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이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다. 올 초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 세계위험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경고가 현실화됐다. 호주의 대규모 산불, 중국 남부를 휩쓴 홍수, 아프리카 메뚜기 떼 습격, 시베리아 38도 폭염 등 세계 곳곳이 크나큰 자연재해를 겪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봄철의 이상저온, 이례적인 긴 장마와 폭염, 잦은 태풍 등으로 농민은 물론 국민들 모두 큰 고통을 받았다. 이미 전 세계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기후변화의 심각한 양상, 즉 기후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국가의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그래왔듯이 지금도 기후위기에 대해 마치 딴 세상의 먼 미래 이야기로  느끼고 있다. 얼음조각 위에 둥둥 떠서 바다를 떠도는 북극곰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진 채 그저 남의 나라 일 인냥 무심히 흘려보낸다. 이렇다보니 기후위기대응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58위로 최하위다.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가 적은데다 그동안 성장과 개발을 미덕으로 여기고 중시해왔던 탓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분명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위기다. 코로나19백신은 언젠가 분명히 나오겠지만 백신이 없는 기후위기는 정복을 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는 최고의 위협이다. 더욱이 변동성이 크고 예측도 어렵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파급력은 더욱 크다.  

다행히도 최근에 국회가 반응을 보였다. 19대와 20대에 좌초됐던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21대 국회에서는 채택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6번째로 기후위기 대응을 선언하는 국가가 됐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주도가 조례속의 ‘기후변화’ 용어를 ‘기후위기’로 바꾸고, 경기 광명시는 기후위기 대응 조례 제정에 나섰다.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내년부터 2025년까지의 국가 기후변화 이행계획, 이른바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용대책을 만들기 위해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에 나섰고, 농식품부도 기존 농림식품산업을 포함해 푸드시스템, 농촌개발, 재생에너지 부문까지 확장하는 ‘제2차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2021~2030)을 만들고 있다. 2009년부터 농업 기후변화 대응연구를 해왔던 농진청도 올해부터 신농업기후대응체계 사업으로 시스템을 바꿔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농업은 어떤 분야보다도 기후에 민감한 산업이다. 이미 외래수종 및 외래 병해충이 유입돼 피해가 나타나고 있으며 벼, 콩 등 식량작물의 경우에는 21세기 말에 급격한 수량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벼는 21세기 말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25%이상의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제주도에서는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으로 그동안 재배했던 만생종 양파가 생장을 멈추지 않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자 중생종으로 품종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이며 농업위기이다. 이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시대적 과제가 부각됐으며 이를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지가 핵심 농정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범 농업계가 참여하는 코로나19 농민공동대응이 ‘식량주권 실현! 기후위기 대응 농정으로 전환은 시대적 요구이다’라며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따라서 더 이상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정책과 약속보다는 보다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딜의 핵심전략 ‘팜투포크(farm to fork)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EU는 그린딜을 통해 2030년까지 농약과 화학비료, 항생제 사용 등을 현재보다 50%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놨다. 전체 농경지 대비 유기농업 재배면적도 6.5%에서 25%까지 확대키로 했다. 또 농지의 10%는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처럼 우리도 사람과 자연이 모두 건강해지는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환경·생태적 농정으로의 전환을 위해 친환경유기농업 목표치를 보다 더 과감하게 설정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현재 멈춰있지 않고, 우리를 기다려주지도 않고 늘 변화하기 때문에 알기 어렵고 해결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현재 시점에서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진청 기후영향예측평가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이상호 영남대교수의 주장처럼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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