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당초 한우불고기 양념의 유통기한은 2021년 5월 21일(사진 오른쪽)이지만, 한우자조금사무국은 두 차례에 걸쳐 유통기한을 임의적으로 바꾼 라벨을 덧씌워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코로나19 탓 한우 행사 취소로
불고기 양념 2000개 재고 쌓여
원래 유통기한 내년 5월인 제품
올 6월까지로 라벨 덧붙여…왜?


한우 소비 촉진 행사에서 한우불고기 양념은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홍보물이자 판매 상품이다. 이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청정원을 통해 1만2000개의 제품을 주문했다. 이후 지역의 요청으로 4000개를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우 소비촉진행사가 전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약 2000여개의 한우불고기 양념이 재고로 쌓이게 된 것이다. 재고 처리가 난감했지만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전국한우협회 시·군 지부, 한우협동조합 등이 주관하는 소비 촉진행사가 재개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정읍에서 한우불고기 양념을 구매한 소비자가 한우불고기 양념의 유통기한을 두고 정읍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소비자는 유통기한 부분에 덧씌워진 라벨을 이상하게 여겼고 이를 떼어 기존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원래 표기된 유통기한은 2020년 6월 30일이었고 여기에 덧씌워진 라벨에는 2021년 3월 30일로 표기됐다. 이를 확인한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라벨을 덧씌웠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해당 지자체에 신고한 것이다.

사실 유통기한은 제품 생산 때부터 문제가 없었다. 청정원이 출시한 제품의 유통기한은 2021년 5월 21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우자조금사무국이 한우와 한우자조금 관련 라벨링을 덧씌우면서 유통기한을 2020년 6월 30일로 변경했고 이번 행사를 앞두고 또 다시 유통기한을 바꿨다. 문제가 없던 유통기한을 한우자조금사무국에서 임의적으로 변경하면서 소비자들의 오해만 사게 됐다. 이번 사태로 당시 행사를 주관했던 전북한우협동조합은 예정에 없던 위생검사를 받았다.

10월 28일 열린 전국한우협회 이사회에서는 이 같은 일이 보고되자 “어떻게 변명하고 설명해도 납득할 수가 없다”, “할 말이 없다”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장기선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당초 올 6월 30일까지 (한우불고기양념을) 소진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팔지 못했다. 직원 입장에선 폐기할 수 없으니 재고물량을 소진하려고 유통기한을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늘렸고 지역 행사 때 해당 사항을 당부했다”면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덧붙인 것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나마 유통기한을 지난 제품이 유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 사건이 한우자조금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한우업계가 한우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진행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신뢰를 쌓는 것은 쉽지만 한 번 삐끗하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한우협회 이사의 지적처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아쉬웠던 처사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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