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방소멸과 인구소멸 얘기가 국내에서 논의된 지 5~6년쯤 됐다. ‘소멸’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무게감과 위기의식 때문인지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보는 인식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이달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2018년 89곳보다 16곳 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소멸 위험지역 105곳 중 92.4%인 97곳이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경북 의성군의 지역재생전략 현장 사례를 주목하면서 의성군에서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의성 살아보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시청년들이 의성에 정착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 사업은 의성군과 경북도 민선 7기의 역점 사업으로, 지역을 넘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 ‘전국 1위’인 의성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정책 방향을 기존 지역 개발에서 지역 역량 기반의 지역재생으로 전환한 점,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 등이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소멸 대응 정책과 관련해 현장토론회에서 나온 얘기 중 인상 깊은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 사업을 지원하는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의 유정규 센터장은 “인구 소멸 대책을 인구 증가에만 맞춰 평가를 할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살고 싶은 사람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황종규 의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도 “외부에서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여기 사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재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멸’ 문제의 대응 방향을 외부 인구를 유치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기존 방식처럼 단시간 내 자원을 투입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정책 평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지자체,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의 문제 인식이나 접근 방식, 평가 지표들이 제각각이거나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의성군 사례를 새겨 이런 점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앞서 올해 6월 대통령 직속 4개 정부위원회와 지방 4대 협의체가 ‘저출산·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앞으로 관련 정책과 대응 수립 과정에서 투입 대비 효율성을 따지는 지표를 앞세우는 정책이 아니라 지방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과 지역민이 만족하고, 그래서 지방소멸이 아닌 ‘지방부활’을 말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이에 앞서 지역을 떠나지 않게 만들려는 세심한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성진 기자 농업부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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