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농지법은 농지소유자격을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11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비농업인이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중에서도 농지상속과 이농 후 계속 보유에 의해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 조항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비농업인이 소유하는 농지 면적은 확대되기만 할 것이다.

ㅣ 박석두 /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까지 계속해서 소작제도 금지와 경자유전 원칙이란 용어로 자작농주의 농지제도를 규정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역사적 배경으로 일제 강점기의 악명 높은 식민지지주제와 지주-소작 관계, 그리고 이를 해체한 농지개혁을 들 수 있다. 소작지 면적이 전체 경지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19년의 50%에서 1936년 58%로 증가하였으며, 해방 후 1945년 12월에 65%에 달하였다. 같은 기간 전체 농가호수에서 차지하는 소작농가의 비율은 자소작을 포함하여 58%에서 70%, 86%로 증가한 반면 자작농가의 비율은 20%에서 18%, 14%로 감소하였다. 소작료율은 수확량의 50%를 기준으로 하였다가 1930년대에는 45∼60%로 인상되었으며, 1940년대 들어 양곡공출제가 시행되면서 30% 정도로 인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농지개혁은 이같은 식민지지주제와 지주-소작관계를 전면 해체하고 자작농체제를 확립하였다. 이로써 소작지 비율은 전체 농지의 10% 미만으로 줄고, 자작농가의 비율은 80% 이상에 달하게 되었다. 소작제도의 가혹한 착취를 겪고 획득한 자작농제도야말로 참으로 소중한 역사적인 농지제도였던 것이다.

둘째, 이론적 배경으로 아더 영(Arthur Young)의 이른바 ‘소유는 모래를 황금으로 만든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농업경영 이론을 들 수 있다. 농지 소유자가 그 농지를 직접 경작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농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학설이다. 이는 농업인구가 많고 농업기계화가 부진한 여건에서 영농규모가 자가노동력으로 충분히 경작할 수 있을 만큼 소규모였던 시기에는 현실적으로도 타당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에 따라 도시화·산업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이농이 급증하고 농업기계화가 빠르게 진전되자 농업인력 부족과 영농규모 확대의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헌법이 명시한 자작농주의 농지제도를 실행하는 법률로서 농지법은 1994년에야 제정되었으며, 그동안 농지임대차는 확대일로의 외길을 밟았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하여 농지소유자격 제한을 폐지하고 농지임대차를 자유롭게 하여 자작농주의 농지제도를 차지농주의 농지제도로 전환하자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최근에는 현행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편승하여 경자유전 원칙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하자는 주장의 세부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임대차 농지의 면적이 전체 농지 면적의 45%를 차지하고, 임차농가 호수가 전체 농가 호수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경자유전 원칙은 이미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나아가, 비농업인의 농지상속 등으로 경자유전 원칙은 앞으로 더 무너질 게 뻔하다. 

둘째,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임대차를 금지하게 되면 임대차를 통해 영농규모를 확대할 수 없게 되어 농업구조개선에 역행하게 된다. 농지가격이 너무 높아 매입을 통해 영농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농업에 관한 헌법의 규정은 경자유전 원칙보다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같은 새로운 이념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지되고 지켜질 필요가 있다. 첫째, 경자유전 원칙은 현실에서 아주 붕괴되거나 유명무실해진 것도 아니고, 은연중에 묵묵히 투기적 농지소유와 무분별한 농지전용을 가로막는 마지노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에서 이 원칙이 삭제될 경우 농지법의 농지소유자격과 농지전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지 않을까. 헌법 개정은 까다롭고, 법률 개정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헌법 제121조는 1항에서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제2항에서 법률로써 농지임대차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농지임대차를 추진할 수 있으므로 굳이 개헌을 통해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이 현실에서 유명무실하지 않고 규제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에 직접 관련되는 농지법의 규정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대책이 긴요하다. 전회에서 언급하였듯이 농지법은 농지소유자격을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11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비농업인이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중에서도 농지상속과 이농 후 계속 보유에 의해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 조항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비농업인이 소유하는 농지 면적은 확대되기만 할 것이다. 현재 농업인의 95%는 영농후계자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그들이 영농에서 은퇴 또는 사망할 경우 그들이 소유하는 농지는 비농업인 자녀에게 증여 또는 상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자유전 원칙은 점점 약화되고 붕괴될 게 뻔하다. 경자유전 원칙은 헌법 규정을 유지하면 실현되는 것이 아니고, 법률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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