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수매 참여 않으면 규제 강화
농가 참여 의사 밝히더라도
일부 지자체 “예산 없다” 뒷짐 
접경지역 양돈농가 반감 커져


최근 강원도 화천지역 양돈 농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정부가 인근 양돈장을 대상으로 ‘희망수매’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수매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규제를 강화한데다, 일부 지역에선 수매 의사를 밝힌 농가들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수매를 거절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9일과 10일, 화천군 상서면 양돈 농가 두 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야생멧돼지를 통한 추가 확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야생멧돼지 방역대 내 양돈 농가 가운데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수매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야생멧돼지 방역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발견지점 반경 10km까지로, 이번에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나온 화천군을 비롯해 철원·양구·춘천·포천 등 5개 시군 171개 농장이 대상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접경지역 양돈 농가들이 반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수매에 참여한 농가들이 아직도 돼지를 재입식 하지 못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매에 대한 농가 거부감이 큰데도, 정부가 별다른 보완대책 없이 방역을 이유로 또 다시 희망수매만을 언급한 것이 그 이유다.

농가들은 ‘희망수매’라는 단어 자체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철원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나타난 이후 정부가 이 지역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자율 수매·도태’를 추진했는데, 실제로는 수매·도태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의 돼지·분뇨 반출·입을 금지하는 등 사실상 수매·도태를 강제화 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방역당국은 야생멧돼지 방역대 내 농가 중 희망수매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매주 혈액 검사와 환경 검사를 실시하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화천 지역 농가에 대해서는 지난해 철원 농가와 같이 돼지·분뇨 반출·입을 금지하는 등 더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수매에 참여하도록 압박을 하고서 정작 화천군 등 일부 지역에선 농가의 희망수매 신청이 지방자치단체 예산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가 정부에 ‘농가들이 불가피하게 희망수매를 요청할 경우 지방비 부담을 최소화 해 국비 등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검토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없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화천지역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역학 관련 농가에 대해 ‘조건부 분뇨 반출’을 허용해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된 상황이다.

따라서 희망수매를 의미 그대로 추가 규제 없이 자율적 참여 형태로 진행하고, 수매 참여 농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보상과 재입식 가능 시기를 명시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접경지역 양돈 농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지역 양돈 농가들은 “수매보다는 농가들이 정부가 강화한 농장 시설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수매를 추진하는 경우 강제성을 부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돈·수의 전문가들은 “수매 참여를 강요할 경우 향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 농가의 빠른 신고와 살처분 등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수매 미참여 농가에 대한 규제 없이 희망 농가만 수매를 진행하고, 수매 전에 확실한 재입식 가능시기 공지 및 생계안정자금 등 충분한 보상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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