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직매장’으로 접근성 높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4곳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무인직매장이 있다. 사진은 한상훈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차장이 농촌진흥청에 있는 무인직매장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국토정보공사·전기안전공사 등 기관 임직원 대상 4개 운영
퇴근 후·휴식시간에 이용하며 자연스레 로컬푸드 인식 확산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전북 완주군에선 명성에 걸맞게 로컬푸드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산물 판로 확보와 농가 소득 증대라는 로컬푸드의 근본 가치를 넘어 지역 관광 활성화, 복지 증진 등 로컬푸드를 타 산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는 것. 이는 6개의 직매장을 각 특색에 맞게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완주군의 사업 제안 속에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 사업’은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안정적인 지역 사회 정착, 지역 소외계층에 대한 바른 먹거리 제공 등을 도모하며 ‘지역 사회에서 로컬푸드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전국 주요 거점에 형성된 혁신도시처럼 전북에도 전주·완주를 중심으로 전북혁신도시가 조성됐다. 완주군과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지역 사회의 접점을 만들고, 좀 더 기관 이전 임직원들이 지역에 융화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이전한 공공기관에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무인직매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올해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공단에 추가로 무인직매장을 설치, 총 4개의 무인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무인직매장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에 들어간 농산물·가공품과 같은 상품이 진열돼 있다. 휴게실 등에 무인직매장이 있어 기관 임직원들이 언제든 무인직매장에서 지역의 우수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것. 기관 임직원들은 퇴근 시간 이후 짧은 시간에 양질의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 휴식을 취하면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자연스레 알아간다. 

매일 고품질 농산물 진열
회수 농산물은 나눔 냉장고로
소외계층 먹거리 지원 ‘든든’


한지수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본부장은 “무인직매장을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설치한 건 이전한 기관 임직원들이 지역 로컬푸드 매장을 잘 알지 못해 무인직매장을 통한 로컬푸드 홍보 효과를 도모할 수 있고, 이들이 좀 더 빨리 지역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취지도 담겨 있다”며 “무인직매장에 출하하는 걸 동의하는 농가 조합원 물건을 매일 아침 직매장에 넣고, 재고는 하루 만에 회수해 간다”고 설명했다. 

이 회수되는 농산물이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 모델 발굴지원사업’과 만나 복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소외계층 등에 지원하는 ‘나눔 냉장고’ 2개를 운영하며 이 냉장고에 들어갈 먹거리가 무인 판매장에서 남은 물량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 이를 통해 농가 재고 걱정까지 덜게 됐다. 또 나눔 냉장고를 넘어 직접 장애인단체나 복지관에 재고 농산물을 공급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지수 본부장은 “무인판매장은 물론 기관 임직원들이 양질의 지역 농산물을 구매해 판매를 증진하는 효과도 있지만 방점은 홍보에 맞춰져 있다. 이에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도 매일 상품을 새로 진열하고 가져가는 일을 반복한다”며 “여기서 남은 물건을 농가가 직접 회수해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돌려주며 농가 재고 걱정도 덜어주게 됐다”고 전했다. 

또 무인직매장과 별도로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 모델 발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로컬푸드 식재료를 이용해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농가 레스토랑 등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취약 아동 계층에 전달하고 있다. 완주 관내 76명의 아이들에게 매주 1회씩 총 6회 도시락이 전달됐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이 같은 사업이 완주가 대한민국 로컬푸드를 대표하는 도시가 되는 데 일익을 담당한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상훈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차장은 “완주에서 로컬푸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지역 농가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로컬푸드를 애용하는 지역 주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분들에게 환원해주자는 취지로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모델 발굴지원사업을 신청해 소외계층 먹거리 지원 사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처음 기획해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 제안한 완주군에선 무인직매장과 나눔 냉장고 운영 등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하고 있는 그동안의 사업이 협동조합과 농민은 물론 지자체, (이전)공공기관 등이 서로 손을 잡으며, 지역 곳곳에 긍정적인 상생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올해 중에 관련 사업 평가 분석을 통해 사업의 지속성과 연속성도 타진하려 한다. 

무인직매장 사업의 제안자이기도 한 완주군청 이의산 주무관은 “로컬푸드를 통해 취약계층에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효과까지 이어지도록 사업을 구상했고, 실제 그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이런 사업을 관이나 민 주도의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농가에서부터 지역민, 지자체, 이전한 공공기관 등이 함께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좀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아동급식과 농가 레스토랑을 연결하는 방안 등 장기적인 구상을 하고 있고, 이에 앞서 그동안의 사업 평가와 분석도 올해 안에 진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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