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농업마당
동물복지 축산을 논하다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동물복지 축산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가 동물의 복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동물의 복지란 철저히 동물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새와 들판을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의 자유에 비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은 불행하고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가 유유히 그들의 비행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실 새는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쉼 없이 날기와 앉기를 반복하는데, 새끼가 있다면 그 노동 강도는 어미 새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다. 초원을 누비는 동물들도 얼핏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목숨을 건 삶의 현장일 뿐이다.

동물은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 자유,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의 자유,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등 5대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야생동물은 5대 자유를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와 호랑이는 수 일 또는 수 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자와 호랑이 새끼의 생존율이 30%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것이 냉혹한 자연의 섭리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복지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야생에서 초식동물은 맹수에게 산채로 고통스럽게 죽임을 당하는데, 결코 그들이 동물의 5대 자유를 충분히 누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은 적어도 배고픔, 목마름, 추위, 질병 또는 천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므로 축산업이 마치 동물의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죄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분만한 어미 돼지를 좁은 스톨에 가두는 것이 동물복지에 반하는 것은 분명하나 넓은 공간에 어미와 새끼를 두게 되면 어미에게 깔려서 희생되는 새끼가 급격히 늘어난다. 불행히도 어미돼지는 자기 새끼를 압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미돼지의 구속이 새끼돼지에게는 복지가 될 수도 있다. 동물복지 축산이라 함은 동물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해주면서 그들이 동물의 본능을 충분하게 누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이것은 결국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행위라 볼 수도 있다. 필자는 사람의 기준에선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도 충분히 동물의 5대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무항생제 축산물’이란 항생제, 합성항균제, 호르몬제 등이 포함되지 않은 사료를 급여하고 일정한 인증기준을 지켜 사육한 축산물이다. 그런데 가축이 질병에 걸리면 치료를 위한 약물을 투여해서 가축의 고통을 경감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을 위해 가축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무항생체 축산이 과연 동물을 위한 길인지 사람을 위한 길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를 보면 돼지의 기생충 감염률(약 0.08%)에 비해 소의 기생충 감염률(약 3%)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인체에 위험한 기생충은 아니지만, 돼지의 기생충 감염률이 월등히 낮은 이유는 거의 대부분 농장 내에서 사육되기 때문이다. 방목이나 야외 사육이 늘어날수록 체내 기생충 감염 비율뿐만 아니라 쇠파리·모기 등 체외 기생충에 의한 고통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인수공통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자연 방목이 반드시 가축 복지의 금과옥조는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약물을 급여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동물의 복지를 위한 길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산란계를 시작으로 현재 7종의 가축에 대해서 ‘동물복지 축산농가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재 인증 농장은 200여 곳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한우농장은 거의 전무하다. 이러한 이유는 동물복지 축산이 농가에 실질적인 이윤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동물복지 축산농가에 시설개선 비용이나 환경개선 및 경영 등에 대한 지도·상담 교육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선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각종 인증제를 실시하면서 인증만 해주고 끝낼 것이 아니라 농가의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동물복지 축산농가 인증을 통해 생산된 축산물의 등급 판정 시 가산점을 줘 더 많은 축산 농가가 동물복지 축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각종 정부관련 평가와 군납 또는 학교급식 납품사업 등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향후 축산물의 품질은 맛과 풍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축산물이 가지는 사회학적인 가치도 품질의 주요한 요소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동물복지 축산을 통해 생산된 축산물에 더 높은 가치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아야 한다. 또한 여러 축산 관련 협회와 자조금 또한 축산물의 홍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동물복지 축산에 대한 소비자 홍보 등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어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HN 2020-10-29 13:59:17

    스스로 삶을 어떻게 살지 선택의 기회도 없는 최악의 삶.
    복지의 탈을 쓴 착취의 정당화.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