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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기관 승격에 치여···김치연구소 통합되나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난 9월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은 세계김치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재료연구소
본원서 독립 ‘원급’ 승격
NST 부속기관 중 규모 작은
김치연 등 정리 대상 지목 주장 

‘미흡’ 평가 연구실적 ‘보통’ 개선
통합 시 예산절감 효과도 적어
김치업계 등 통폐합 강력 반발


세계김치연구소 통폐합 논의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존폐의 기로에 선 세계김치연구소를 살리기 위해 최근 뒤늦게 지자체가 나섰지만, 관련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NST)는 통합으로 가닥을 잡아갈 전망이다. 김치 종주국으로서 국내에서 하나뿐인 김치연구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김치업계도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 통폐합 논의가 촉발된 원인은 뭘까.

애초에 세계김치연구소 통합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과기부 산하 연구기관 평가에서 세계김치연구소가 2013년과 2016년 ‘미흡’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계김치연구소 연구 실적이 지적됐다. 하지만 김치 분야에 대한 연구 성과가 점차 축적되면서 지난 2019년 세계김치연구소 평가는 ‘보통’으로 개선됐다. 정작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올해 4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재료연구소가 본원에서 독립돼 ‘원급’으로 승격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과기부 산하 NST 소속 부설기관 중 규모가 작은 세계김치연구소와 녹색기술센터가 정리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두 기관을 본원과 통합하는 문제는 작년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처별 검토보고서에서 공식 제기됐다.

세계김치연구소 관계자는 “작년 말 과기부 담당 국장과 면담에서 ‘부설기관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논의를 준비하다가 국회 예결위 보고서도 그렇고 현재 독립시키려는 기관들이 있으니 뭐라도 정리가 되는 기관이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연구 실적이 지적됐던 세계김치연구소가 ‘운영 효율화’를 내세운 통폐합 명분에 맞아떨어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이런 논란은 2013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었던 한식연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되면서부터 예견된 사안이란 지적이다. 당시 농업계에서는 한식연이 식품 관련 주관부처인 농식품부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한식연이 과기부 소관이 될 경우 식품 연구 위축은 물론 기관 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울러 한식연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계획한 이유도 인근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위해서였다는 점도 함께 피력했다.

하지만 결국 한식연은 과기부로 이관됐고, 현 세계김치연구소 통폐합 논란 역시 우려했던 대로 흘러오게 된 결과라고 농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놓고, 김치업계는 국내 유일의 김치 전문 국책 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 통폐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치은 농가김치 대표는 “김치 연구의 핵심기능을 맡은 세계김치연구소가 통폐합된다면 김치 업계에 큰 타격이다”며 “과기부가 다른 연구소는 독립시키면서 운영 효율화를 빌미로 하나뿐인 김치 연구소를 없앤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최근까지도 김칫소 넣기 기계 개발 등 김치연구소와 함께 기술이전 사업을 해왔는데 기능만 남긴 채 연구소가 통폐합된다면 이런 기술 개발도 어렵게 될 것이다”며 “국내 김치 산업이 저가 중국산 김치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김치에 대한 연구마저 축소된다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건 물론 관련 산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김치연구소를 본원인 한식연과 통합 시 예산 절감 효과도 미미할 거란 의견도 나왔다. 세계김치연구소 관계자는 “본원과 통합이 추진됐을 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약 2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세계김치연구소 부지를 광주시로부터 무상 임대받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이후 오히려 청사 유지비 등 본원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문제는 ‘김치산업 진흥법’과 정면 배치된다는 시각도 있다. 세계김치연구소 설립 근거는 ‘김치산업 진흥법’ 제13조 ‘국가는 김치종주국의 위상제고, 김치의 연구·전시·체험 등을 위하여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계 김치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명시돼있다. 세계김치연구소 통폐합 시 법률 위반 소지도 있다는 뜻이다. '김치산업 진흥법' 소관 부처인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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