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비상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소재 양돈 농가 두 곳에서 연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상서면 봉오리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 인근에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첫 발병농장 인근 돼지 살처분
경기·강원북부 인접 시군 농장
혈액시료 정밀검사 결과 ‘음성’
농장단위 방역수칙 준수를


사육 돼지에서는 발생이 멈춘 지 1년 만에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소재 양돈농가 두 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연이어 발병하면서 양돈농가와 방역당국 모두 비상이 걸렸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 인접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를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올해 들어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발생한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소재 농장과 이 농장 반경 10km 내 방역대 내에서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봉오리 소재 농장, 또 방역대 내의 나머지 한 농장까지 모두 3개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2244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11일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주가 소유한 포천시 소재 양돈 농장 두 곳에 대해서도 살처분(돼지 1800마리 규모)을 끝마쳤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방역당국이 경기·강원 북부 및 인접 14개 시군 양돈 농장 358호를 대상으로 돼지 혈액시료를 채취해 진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밀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양성 확진 농가와 역학관계를 확인한 50개 양돈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상서면 첫 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농장의 경우 철원군 소재 도축장 예찰 도중 양성 개체를 발견한 것으로, 역학 관련 농장에 대한 검사 결과에 정부와 양돈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역학 농장 및 인접 시군 양돈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가 20여일로, 잠복기 내에 다른 역학 관계 농장의 추가 발생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감염농가와 역학관계에 있는 농가·축산 시설 등을 중심으로 정밀검사와 집중소독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들은 이번 화천 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긴 유력한 감염원으로 그동안 화천을 포함해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야생멧돼지를 언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천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발견 건수가 많았던 지역이다. 올해 1월 첫 발생 이후 누적 건수가 290건이나 된다. 국내 9개 시군에서 발생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총 758건 가운데 약 38.3%가 화천군에서 보고된 것이다. 특히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의 경우 불과 250m 떨어진 지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폐사체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농가에 직접 접촉했다기보다는 감염 멧돼지로부터 오염된 주변 환경에서 사람이나 차량, 농작업 기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양돈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 노력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점 인근 농가·축산 시설 등의 철저한 차단 방역 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화천군 농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화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많이 나온 위험지역이었던 만큼 예견했던 일”이라며 “야생멧돼지를 완전하게 들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의 멧돼지 개체 수 저감 노력과 함께 농장 단위에서도 더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호성 교수는 이어 “농가별 전담 수의사가 수시로 농장 상황을 점검하는 전담수의사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규 도드람양돈연구소장은 “정부가 경기·강원 지역을 여러 권역으로 구분해 통제·관리해 왔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발생은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오염물이 사람·차량 등에 묻어 농장 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 농장 입구부터 모든 사람·차량에 대한 소독과 함께 돈사에서 사용하는 신발 및 손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섭 양돈수의사회 회장은 멧돼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소탕 대책 수립 및 추진을 강조했다. 김현섭 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은 결국 멧돼지로, 멧돼지가 없는 지역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환경부가 멧돼지 소탕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전문가들은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예방적 살처분 및 수매에 참여한 농가를 대상으로 최근 진행하던 돼지 재입식 절차에 대해선 이번 화천 발병과 상관없이 재입식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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