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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달라져야 한다 <상>매년 똑같은 국감, 언제까지?도돌이표 질의, 형식적인 답변, 부실 시정조치…“이제는 바꾸자”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국정감사 위원(국회의원)들의 호쾌하고 날카로운 질의에 피감기관(행정부) 수장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국정감사장에서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오히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감이 파행되거나 ‘정책 국감’이 실종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많아졌다. 예전의 질의를 ‘재탕’, ‘삼탕’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판과 연결된다. 피감기관의 사후조치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국정감사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외) 중 정치적 색채가 가장 옅다고 평가 받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국감을 통해 21대 국회의 첫 국감에서 달라져야 할 부분들을 짚었다.
 

◇성과는 없고 ‘말잔치’만 요란

최근 3년 국감서 연속 제기된
‘단골 질의’만 수십 가지

‘농업 예산 확대’ 관련 문제는
20대 국회 4년간 지적됐지만
실제 예산 증가율은 기대 이하  
사후 시정조치 ‘요식 행위’ 비판 


국정감사가 해마다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 있다는 데 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질문의 요지가 크게 다르지 않고, 피감기관의 답변과 사후 시정조치도 ‘형식적인’ 대응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결국 성과는 없고 ‘말잔치’만 요란한 국감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017~2019년 최근 3년간 농해수위 국감에서 매년 제기되는 ‘단골 메뉴’들이 몇몇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분류한 2017~2019년 국정감사 연례적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을 보면 △농식품부와 소관 기관이 3년 연속 15건, 2년 연속 13건, 2년 격년 11건 등 39건 △산림청이 3년 연속 13건, 2년 연속 5건, 2년 격년 9건 등 27건 △해양수산부가 3년 연속 18건, 2년 연속 8건, 2년 격년 1건 등 27건이다.

이 중 농업 분야의 대표적인 국감 질의는 ‘농업 예산 확대 요구’다. 앞선 입법조사처의 분류에서는 2년 연속으로 분류돼 있는데, 실제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0대 국회의 국정감사 4년 연속 지적됐던 사안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해당 문제가 지적될 것으로 점쳐진다. 

19대 국회까지는 쌀이나 배수관리 예산 등 일부 사업 또는 품목 수급 측면에 맞춘 예산 편성 또는 증액 요구가 많았고, 주로 예산 집행률(불용 예산) 문제가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다가 20대 국회부터는 농업 홀대 여론과 맞물리며 농업 예산 확대 문제가 본격적으로 국감 현안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피감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치 사항은 원론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7~2019년도 3년간 국감 결과보고서에서 “2019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농업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2017년도 국감 결과보고서), “2020년 농식품부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2018년도 국감 결과보고서), “2021년 농업 예산이 확대되도록 재정 당국과 적극 협의하겠다”(2019년도 국감 결과보고서)고 밝혔다.

이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는 동안 농업 예산 증가율은 2018년 0.08%, 2019년 1.1%에 그쳤다. 공익직불제 도입 예산 반영으로 2020년 농업 예산이 7.8% ‘반짝’ 증가했으나 2021년도 예산안에서 농업 예산 증가율은 2.3% 수준이다. 피감기관의 사후 시정조치가 ‘요식’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르는 대목이다.

다른 고질적인 문제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농지(연금)’, ‘직불금’, ‘농업재해보험’, ‘여성농업인 복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 ‘농산물 수급’, ‘농업 인력’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3년간 매년 국감에서 지적됐다. 이들 역시 국감 기간에 ‘잠깐’ 언급되다 잊히고 다음해 국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구속력 없는 평가체계, 실효성 논란 자초

