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김종석 기상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김종석 기상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평년 이하 8월 강우량 예보로
댐 운영 계획 차질 수해 ‘한 몫’

폭염 전망 대비했던 농어민
물폭탄 쏟아져 작물 피해도


올 여름 장마와 폭우 등에 대한 기상청의 부정확한 기상예보가 재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기상청의 예보정확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정확한 강수예보, 홍수피해 키웠다=지난 8월 초 용담댐·섬진강댐·합천댐 하류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를 키운 것은 부정확한 기상청의 강수예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기상청은 5월, 6월, 7월 발표한 장기예보에서 7월과 8월의 강우량에 대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 예보했다. 특히 7월 22일 발표한 장기예보에도 바로 다음 달인 8월에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양의 강우량을 예측했다”며 “하지만 실제 강수량은 7월 420.7mm(평년 240.4~295.9mm), 8월 401.6mm(평년 220.1~322.5mm)로 평년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댐 관리에 있어 장기예보는 월별 댐 운영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결국 기상청의 부정확한 장기예보가 8월 8~9일의 용담댐, 섬진강댐, 합천댐의 대량 방수로 인한 홍수 피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기상청은 7월 30일에야 8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이라고 예보를 수정하는데, 역시 이 예보는 앞선 예보와 마찬가지로 8월 댐 운영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기상청과 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의 협업체제 자체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수해를 인재라고 일컫는 이유가 있다”고 질타했다.

부정확한 기상예보로 피해를 입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농어민들의 어려움도 언급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서울 마포갑) 의원은 “농촌진흥청은 올해 7월 말 기상청 예보를 토대로 해서 주간농사정보를 내놨다. 기상청 폭염 전망과 달리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주간농사정보만 믿고 폭염을 대비했던 농민들은 엄청난 강수량과 바람에 작물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폭염 대비하라고 해서 분무시스템까지 설치했는데, 폭염이 아니라 비바람 피해를 본 것이다. 기상청 오보로 인한 각종 피해를 한번 추산해 본 적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석 기상청장이 “못 해봤다”고 하자, 노웅래 의원이 “추계를 해봐야 대비책이 나올 것 아니겠나”라고 재차 지적했고, 김종석 청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또 “어민들의 안전과 조업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해양기상관측기기 미설치 구역 19곳이나 된다. 관측 자료도 없이 풍랑주의보 등과 같은 기상예보의 발령·해지 발표를 해왔다는 것인데 어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겠나. 내년까지 미설치 지역의 해상관측장비를 설치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리한 지표만 공개하다 불신 자초했다=기상청이 유리한 기상예보 지표만 공개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을) 의원은 예보정확도 지표 중 기상청이 공개하는 강수유무정확도(ACC)는 4년 평균 92.3%인 데 반해 비공개 지표인 강수유무적중률(TS)은 46%로 대비가 분명하다며, 2017년 감사원 감사 이후 기상청이 ACC와 TS, 임계성공지수(CSI) 지표를 같이 공개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성 의원은 “감사원은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평가할 때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강수유무정확도(ACC)에서 강수와 관련이 없는 값을 제외하고 산정하는 강수유무적중률(TS)로 봐야 하고 이럴 경우 TS는 4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며 “기상청이 유리한 지표만 공개하다 결국 ‘기상망명족’이라는 불신을 자초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의원도 “강수예보 정확도를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에는 강수맞힘율(POD)이 있다. 강수된 강수현장에 대해 미리 예보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라며 “2019년은 70% 수준이었다. 강수맞힘율 70%라는 것은 비가 온 날 중 강수예보가 있었던 경우가 70%라는 것이며, 다시 말해 실제 비가 온 날 중 강수예보가 없었던 날이 30%에 이른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수 관련 예보를 엄격하게 산출해 국민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종석 청장은 “기상 예보가 열악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재난 예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판단해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부분은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방향으로 TS 지표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TS는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감에선 기상청장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됐다. 김성원 국민의힘(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은 “지난 수년 전 기상청 국감에서 제기됐던 것들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이 기상청에 대해 ‘없애라’, ‘낭비다’, ‘오보청’, ‘구라청’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반성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지금의 기상청장이 있으면서 변화와 혁신, 개혁을 바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기상청장이 용퇴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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