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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 움직임···농기계업계 우려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엔진에 제조연월 타각 골자 
농민 알권리 보장 등 초점

농업용 동력운반차 제조사 등
규모 영세한 업체들 난색
“산업 현장상황 고려 안한
과도한 규제” 우려 목소리

정치권이 농업기계의 본체나 엔진에 제조연월을 타각하는 방법으로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농민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농기계산업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윤재갑 더불어민주당(해남, 완도, 진도) 의원은 지난 10월 초에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를 했다. 농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농기계 제조연월을 조작하는 행위를 막자는 내용이다.

현행법에는 농업용 트랙터, 농업용 동력운반차, 농업용 로더, 농업용 굴착기의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는 농업기계 형식표지판을 해당 농업기계의 본체 및 엔진에 부착토록 하고 있다. 형식표지판의 재질은 금속 또는 테프론스티커로 만들어 부착토록 해놓았다. 그런데, 탈부착이 쉽기 때문에 기존 형식표지판을 제거한 뒤 새로운 형식표지판을 부착할 경우 해당 농업기계의 제조연월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실제 올 국정감사에서 이앙기의 제조연도를 조작한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농업용 표시를 할 때 제조연월을 농업기계의 본체 및 엔진에 각인하고, 표지를 지우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본체나 엔진에 농업용 표시사항을 타각하는 것은 농기계산업의 현장상황을 고려치 않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규모가 영세하고, 소량 다품목을 선주문 후 제작 방식으로 영업해온 농업용 동력운반차 제조사들의 우려가 크다. 농업용 동력운반차의 융자공급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융자 및 임대공급 실적은 27억9600만원이고, 29개 제조사가 참여해 업체평균은 약96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엔진은 대부분 구매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연월을 각인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수와 수출품을 같이 생산하는 엔진 제조사의 경우에도 내수용도 중에서 농기계용만 별도 분리해 생산하는 것이 간단하지가 않다. 농업용 굴착기나 농업용 로더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설기계 제조사에서 공급되는 것은 건설기계관리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농업용 공정을 별도로 추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중소형 농업용 굴착기와 농업용 로더의 경우 농업용 동력운반차 제조사들처럼 규모가 영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지역에서 중소농기계를 생산하는 남모 대표는 “크지 않은 내수시장에서 수입산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식의 법 개정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개정을 통해 농업기계 소비자인 농민들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행법에도 표시의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 “이앙기가 문제가 된다면 농업기계 표시기종에 포함시키거나 벌칙 규정을 보다 강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데도 굳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농업기계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큰 트랙터 제조사의 경우 기대번호로 생산연도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본체에 기대번호를 각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구매해서 사용하는 엔진의 경우에는 제조연월 각인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농기계업계 관계자는 “농업기계화촉진법의 시행령 등을 개정해 국내 농업기계시장의 85%를 차지하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의 기대번호만 각인해도 둔갑판매 행위 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업용 운반차를 비롯해 중소형 농기계는 사전제작이 아니라 주문이 있을 시 엔진 등 구성품을 구입, 최종조립한 후 품질검사를 받는 형태”라면서 “이런 상황이라서 제조연월을 본체나 엔진에 타각하기 위한 기계의 구입이나 인건비 추가 등 원가가 올라가면 결국은 농민들의 농기계 구입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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