후속조치 담은 결과보고서
국감 끝난 뒤 4~5개월 후 제출
국회·언론 주목도 떨어지고
형식적이라도 제재 방법 없어

‘시정 처리 결과 평가’ 개정안
19~20대 발의됐지만 통과 안돼
입법조사처 평가도 현실 괴리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농해수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상임위도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국감을 끝낸 후 피감기관에 대한 시정 및 요구사항을 채택하고, 이에 대해 정부는 후속 조치 및 향후 계획을 담은 결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제출 시점은 일정하지 않다. 20대 국회에서는 국감이 끝나고 4~5개월 후인 다음해 3~4월 전후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렇다보니 국회와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의 정치적 현안에 밀릴 경우 국감 사후조치에 대한 피드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국감 평가체계에 관한 구속력 있는 법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형식적인 시정 조치 결과를 내놓아도 이를 제재하거나 후속 이행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가 국감 시정 조치에 따라 행정부에 예산 조정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다음연도 예산안 심사와 연계시킬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이를 보완하려는 국회의 적극적인 의지 부재까지 더해져 결과적으로 국감의 실효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조사법)에 따르면 제16조 ‘감사 또는 조사 결과에 대한 처리’에서 “국회는 감사 결과 정부 또는 해당 기관에 변상, 징계조치, 제도개선, 예산조정 등 시정을 요구하고”(2항), “정부 또는 해당 기관은 시정 요구를 받거나 이송 받은 사항을 지체 없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3항)고 돼 있다. 또 4항에서 “국회는 처리 결과 보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해당 규정에서 보고 시점이 구체적이지 않은 채 ‘지체 없이’라고 돼 있어 정부 부처별로 국회 제출시점이 일정하지 않고, 정부의 시정조치 결과에 대한 평가 기준과 방법 등도 정해져 있지 않아 실효성 있는 평가 또는 피드백 체계가 마련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피감기관의 처리 결과 등을 평가하도록 하는 등의 개정법안이 19~20대 국회에서 각각 발의된 바 있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의 국감 결과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회입법조사처가 맡아 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을 자체 기준으로 일부 선별해 분석하다보니 현안 중요도와 괴리가 크게 벌어지는 한계를 보인다. 이를테면, 경마중독 예방 및 치유사업, 신선농산물 수출 지원, 농식품 가공품의 국산원료사용률 제고 등 개별 사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식이다. 이 역시 법적 강제성 없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이다.

사진은 2019년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답변하는 모습.


◇현안 쏠림, 자극적인 이슈에 주목

2019 국감 집어삼킨 ‘ASF’처럼
자극적 이슈·현안 쏠림 심화
국회 전문성 강화·자구책 노력
상시국감 등 구조개선 힘써야


국감 이슈를 접근하는 여야의 접근방식은 정치적 지형과 이해관계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행정부의 ‘부실·무능’을 부각시키려는 야당의 입장과 이를 적정 수준에서 견제하려는 여당의 입장 차이가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야당 쪽에서는 자극적이고 폭발적인 이슈에 주목하는 반면 여당은 ‘정책 국감’을 내세우는 구조가 짜이게 된다. 최근 들어 여야의 대립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이 여파가 국감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른 상임위보다 상대적으로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 농해수위도 전염병이나 재해 등의 이슈에서는 여야의 온도차가 판이하다.

2019년 국감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집어삼킨 ‘ASF 국감’이었다. 국회가 지적한 시정 및 처리사항 47건 중 11건(23.4%)이 ASF와 관련됐다. 농식품부의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은 최근 3년간 추이(2017년 108건, 2018년 73건, 2019년 47건)를 볼 때 지난해가 가장 적었다. 

현안인 ASF 사태에 대한 국회의 쏠림 현상이 컸고, 2020년 4월 21대 국회 총선을 앞둔 상황,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ASF 방역 문제로 첫날 농식품부 국감이 취소된 탓에 물리적인 시간 제약으로 다른 분야의 질의 자체가 두드러지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지난해 국감은 20대 국회 마지막으로 WTO 개발도상국 지위 문제(통상), 쌀 목표가격 설정 문제, 공익직불제 도입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을 점검하는 기회를 놓쳤다. 결국 행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 농어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국감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현안에만 치우친 국감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5년도 농해수위 국감 평가에서 “농가 소득 개선, 농어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정책 요구보다는 일회성으로 지원금 확대 촉구 등 심도 있는 정책에 대한 평가를 이루지 못했다. 피감기관의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에 집중하기보다는 여야 모두 지역구 획정 등 선거를 위한 행동에 더욱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부실 국감’을 얘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부분이 있다. 국회 역량이 제한적인 데 비해 피감기관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짧은 기간 동안 감사를 일제히 치러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감의 질적 수준 저하와 형식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회의 전문성 강화 자구책 노력과 더불어 상시국감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어민·국민 위한 국감으로 달라지길 기대"

◇21대 국회 첫 국감 달라져야

국회 자성·의식적인 노력 선행
구조적·운용상 잘못은 지적해야


국감조사법에 따르면 국감은 매년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실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행 국정감사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법 규정 위반은 아니다. 예외 조항에서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관련법 개정 이후 한 차례도 빠짐없이 국감은 9월 정기국회 이후 열렸다. 그리고 이는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국감 일정부터 시작과 끝, 그리고 사후 조치까지 국감 제도의 곳곳에는 이런 관행들이 있고, 지금의 국감을 만들어왔다. 국감 시점부터 기존 형식에 대한 관행이 앞서는 현실 속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국감의 내용과 체질을 바꾸는 부분은 긴 호흡에서 바라봐야 할 과제로 보인다. 

국감은 한 해 동안 행정부가 집행한 사업과 예산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지침이나 집행 등을 시정·개선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정 운영 등을 개선하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21대 국회의 첫 국감이 제도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게끔 달라지는 첫 번째 국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나온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국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자성과 의식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구조적 또는 운용상 잘못된 관행들을 지적하고 모니터링을 할 필요성도 있다”며 “21대 국회의 국감은 농어민과 국민을 위한 국감으로 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전과 다른 국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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