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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맛에 막걸리 ‘쓴잔’···국내산 쌀·고품질로 승부해야소리소문없이 지나간 ‘막걸리의 날’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2011년 시작, 올해로 10년차
시장 침체에 코로나까지 겹쳐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나가

2011년 45만㎘ 넘던 출하량
2018년 40만㎘ 초반까지 급감
정부 관심 멀어져 홍보 등 난항

60% 달하는 수입쌀 사용업체 
주세법 종량세로 전환 맞아
국산쌀 프리미엄 술 탈바꿈해야


막걸리산업이 계속해서 쓴잔을 들이키는 동안 10회째를 맞는 ‘막걸리의 날’이 소리소문없이 지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관 주도로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던 제1회 막걸리의 날 이후 막걸리 시장은 계속해서 후퇴했다. 당시 수출 시장 호조에 힘입어 민간 주도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막걸리 시장에 정부가 무임승차하면서 거품만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막걸리업계는 막걸리 원료를 고급화하는 등 막걸리산업에 놓인 과제를 해결해 나가면 올해 주세법이 개정된 것을 발판삼아 10년 전처럼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점도 알리고 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막걸리의 날 주간에 막걸리 업계를 통해 막걸리산업 현주소와 과제 등을 들어봤다.

▲2011년 막걸리의 날 제정 이후=‘막걸리의 날’은 2011년 당시 막걸리 붐이 일자 농림수산식품부(농림축산식품부)가 막걸리 시장 활성화와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선포했다. 막걸리의 날은 한해 첫 쌀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햅쌀로 빚은 막걸리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정했다. 2011년 막걸리의 날 제정을 기념해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이었던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막걸리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한 우리술 대축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후 막걸리의 날 행사는 다른 나라와 연계해 진행됐다. 2013년 막걸리의 날 행사에선 당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 기욤갸로 장관과 함께 양국의 전통주인 막걸리와 포도주를 선물로 교환했고, 서울 종로 서울미술관과 홍대 일대에서 막걸리의 날 선포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2014년 막걸리의 날 기념식(막걸리페스티벌)엔 서울 강남과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3개국에서 막걸리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3곳 현지를 생중계로 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로 바뀌면서 규모가 축소됐고, 지난해부터는 막걸리의 날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사라졌다. 코로나 19라는 악재까지 겹친 올해 역시 막걸리의 날은 의미 없이 지나갔다.

이는 막걸리 시장이 침체하는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국세청 주류 출고동향에 따르면 막걸리 출고량은 막걸리의 날이 제정됐던 2011년 45만8198㎘에서 2018년 40만2580㎘까지 떨어졌고, 당시 막걸리 붐을 주도했던 수출 시장도 일본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2011년 5273만5000달러에서 2018년엔 1241만달러으로 차갑게 식었다. 막걸리 시장 침체 속 정부 관심도 멀어져갔다. 막걸리의 날과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전에 막걸리의 날 지정은 했었지만, 올해는 특별한 행사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2020년 막걸리 업계는=현재의 막걸리산업이 놓인 상황에 대해 막걸리업계는 10년 전 일었던 막걸리 인기에 편승해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이는 결국 천편일률적인 맛과 양적인 증가로만 이어져 ‘어렵게 얻은 성장의 기회를 오히려 놓치게 됐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A 막걸리 양조장 관계자는 “10년 전 막걸리의 날을 선포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인 막걸리를 일본,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도 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막걸리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고, 관련 행사도 없이 이름만 남긴 채 유명무실화돼 아쉽다”며 “결국 정부의 막걸리의 날 제정은 당시 불었던 막걸리 열풍에 정부가 편승하기 위한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매년 막걸리의 날을 기념해 햅쌀로 만든 막걸리를 한정 출시하고 있지만, 관심이 없어 씁쓸하다”며 “10년 전엔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전국 막걸리 업체가 동시에 햅쌀로 빚은 막걸리를 선보이고 대형 존을 구성하곤 했는데, 10년 동안 막걸리 시장이 침체되면서 업계나 정부도 관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발효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막걸리가 대중화되면서 유독 숙취가 심한 술로 인식되면서 소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막걸리가 인기를 끌자 일부 업체에서 ‘무늬만 막걸리’를 만들어 막걸리 소비를 떨어트렸다는 것.

B양조장 관계자는 “막걸리가 대중화되면서 유독 막걸리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걸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막걸리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에 물을 타서 막걸리에 준하는 6도까지 도수를 낮췄기 때문이다. 물을 타서 맹탕을 만들어 놓으니 아무 맛도 안 나고, 여기에 각종 첨가물을 이것저것 넣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나오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막걸리를 찾지 않게 된 영향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산업 활성화되려면=막걸리업계는 지난 10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맛을 내는 막걸리가 아닌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한 고품질 막걸리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속엔 여전히 수입쌀 위주의 막걸리 시장에 대한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주세법이 개정된 만큼 고품질의 원료를 사용한 막걸리 본연의 장점을 살리고, 플라스틱병이 아닌 유리병 등 고급용기를 사용해 막걸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C양조장 관계자는 “현재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 중 60%가 수입쌀로 막걸리를 만들고 있고, 특히 막걸리 매출이 높은 상위 10개 이내일 경우 수입쌀 사용 비율은 80%가 넘는다. 지금도 대형마트에 가면 막걸리 평균 가격은 1300원대다. 전통주인 막걸리가 수입쌀로 저가 술을 만들고 있던 셈인데, 이는 또 막걸리가 ‘값싼 술’로 인식돼 국산쌀을 사용했다고 해도 쉽게 가격을 높이기도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전통적인 막걸리의 맛과 제조법이 사라진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막걸리를 전통주로 인정해주겠나. 올해 주세법 개정으로 고급 원료나 병에 대한 세금 부담이 완화된 정책에 발맞춰 다시 본연의 막걸리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주세법이 개정돼 탁주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된 만큼 고품질의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이 기대되고 있고 또 전통주(막걸리) 자조금을 검토하고 있고, ‘막걸리 빚기’ 국가무형문화재 등재 등 업계가 요구했던 현안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막걸리의 날 행사는 열리지 않지만,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규모의 행사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 매년 가을 자라섬 막걸리 페스티벌도 개최(올해엔 온라인 개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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