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5명·장려상 14명 당선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지난 9월 23일 충북 음성군 일원에서 ‘제4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수안 수필가, 김성령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 반숙자 심사위원장, 김현수 작가, 송미령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장.

제4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이 여성농업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민신문사와 농협중앙회가 주관한 ‘제4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이 약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여성농업인의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문예창작 활동을 통한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된 공모전은  △여성농업인의 농촌에서 일상과 역경 극복 사례 △귀농·청년 여성농업인의 농촌생활 적응기 △다문화 여성의 농업·농촌 이야기 등 세 가지 주제로 지난 6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공모 원고를 접수받았다.

원고 접수 결과 총 71편이 접수됐고, 예선심사를 통해 43편이 본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후 2018년 ‘조경희 수필문학 대상’ 외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반숙자 수필가를 심사위원장으로 총 5명의 심사위원단이 꾸려졌고, △스토리 △문학성 △감동 △농업연관성 등을 기준으로 작품에 대한 채점이 이뤄졌다. 이후 9월 23일 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심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작품 중 최고 점수를 받은 작품을 추천해 최우수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어 차등 점수를 받은 작품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 투표를 통해 우수상과 장려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심사위원회 결과 최우수상에 전남 진도의 오승희 씨(‘나는 농부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에 따르면 오승희 씨의 작품에는 한우 사육과 태풍 피해, 그리고 아들을 떠나보낸 아픔 등의 시련을 무농약 키위 농사로 극복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의 이야기를 의연하고 당당하게 담았다는 평가다.

우수상은 총 5명으로 △권혁숙(충북 음성) △금경애(경북 영주) △박명화(충북 진천) △이신지원(전북 남원) △천혜린(충북 괴산)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장려상은 총 14명으로 △권미란(충남 홍성) △김려정(전남 담양) △남설희(충북 음성) △남소라(전남 무안) △박영옥(충남 공주) △안명자(대구 달성) △유호순(충북 제천) △이명숙(충북 괴산) △이명옥(충남 당진) △이선미(충남 천안) △이은미(경기 포천) △이제나(경기 용인) △이하나(전북 임실) △임수연(충남 세종) 등이 선정됐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이 수여되고, 우수상은 상금 100만원과 농협중앙회 회장상이 장려상은 상금 50만원과 한국농어민신문사 사장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당초 10월로 계획됐던 시상식이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됨에 따라 수상자 전원에게 여성용 전동 예초기를 부상으로 증정할 계획이다.

반숙자 심사위원장은 “올해 공모전은 양보다 질적인 면에서 향상을 보였다”면서 “코로나 19와 자연재해 등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농업과 축산, 농업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의 삶이 진솔하게 나타나서 감동으로 심사했다”라고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변화하는 농촌의 현주소 와닿아…미래농업 희망 엿보여

●공모전 총평|심사위원장 수필가 반숙자

키위농사 둘러싼 대하드라마
오승희 씨 ‘나는 농부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
‘농부의 아내가 아닌 농부’
당당한 외침 곳곳에 퍼져 나가길


올해는 예기치 않은 세계적인 재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생활이 힘들어진 탓인지 응모작이 풍성하지 않았다. 양보다 질적인 면에서는 향상을 보였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농업과 축산, 농업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의 삶이 진솔하게 나타나서 감동으로 심사했다.

전체적으로 올해의 특징은 연륜이 있는 글이 많았고 청년들의 귀농, 귀촌이 확대돼 가는 우리 농촌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앞으로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제시를 보았고 젊은이들이 귀농하여 불편 없이 살아갈 경제적 기반과 문화여건도 갖추는 미래의 비전도 보았다. 여기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농촌 초등학교가 폐교의 위기에 있을 때 귀농정책의 효과로 어린이들이 들어와 폐교를 모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중에는 귀농에 실패를 해서 2억원의 부채를 지고 손을 턴다는 작품으로 귀농정책의 또 다른 면을 생각하게 했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작품은 총 43편이다. 다섯 분의 심사위원이 개별적으로 심사를 하고 한 자리에 모여서 한 작품씩 검증하며 최우수상 1편 우수상 5편 장려상을 14편 선정했다. 심사규정은 스토리, 문학성, 감동, 농업연관성 네 가지의 항목으로 세분화돼 작품 선정에 도움이 됐다.

