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낙농진흥회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경남집유사업소가 시설 노후화 등으로 폐쇄 위기에 놓였다. 이에 낙농가들은 경남집유사업소의 존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경남집유사업소의 입구에서 촬영한 모습.

▶폐쇄 추진 배경은?

노후화로 고정투자비용 증가
화재 등 사고 위험성도 커
타 지역보다 집유비용 16%↑
내년부터 부산우유 변경 계획 

▶낙농가 반발 이유는?

부산우유, 진흥회 조합 아니고 
원유 검사 멀리 이관 등 불편
낙농진흥회 운영 어렵다면
참여조합이 맡도록 유예 촉구

낙농진흥회는 ‘수용 불가’ 방침

전국에서 유일하게 낙농진흥회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경남집유사업소가 노후화된 시설과 경영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폐쇄 위기에 놓였다. 낙농진흥회는 폐쇄한 경남집유사업소의 집유 업무를 2021년 1월 1일부터 부산우유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서부경남 낙농가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경남집유사업소의 존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시로 뒤바뀐 집유 주체=낙농진흥회는 1999년 3월, 부산·경남 권역에 부산경남우유조합(이하 부산우유)과 경남낙협 등 2개 조합을 집유 조합으로 지정했고 경남낙협은 1999년 12월부터 집유 업무를 진행했다. 이에 거창·남해·사천·산청·진주·하동·함양 등 경남 서부지역 7개 시·군 낙농가들은 경남낙협으로 우유를 보냈다.

하지만 2003년 4월 경남낙협의 파산으로 낙농진흥회가 경남낙협 집유소를 임차해 직접 관리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이후 2003년 9월부터 빙그레가 집유를 대행했지만 집유 조합이 아닌 일반 유업체에 집유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2009년) 지적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낙농진흥회의 직접 관리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경남집유사업소에는 서부경남 7개 시·군, 58개 농가가 일평균 57톤의 원유를 생산해 납유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경남집유사업소 폐쇄 이유는?=낙농진흥회가 경남집유사업소를 폐쇄하고 집유 업무를 부산우유로 이관하는 이유는 현 경남집유사업소의 노후화로 고정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화재 등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현 경남집유사업소는 2003년 폐쇄된 빙그레 집유소를 재활용하고 있어 폐수처리장의 노후화, 화재 사고 위험성 등으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간 1억원의 운영비가 발생하는 등 투자비용이 적잖고 다른 지역 보다 집유 비용이 약 16%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낙농진흥회의 경영손실액이 매년 증가해 경남집유사업소의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낙농진흥회는 2021년 1월 1일부터 집유 주체를 부산우유로 바꾸고 집유소도 경남 함안에 위치한 부산우유 1공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동철 낙농진흥회 부장은 “80년대 중반에 설립된 집유장을 사용하면서 화재 사고, 노후화 된 폐수처리장 문제, 원유 검사를 담당하는 책임수의사 정년퇴직 등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산우유가 집유 업무 대행의사를 피력하면서 업무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경남 낙농가들, 강하게 반발=서부경남 낙농가들은 낙농진흥회 소속 경남지역 농가들과 함께 집유대행업체 변경의 우려를 전하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서부경남 7개 시·군 58농가들의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환 대표는 “낙농진흥회는 빙그레의 집유 폐쇄를 이유로, 빙그레는 낙농진흥회 집유대행 체제 변경을 구실로 내년 1월 1일부터 현 경남집유소를 폐쇄하려 한다”며 “특히 낙농진흥회가 집유 업무를 위탁하는 부산우유는 현재 낙농진흥회 참여조합도 아니다”고 성토했다.

낙농가들은 집유 주체가 변경될 경우 원유 검사 등에서 큰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명환 대표는 “현 경남집유소는 항생제나 냉각기 등 긴급한 검사를 의뢰할 경우 야간이나 새벽에도 신속히 편의를 제공받으며 탄탄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동부경남지역의 부산우유 칠서공장으로 집유소가 변경되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원유에 대한 각종 검사업무도 가까운 진주시 소재 경남도 동물위생시험소 본소에서 동부경남지역인 김해시 소재 중부지소로 멀리 이관돼 큰 불편이 수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부경남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는 부산우유 비조합원”이라며 “낙농진흥회 소속 조합이 아닌 부산우유에서 집유를 한다면 마치 집 없는 달팽이 신세가 되어 부산우유의 검사나 집유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고, 기존 조합원과의 차별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명환 대표는 또 “부산우유에서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의 원유생산 기준량(쿼터)을 관리해주기가 어렵기에 기준량 매수 및 매도도 어려워지고, 현재 집유소장을 통해 듣고 있는 낙농진흥회 소식이나 정책 등 유용하고 긴밀한 정보를 접할 기회도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고 아쉬워했다.

서부경남 낙농가들은 현 체제를 유지해달라는 입장이다. 이명환 대표는 “서부경남 낙농진흥회 납유농가는 현재의 경남집유소를 유지해주길 간곡히 바란다”며 “운영적자에 대한 손실 부분을 농가들도 부담할 수 있다고 서약까지 한 만큼, 경남집유소의 존속을 낙농진흥회에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피력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농진흥회 직영이 어렵다면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어 신설조합이나 낙농진흥회 참여 집유조합이 집유 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낙농진흥회가 소속 농가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집유대행업체 변경을 강행한다면 서부경남 낙농가들의 연대투쟁을 통해 낙농진흥회의 존재 이유를 되묻겠다”고 밝혔다.

▲낙농가들 요구에 대한 낙농진흥회 입장=낙농진흥회는 낙농가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낙농진흥회 소속 집유 조합으로 업무를 이관하거나 낙농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달라는 요청에 대해 낙농진흥회는 집유장 신설, 추가 인력, 낙농조합의 사업구역 변경 동의 필요, 조합 설립 절차 등이 필요한 만큼 현행 같은 과다한 집유 비용 소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낙농가들이 우려하는 원유 검사 등도 부산우유가 문제없이 시행하고 있고 국가 원유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곳은 집유 관리주체인 만큼 검사기관이 변경돼도 농가들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철 부장은 “경남 서부지역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의 집유와 원유 검사, 유가공장 공급까지 안정적인 집유 체계를 구축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낙농가들이 조합을 설립한 후 집유 능력을 갖춘 후 요청한다면 추후에 집유 주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고성=구자룡, 이현우 기자 kuc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