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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범의 마을정담] 위기의 시대, 인식의 대전환을 넘어 담대한 추진을

[한국농어민신문]

농촌의 위기를 해결할 시간은 10년이다. 인구의 급감과 공동체성의 파괴는 위기를 극복할 동력과 토대, 더 중요한 가치의 상실로 이어진다. 척박한 각자도생의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한 경쟁뿐이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곳은 한해 흘린 땀과 힘들었던 수고로움을 수확의 기쁨으로 보상받는 시기다. 겉으로 보이는 이 농촌의 풍경은 그야말로 넉넉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다. 하지만 속살은 썩어문드러지기 직전이다. 양극화와 인구감소 통계는 농촌의 현실을 대변한다. 몇 년전 “지방소멸”이 대유행하면서 농촌의 위기가 모두에게 각인된 듯 하지만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의 쓰나미들로 농촌의 미래는 더욱 더 안개속으로 숨어들었다. 올해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는 그동안 차곡차곡 준비해왔던 지역활성화 계획들을 무력화했다. 지역의 현안에 맞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호혜와 협동의 힘으로 활력을 찾고자 했던 우리의 노력은 공유공간 폐쇄와 비대면의 일상으로 점차 불안감과 불확실성 속에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오랜 궁리로 이어졌다. 

또한 매년 두 세 차례 찾아오던 많은 눈이 지난 겨울 자취를 감추었다. 날씨마저 따뜻해 농사의 기준점이 되었던 절기는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폐기처분 대상이 되었다. 잠시 찾아온 이상기후 정도로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기대는 이번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지역 소하천이 범람하고 끝도 없는 장마로 무너졌고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도래했음을 실감했다. 

현재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석학들이 우리 모두에게 경고한다. 과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 그리고 대전환을 결단하라는 것이다. 누군가 기후재앙과 바이러스는 일란성 쌍둥이라 했다. 맞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끝없는 성장 지상주의와 탐욕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할 것이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다. 사실은 일란성 세쌍둥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물질중심,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논리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능력을 빼앗았다.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 배기량을 늘리는 게 성공적인 삶이라는 광고카피는 일반 서민들의 소소한 목표가 된지 오래고 목이 좋은 건물과 땅을 사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연예인이나 권력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주위와 언론에서 수시로 목격한다. 

창의와 혁신을 내세우며 청년 창업가의 대박을 대서특필하지만 그로 인해 더욱 더 벌어지는 불평등과 양극화, 쏟아지는 쓰레기는 관심 밖이다. 기술 혁명으로 좀 더 일찍 톨게이트를 빠져 나갈 수 있는 편리가 그로 인해 생존의 위협에 놓인 노동자의 처지보다 당연시 되고 30년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며 제자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참스승들의 외침은 이제 “행복은 계급순”이라는 현실로 더욱 고착 되었다.

일상화된 승자와 패자, 배척과 증오, 외면과 우울 그리고 자살 한국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또한 우리들의 오감 만족과 편리를 위해서라면 무분별한 자연의 개발과 훼손은 투자이자 과학 기술 발전의 과정쯤으로 용인되었다. 저 멀리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마존 열대 우림 훼손부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섬 우도,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농촌의 무수한 산림과 농경지의 훼손까지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도래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될까 두렵다.  

다행히도 얼마 전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국의 미래를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야심차고 장대한 선언이다. 이제 시작이기에 앞으로 부족한 것은 더욱 보완할 것이며 구체적인 각론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만 아쉬움과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끝없는 성장 지상주의와 탐욕, 그 중심에 있던 자본의 약탈적 속성에 대한 반성과 근본적 전환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되는 디지털, 인공지능과 같은 신산업이 결국 또 다시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모두가 그 발 아래 경쟁적으로 줄을 서는 형국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리고 늘 그랬던것처럼 농업, 농촌은 찬밥 신세다.
최근 이러한 위기의식으로 각종 포럼과 토론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각종 진단과 나아갈 방향이 넘쳐난다. 그런데 결론은 하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촌의 위기를 해결할 시간은 10년이다. 인구의 급감과 공동체성의 파괴는 위기를 극복할 동력과 토대, 더 중요한 가치의 상실로 이어진다. 척박한 각자도생의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한 경쟁뿐이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제러미 리프킨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든 결과가 팬데믹을 낳았다. 10여년 안에 인류 문명을 전환해야 한다. 칼날처럼 짧은 시간이다”, 조천희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좀 더 절망적이다. “이미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라고 단언한다.

머뭇머뭇 거릴 시간이 없다. 인식의 대전환을 넘어 담대한 추진으로 가급적 빨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지역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더디가도 천천히, 한 30년 묵묵히 하다보면 좋은 날 오겠지”라는 생각이 최근에 바뀌었다. 10년이다.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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