 “2년 동안 인삼 경작 예정지 토양관리를 하고, 1년 동안 키운 묘삼을 경작지에 심어 5년 동안 키워 8년 만에 얻은 귀한 6년근 인삼이다”며 “마치 자식을 시집, 장가보내는 심정이다”고 전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인삼 분류 작업은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김 대표는 작업자들과 중간 중간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깐씩 미소를 띠었지만, 분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다시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마지막 상자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리고, 모든 수매가 끝나자 김 대표는 긴장된 표정으로 수매가격 정산을 기다렸다. 한국인삼공사의 kg당 등급별 수매가격은 S등급 4만6000원, A등급은 3만원이다.

‘4만2100원’. 이날 김 대표가 가져온 인삼 10톤의 kg당 평균 수매단가다. 긴장했던 표정이 지나며 김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가 예상했던 평균 수매단가는 4만3000원대 후반이었지만, 시중 인삼 가격이 2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수매가격에 불만족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할 수도 없었던 것.

강재용 한국인삼공사 남부소장은 “이곳에서 11월 중순까지 약 1100 농가가 수매하는데, 오늘 나온 평균 수매가격이 상위 5번째 안에 들 정도로 잘 나온 거다”고 설명했다.

수매를 마친 김 대표는 한편으론 후련하다면서도 전체 인삼 산업을 이야기하면선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심각하게 낮아진 시중 인삼 가격과 소비침체가 결국 인삼 수매가도 낮추는 등 인삼산업을 옥죄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

김 대표는 “원체 시장가격이 낮다 보니 수매가 역시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인삼공사에서 수매해주는 건 다행이지만, 인삼공사 계약물량도 4년 새 약 30~40% 줄어 한때 1만톤에 달했던 수매량은 올해 6500톤으로 감소했다”면서 “오설록은 올해 코로나19로 소비가 워낙 침체돼 재고가 많이 남았다고 해서 내년 계약재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파삼이 1만원 가까이 떨어질 정도면 인삼 가격이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다. 농가에서 애써 인삼을 키우고 있노라면 가격도 안 좋은데 왜 그렇게 몇 년씩 인삼 농사를 짓느냐며 조롱을 받기도 한다”며 “인삼 재배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삼 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삼업계에선 최대 8년을 재배하는 인삼의 경우 재해보험이 현실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광철 한국인삼6년근경작협회장은 “올해 작황 부진으로 평당 3kg을 수확한 농가가 거의 없다. 인삼 농작물재해보험이 평당 수확량 기준이 1.5kg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이 없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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