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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법인 제자리 찾기김정호 (사)환경농업연구원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종친회영농조합이라고요? 종중 땅을 농업법인으로 등기하면 농지소유권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으니까요. 종묘회사를 농업회사법인으로 변경하셨어요? 세금 감면은 물론 정책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일반 협동조합으로 운영하시는 거예요? 영농경력이 부족하고 땅도 없어서 농업법인 설립 요건이 안된다네요.

현행 농어업경영체법 제16조에서 영농조합법인은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출하·유통·가공·수출 및 농어촌관광휴양사업 등을 공동으로 하려는 농업인 또는 농업생산자단체”가 설립할 수 있다. 또한 동법 제19조에서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의 경영이나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를 기업적으로 하려는 자나 농업인의 농작업을 대행하거나 농어촌관광휴양사업을 하려는 자”가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설립된 농업법인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금년 3월 공표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법원에 등기된 농업법인은 6만6877개이고, 그 중 결산법인은 3만7686개, 그리고 실질 운영 중인 활동법인은 2만1780개로 파악되었다. 주사업 형태로는 작물재배업과 축산업 7172개, 농축산물유통업 6737개, 농축산물가공업 4517개 등이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관리하는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에 의하면 2018년 말 기준으로 등록한 농업법인은 1만1600개로 집계되었다. 농어업경영체법 제4조에 의거하여 농업·농촌에 관련된 융자·보조금을 받기 위해 농업경영 정보를 등록한 농업경영체이다. 여기서 농업경영 정보란 “농지·축사·임야·원예시설 등 생산수단, 생산농산물, 생산방법 및 가축사육 마릿수 등 농업경영 관련 정보”를 말한다. 

앞에서 정리한 통계 수치를 따져보면 농업법인 제도의 허술함이 그대로 나타난다. 즉, 현재까지 농업법인 6만여 개가 설립되었는데 그 중 2만여 개만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농업생산 활동으로 경영하는 법인은 1만여 개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그나마 매년 농업경영체로 등록하는 농업생산법인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니 다행스런 현상이기는 하다.

농업법인 제도의 본래 취지는 영세농의 협업으로 영농규모를 확대하고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농업소득을 증대하기 위함이다. 농업경영의 규모경제(scale economy)와 범위경제(scope economy)를 추구하려는 방책이다. 이들 농업법인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정책사업에 농업생산조직을 참여시키고 자금을 지원하였다.

그런데 초창기부터 부작용이 나타났다. 예컨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 생산자조직을 결성하고 농업법인을 설립하는 사례, 세제 혜택을 받으려고 명목상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실제는 개인사업으로 운영하는 사례, 농업법인이 농지 소유가 가능하므로 지가 상승을 노리고 투기 목적으로 설립하는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농업인들이 법인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점도 지적된다. 인적결합체로 무한책임을 가지는 영농조합법인은 농업인들의 협업적 참여가 쉽지 않았고, 유한책임이지만 자본증권이 투자 물건이 되는 주식회사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게다가 농업법인의 청산 절차가 복잡하여 그대로 방치하는 실정인데,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농업법인이 농산물유통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반갑지만은 않다. 산지유통시설이나 가공시설 설치에 건설업자들이 나서서 농업법인의 사업 참여를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농산물유통사업에 전문화된 농협조직과 경쟁하게 되어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뿐더러 지역에 따라서는 중복 투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풍토 속에서도 꿋꿋하게 농업인들의 협동을 바탕으로 농업경영체를 운영하고 있는 1만여 개의 농업법인들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다. 농업생산을 기반으로 협업농과 기업농의 유리성을 실현하고 있는 경영체들이 진정한 농업법인의 모습이며, 따라서 이들이 지역농업을 이끌어가는 공동경영체로서 더욱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농업법인이 제자리를 찾는 방향이다. 먼저, 유명무실한 법인들을 위해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하여 청산의 길을 열어주고, 신설 운영하는 법인들이 농업경영을 통해 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농업법인의 정의와 사업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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