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잇따라 언론 매체 등에 기고를 내며 도입 당위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가락시장 거래제도 다양화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원활한 논의를 위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는 위원회 구성원으로 넣지 않았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1일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농산물 거래제도 논의에 정치권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우려스러운 것은 가락시장 내 농산물 거래제도가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여론몰이 식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사람은 도매시장법인을 옹호하는 반개혁적 세력으로 규정하는 한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돼야 ‘공정 경쟁’이 가능하며, 가격 폭등락 등 고질적인 농산물 유통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래제도와 시장 생리를 더 깊게 봐야한다. 강서시장에서 일했던 한 유통 종사자는 취재과정에서 강서시장 경매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매가 새벽 2시에 시작하면 12시에 위탁(시장도매인)을 한 번 둘러보고 산지에 얼마 끊어주는지 조사하고 경매에 임한다. (예를  들어 사과 한 상자) 위탁 가격이 1만원이면 9000원에 사야지 하고 경매에 들어온다. 시세는 1만원이다. 경매로 더 싸게 사려다 못 사면 위탁에서 사면 된다.”

만약 중도매인이 경매로 싸게 물건을 못 사더라도 시장도매인에서 사면되니 가격을 높게 부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농안법(농수산물 가격안정 및 유통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이 같은 유통 왜곡 방지를 위해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영업구역을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을 반대하는 것도 시장도매인제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두 제도가 병행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차라리 강서시장을 시장도매인 특화시장으로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당분간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본격적인 시장 현대화사업 이전에 이 문제를 결론지으려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핵심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제도 문제가 여론몰이식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 농산물 유통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농식품부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농산물 유통의 미래상을 반영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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