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필수
겨울 짝짓기 시기 오면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려 곤란

가을철 민가에 자주 나타나 
대대적 포획 등 서둘러야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이 되고 있는 야생멧돼지 개체 수 저감을 위해서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민가 주변으로 내려오는 현 시기(가을철)에 정부가 대대적인 포획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양돈연구회는 지난 21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양돈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39회 전국양돈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인 선우선영 ㈜케어사이드 이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상황과 방제대책’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선우선영 박사는 이번 발표에서 해외 여러 나라의 멧돼지와 사육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상관관계에 대해 먼저 소개했다.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개체가 나오면 반드시 사육돼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것. 선우선영 박사는 “유럽 많은 나라(러시아·폴란드·체코 등)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례를 보면 멧돼지 발생국은 반드시 사육돼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나타났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이 오염된 환경에 의해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사육 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화천군의 경우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가 많이 나오고 있는 지역으로, 전문가들이 화천군 양돈 농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으로 멧돼지를 지목하는 이유다.

문제는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근절이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에서 발생한 건수가 2018년 6499건에서 2019년 1만1417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까지 이미 2019년 대비 1000건 이상(1만2565건) 증가했다. 이 기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감수성 동물의 수는 2018년 92만3238마리에서 2019년 860만3783마리로 급격히 늘었으며, 올해도 9월까지 712만1606마리로 보고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유럽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을 위해 야생멧돼지 방제에 굉장한 공을 들이는 상태다.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과 사체수색·차단방역·펜스설치·멧돼지 수렵 등 제도적인 조치를 병행하고, 멧돼지 처리를 위한 거점시설을 확보, 방역조치 후 모든 개체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 했다는 게 선우선영 박사의 설명이다.

선우선영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멧돼지 밀도를 줄일 수 있는 적기라고 밝혔다. 가을철은 멧돼지들이 먹을 것을 찾아 민가 근처에 많이 나타나는 시기로, 멧돼지는 겨울철이 되면 짝짓기를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발견할 수 있는 빈도가 떨어진다. 더군다나 짝짓기 이후에는 개체수가 다시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선우선영 박사는 “민가 주변으로 멧돼지가 많이 나타나는 지금이 멧돼지를 많이 포획해서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최적기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멧돼지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짝짓기 시기가 오기 전에 멧돼지를 많이 포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우선영 박사는 이와 함께 국내 전반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제 대책으로 △원인체 및 발생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병인체·방역·현장 전문가 자문을 통한 정책 결정 △정기적인 방역·질병 교육 프로그램 구축·운영과 모니터링 △생산·출하 권역화를 통한 지역 간 전파 차단 △정부·농가·수의사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 △현장 요청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 후 반영 등을 제시하며 “지금 우리는 양돈 산업을 지키면서 질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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