43편의 작품을 읽어가며 농촌의 변화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토질을 살리고 다수확의 결실을 위해 노력하던 농촌이 그것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게 된 현 상황에서, 또 다가오는 미래의 농촌을 위해서 어떻게 변화돼야 함을 체험을 통해서 보여준 글이 많았다. 그것은 단순농사만 가지고는 한계상황을 부딪치고 생존이 어려우니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해 살아남기 위한 자발적 몸부림이라 해도 좋다.

작품을 읽고 구체적으로 느낀 체감은 연대의식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코 혼자만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귀촌 후 일을 배우기 위해 남의 일을 하면서 일곱 사람의 귀촌인들이 연대해 서로의 농장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이며 독서모임 동아리가 서로 도와 가는 과정들이 혼자 하는 농업, 나만 잘 사는 농업에서 도농이 함께 변화 발전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또 하나는 SNS를 통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로 판로를 개척하고 더 나아가 온 마을 공동체가 참여해 마을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확대되고 내실을 기하고 있음도 미래를 향해 발전하는 농촌의 변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영농이 아니라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고 영농법을 연구하고 농산물을 가공해 기업화하는 구조로 농업경영의 실질적인 변화와 모색이 돋보였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이다. 연구하는 농민, 경영하는 농민으로 소득이 확대돼 안정되고 삶의 의미를 성취하는 농업이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빠르게 변화는 데는 시대적인 요구가 있고 무엇보다도 젊고 패기 넘치는 귀촌인의 활약이 크다. 귀농 인구가 늘고 옛것의 답습이 아니라 농산품을 생산해 내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더 나아가서 마을 공동체가 함께 참여해 소득증대를 꾀하고 마을 사업으로 확대시키는 노력들이 믿음직했다. 또한 귀농을 위한 준비과정, 농촌지도소의 역할, 각종 교육과 현장실습 등을 통해 정착하도록 돕는 시스템이 건전해서 농촌발전의 희망을 보았다.

내용은 일관된 스토리가 필요하고 문학성은 스토리에 입히는 작가의 생각과 올바른 문장을 필요로 하고 감동은 내용의 진솔성에서 오는 느낌을, 농업연관은 스토리가 농업에 기반을 둬야 함을 부언한다.

최우수상 ‘나는 농부다’ 오승희 님의 작품은 키위농업을 둘러싼 한 생애가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져서 제4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의 위상을 최고로 빛내준 작품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55년 생애의 스토리가 정연하고 정확한 문장에 절제된 감정이 감동을 줬다. 무엇보다도 한생애가 다래농사로 일관한 농업인의 기개를 높이 샀다.

오승희님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무의식중에 큰 농토에 대한 남다른 소망을 가지고 키위농사를 하는 청년을 만나 결혼한다. 그의 글속에 우리나라 농업인이 겪은 역사가 있다. 태풍 매미의 습격, 2005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 와중에 부침을 거듭하며 키위 농업을 키워가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연하게 서술됐다. 무엇보다도 16세 아들을 골육종으로 잃고 좌절과 암울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 농업기술센터의 ‘e-비즈니스 교육’과 ‘친환경교육·통신판매교육’이다. 오승희 님은 농부의 딸, 농부의 아내로 재기의 기틀도 농업에서 이룬다. 여기에 서 그치지 않고 받은 교육을 활용해 자신의 삶을 SNS에 쓰면서 온라인판매의 가능성을 찾아 무농약 키위농사로 자리를 잡아갔다.

글을 더욱 단단하게 한 것은 현재 우리의 코로나 사태를 언급하고 면역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 중요한 면역성은 올바른 먹을거리에 나온다는 지론이 상당한 설득력을 준다. 올바른 먹거리는 농업현장에서 무농약, 유기농을 해야 함을 말하고 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함을 일깨운다. 특히 우리의 교육문제를 언급한다. 초·중학교 교육과정에 먹을거리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역설에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하여 고통이라는 진주와 하나가 된 지금 오승희 님은 키위를 키우며 세상으로 나와 건강하고 밝은 세상을 가꾸기 위해 “나는 농부의 아내가 아니라 농부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당당한 농부다”라는 외침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당당한 자존감이며 주체임을 알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민신문사와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는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을 진행하는 목적일 것이다. 입상자 여러분의 수고에 뜨거운 박수로 축하드리며 입상하지 못한 분들께도 용기의 박수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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