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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콜롬비아산 바나나···빗나간 예측에 발등 찍혔다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콜롬비아와의 FTA 체결 당시 농정당국의 분석과 달리 콜롬비아 바나나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일 매대 모습으로 마트 어디에서든 콜롬비아 바나나를 쉽게 볼 수 있다.

한·콜롬비아 FTA 체결 당시
5년 관세철폐 합의
농경연 “수입증가 어려울 것”
농식품부도 안일한 전망 불구

4년 지난 지금 시장잠식 가속
무관세 전환 첫해인 올해
미국산 체리 수입량 두 배 육박

호언장담했던 수출은 ‘초라’
FTA 타결 이전과 다를바 없어


한·콜롬비아 FTA 체결 당시 바나나 수입이 없을 것이란 농정당국의 분석과 달리, 이 가을 콜롬비아산 바나나가 넘쳐나고 있다. 

‘콜롬비아산 바나나는 5년 관세철폐로 합의했으나 필리핀산과의 경쟁이 쉽지 않고 수입 실적도 거의 없어 바나나 등 콜롬비아산 열대과일 수입 증가는 어려울 것이다.’ 한·콜롬비아 FTA가 발효된 2016년 7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한·콜롬비아 FTA 발효, 농업분야 파급영향과 시사점’을 통해 내놓은 현안분석이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 언제나처럼 수입 바나나가 과일 매대 중심에 놓여 있다. 좀 더 바나나 진열대로 다가가 보니 바나나는 필리핀산과 더불어 콜롬비아산이 양분하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바나나를 보던 소비자 셋 중 하나는 콜롬비아산 바나나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한마디로 ‘격세지감’.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한·콜롬비아 FTA 발효 당시, 농경연 현안분석처럼 콜롬비아산 바나나는 통상당국은 물론 농정당국에서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품목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콜롬비아를 방문해 FTA 타결을 공식 선언한 2012년 6월,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농수산물의 민감성 확보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실적이 있거나 향후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적극적 시장 개방을 유도해 라면, 음료, 비스킷 등 주요 수출 관심품목에 대해 즉시(관세)철폐를 확보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농경연의 전망과 분석이 무색하게, 콜롬비아산 바나나는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수입량이 2만톤에 가깝다. 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올해 필리핀산 바나나 현지 작황이 상당히 좋지 못해 현재 바나나가 시중에서 많이 안 보여야 하지만 콜롬비아산 바나나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며 “사실 필리핀보다 콜롬비아나 에콰도르 등 중남미산 바나나가 맛이 나쁘지 않아 시장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실제 FTA가 발효된 해였던 2016년 콜롬비아산 바나나는 수입이 없어 중량과 금액 집계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FTA 타결 이후 2017년 18.1톤, 2018년 19.6톤, 2019년 1103.9톤으로 수입량이 증가했다. 무관세로 전환되는 첫해인 올해엔 1~9월 현재 1만9065.2톤까지 수입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최근 수입 과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산 체리(1만807.4톤)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무엇보다 칠레 포도 대부분이 상반기에 수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FTA 타결로 인한 수입 과일 원조 격인 칠레 포도(2만4641.6톤)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 9월 콜롬비아 바나나가 2268.5톤 수입된 반면 칠레 포도는 20톤 수입에 그쳤다. 

반면 농정당국이 장밋빛 청사진처럼 제시했던 대 콜롬비아 수출은 초라한 성적만 거두고 있다. 당시 수출 유망 품목으로 농식품부가 직접 언급한 라면의 경우 FTA 타결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매년 10톤 내외로 사실상 수출 실적 변화가 없다. (기타)음료와 비스킷 등 라면과 함께 언급된 수출 관심 품목 모두 FTA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FTA 타결 당시 농식품부가 대 콜롬비아 수출 상위 품목 중 최대이며 앞으로 주력할 것이라고 한 음료의 경우 발효 첫 해인 2016년 2520.6톤이 수출된 이후 2017년 1770.6톤, 2018년 1364.3톤, 2019년 1298.5톤, 올해 1~9월 현재 505.6톤으로 갈수록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다.  

정부에선 FTA를 체결할 때마다 FTA 타결 당시 주요 수출입 품목이 아닌 경우 수입실적이 적거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등 국내 시장에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콜롬비아 FTA 사례는 기후 변화 등 환경에 따른 유동성이 유독 큰 신선식품의 경우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과일시장만 놓고 봐도 국내에서 기후 온난화와 스마트 재배, 지자체의 관심 등으로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작물이 재배되고 있고, 과일은 같은 품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합되는 시장인데 사과와 감귤 등 제철 과일이 나오는 시기에 콜롬비아산 바나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콜롬비아 FTA 타결·발효 과정에서의 농정당국 대응과 관련)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농정당국만이라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농업분야 피해 우려를 전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할망정 정반대의 전망과 분석을 내놨다”며 “앞으로의 FTA 협상 과정에서 농정당국이 콜롬비아FTA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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