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제8차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토론회’가 지난 10월 26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어린이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화천군의 혁신적 교육정책 등 사례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2015년 교육복지과 신설
10년간 2427억 투입키로

대학생에 매월 50만원 방값
모든 학교에 원어민 교사 배치
무상 영어교육·해외연수도
‘온종일 돌봄사업’ 구축 역점

가장 중요한 건 ‘지자체장 의지’
주민 95%가 ‘긍정’ 정책 공감
교육만으로 모든 문제 못풀어
주거복지·일자리 창출 등 힘써

 

강원도 접경지역 작은 마을 화천군이 ‘혁신적인 교육복지’를 통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농촌문제 해결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 10월 26일 화천어린이도서관에서 개최한 제8차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토론회’에서는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화천군의 혁신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이번 현장토론회에는 김홍상 KREI 원장을 비롯해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정현찬 위원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진승호 단장, (사)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정영일 대표, 강원연구원 박영일 원장, 강원도 김성호 부지사, 최문순 화천군 군수 등 각계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화천군은 왜 ‘교육’에 주목했나

1970년대 5만명에 육박하던 화천군 인구는 2007년 2만3000명으로 줄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학생 수도 감소, 1980년부터 2000년까지 18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 사교육기관도 턱없이 부족, 교육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 화천군의 출산율은 전국 출산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지난해에도 전국 출산율은 0.92로 떨어졌지만 화천군은 1.56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열악한 교육 인프라로 인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49.3%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인근 시도로 떠난다는 점이다. 실제 화천군이 인구감소 원인을 분석한 결과 1순위가 교육, 일자리, 의료, 문화 순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을 것인가, 고민하던 화천군은 ‘부모와 자녀가 계속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민선 6기에 이어 7기에도 화천군정을 맡은 최문순 군수는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을 군정의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10년간 2427억 투입, 중장기 계획 수립

화천군은 우선 2015년 전국 최초로 교육복지과를 신설한다. 교육 문제를 담당할 전담조직을 만든 것이다. 2017년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만들기 TF팀’을 꾸렸고, 2017~2026년까지 10년간 2427억원(국비 525억, 도비 260억, 군비 1642억)을 투입하겠다는 중장기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처음엔 다들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입하나, 의문을 제기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다리 하나 덜 놓으면 된다. 어른들은 불편해도 참으면 된다. 청소년 시절에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리면 복구가 어렵다”는 최문순 군수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화천군 교육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한 최수명 민원봉사실장(전 교육복지과장)은 “군정 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지자체장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자체의 수많은 중장기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고 마는 것과 달리, 화천군은 계획 수립 이후 관련 조례를 지속적으로 제정해 정책 실현의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년간 860억원이 투자됐고, 올해까지 하면 1000억원을 상회, 40% 이상의 목표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화천군 아이들이 받는 혜택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화천군의 아이들에겐 어떤 혜택이 있을까. 

우선, 화천군의 아이들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국 최초다. 4년치 등록금 전액은 물론 매월 50만원씩의 방값도 지원된다. 세계 100대 대학 입학생에겐 특별지원금이, 문화·예술·체육 특기자에게는 재능개발지원금이 지원된다. 

최수명 실장은 “많은 사람들이 복지포퓰리즘 아니냐고 묻지만, 현재 13억원의 장학금으로 400여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서울에 학사를 짓고 운영하는 것보다, 전국의 아이들에게 방값으로 나눠주는 편이 훨씬 더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모든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미취학·초등학생 무상 영어교육을 실시한다. 청소년들에겐 해외배낭연수 기회를 주는데, 5명이 팀을 짜면 자기들이 가보고 싶은 나라에 갈 수 있다. 학교는 책임 문제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을 군이 직접 나서서 한 것이다.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방과 후 활동도 전액 지원하는데, 화천군은 다른 지자체와 지원방식이 다르다. 예산을 나눠 주는 게 아니라, 학교가 계획을 세우고 군에 요청하면 강사를 뽑아서 학교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최수명 실장은 “학교의 경우 강사비가 시간당 2만5000원에 불과해 이를 5만원으로 상향시켰더니 강사들의 호응이 높다”면서 “지역내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이 공감해야 오래 간다 

지역 특성에 맞지 않거나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교육관련 주민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화천군의 교육정책 만족도는 68.8%에 달한다. 보통이 25.3%.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은 5%에 불과하다. 화천군에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는 64.8%, 보통이 30.4%다. 주민의 95%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특히 2018년부터 화천군의 고등학교 입학생은 중학교 졸업생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교육문제로 인한 학생 유출현상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현재 화천군은 ‘화천형 온종일 돌봄사업’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교와 지자체가 협업해 학교 바로 옆에 보육 및 교육센터 기능을 갖춘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교육청이 학교 부지 1800㎡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화천군이 행정자치부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최 실장은 “학교와 관련 시설이 분산돼 있으면 중간에 아이를 이동시키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는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침 9시에 등교하면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저녁 시간까지 완벽하게 케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화천군의 혁신적인 교육정책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교육정책만으로 농촌 지자체의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 화천군은 주거 복지와 안정적 일자리 확대, 보건의료·문화인프라 확충 등을 과제로 꼽았다. 

현재 화천군의 주택보급률은 83.8%다. 주택 노후도 심각해 30년 이상된 주택이 41.4%를 차지한다. 20년~30년 사이가 27.9%, 20년 이하 주택은 30.6%에 불과한 상황. 젊은층의 경우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 하는 경우가 많아 정주 여건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화천군은 현재 ‘지속가능한 농촌지역재생 사업모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관심을 요청했다. 

가족들과 이동이 잦은 접경지역 특성으로 인해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화천군은 평생학습 자격반을 운영, 방과후 강사 60명, 평생학습 강사 30명 등을 양성해 우선 채용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건의료원의 의료인력 확충과, 읍면별로 작은영화관·수영장 등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생활 SOC 확충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미래를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적어도 화천군에서만큼은 경제적인 이유로 배우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인구가 줄더라도 농촌은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 남아 있는 인구가 꿈과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질적으로 농촌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토론자 말말말

“바꿔보겠단 의지에서 희망 봐”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인재양성은 사실 국가의 일인데 화천군이 정말 귀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어려워진 현실에 체념하지 않고 어떻게든 바꿔봐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지역의 문제를 방치하는 나라는 존립이 위험해진다.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고 힘을 모아 좋은 계기를 만들어 나가자.”

“농촌문제 푸는방식 변화 느껴”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농촌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역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그 에너지가 상당히 강하게 존재한다. 균형발전과 지속가능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인데 농촌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지역의 사례들이 공유되고 실천되길 바란다.”

“농촌유토피아 모델 손색 없어”
▶이기원 한림대학교 교수=“화천군이 교육비를 지원해줌으로써, 주민들에게 환원되는 금액이 인구당 최소 3000만원 이상이라고 추산된다. 개별가구의 교육비가 절감됨으로써 늘어난 가처분소득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고, 그 순환되는 구조 때문에 화천의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혜택을 본 학생들이 화천장학회를 만들어 본인들이 받았던 혜택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화천군의 교육사업 모델은 농촌유토피아 모델로 삼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문제 해결 1차 교두보는 시·군”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특정주제나 특정분야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내는 시군들의 특성 중 하나는 시장 군수가 각별한 의지와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천군도 그런 곳 중 하나인 것 같다. 농촌문제 해결의 1차적인 교두보는 각 시·군이어야 한다. 시·군이 보다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농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추진 체계를 개편해 나가겠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