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ㆍ고성진 기자]

지난 17일 본보 창간 40주년을 맞아 한농연 회관 6층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시대의 성찰과 농의 가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방역수칙에 따라 소독과 거리두기 조치 속에 치러졌고, 참석하지 못한 토론자는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옥죄고 있다. 물류 및 인적 자원의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내수는 물론 국가 간 교류와 접촉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는 표면적으로 ‘언택트’(비대면) 사회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위기를 초래한 근대 산업문명에 대한 성찰과 기후위기 대응, 식량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탈출구로서, 농업·농촌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한국농어민신문은 ‘코로나19 시대의 성찰과 농의 가치’를 주제로 창간 4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학계와 전문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토론회는 방역수칙에 따라 소독과 거리두기 조치 속에 치러졌으며, 발표자 중 1명은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일시 : 9월 17일 오후 2시
장소 : 서울 송파구 한농연회관 6층 회의실

“농업 분야도 포스트 코로나 준비해야”

▲인사말/김지식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이사 회장=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초유의 재난과 이상기후로 농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나 지난 여름 54일간 이어진 긴 장마와 잇따른 태풍으로 4만7000여 농가가 수해 피해를 입었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돼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통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된 ‘농업 홀대론’이 4년차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정 틀 전환을 내걸고 올해부터 도입된 ‘공익직불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안전장치로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농업예산 확충, 농가소득안정망 구축, 식량자급률 확대, 안정적 후계농업인력 제도화 등의 숙제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제시했지만 농업·농촌에 대한 신규 투자나 정책은 전무해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교훈이 무엇인지 성찰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진단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농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기조발제/코로나19 시대, ‘농’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생산주의 농정 폐기…소규모 가족농 주체로 세워야” 

최우선은 농업소득 보장
공익적 역할 정당 평가를
소비자와 연대·협력 필요


▲윤병선 건국대 교수=코로나19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공성이 강한 부분에 대한 ‘공적 개입’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국내에서 ‘K(케이)-방역’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것은 확진자를 신속하게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그에 대한 대응을 발빠르게 할 수 있는 시스템, 마스크 공급처럼 공적인 체계가 작동되는 시스템, 국민들을 감시의 대상이 아닌 방역의 주체로 세우는 시스템 등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농업 부문 역시 농업의 가치와 연결된 공공성이 작동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2018년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1.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우크라이나 등 농산물 수출국들이 곳간 문을 잠그는 등 먹거리 위기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이에 대응한 식량자급력의 확대는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농림생산지수를 보면 갈수록 위축되는 한국농업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10년 동안 생산량이 늘어난 품목보다는 줄어든 품목이 훨씬 많다. 특히 식량작물, 엽채류, 과실률 등은 10년 전보다 20% 정도 감소했고, 근채류(15%), 조미채소(9%)도 크게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생산량이 줄고 있는데도 양파, 대파, 마늘 등 대부분의 농산물가격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2019년은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경지규모별 농업소득의 가계비 충족도를 보면 29% 밖에 되지 않는다. 경지규모가 10ha 이상인 농가만이 농업소득으로 가계비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109%)다. 10ha 이상 농가는 전체 농가의 0.93%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통계는 대규모화, 기계화, 화학화를 전제로 추진된 ‘생산주의 농정’ 패러다임의 실패를 보여준다. 경지규모별 1ha 미만 농가의 구성비율이 70%인 상황에서 이들 소규모 가족농들을 복지의 대상, 퇴출의 대상이 아니라 ‘농’의 주체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생태적 조건을 고려한 영농,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영농, 농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영농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농’의 복원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농민이 농민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농업소득의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농산물, 특히 식량작물의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급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경지면적의 유지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둘째, 농민이 수행하고 있는 공익적 역할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무한성장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농촌은 항상 개발과 수탈의 대상이었을 뿐 사회적 공통자본으로서의 농업·농촌에 대한 고민은 없었고, 그 결과가 코로나19로 표상되고 있다. 따라서 농민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공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농민과 소비자의 항상적인 연대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농업과 먹거리를 지배해 온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에게 또 하나의 이윤 창출의 기회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온라인 쇼핑몰이 득세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 원료의 대부분은 외국산 농산물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농업이 버텨낼 여력이 더욱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산업적 농업에서 만들어진 농민과 소비자간 심리적, 사회적, 물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전문가발제1/코로나와 농촌 생활돌봄

“지역사회 중심 생활돌봄체계 절실”

장보기·말벗·이동지원 등 서비스
귀농귀촌자·청년 적극 활용을

▲황영모 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장=역설적이게도 코로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서로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를 또다른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로나19가 오기 이전부터 농업·농촌은 구조적인 문제에 놓여 있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급속하게 편입되어, 주산지화와 농가의  분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지역 농업이 대단히 불안정한 구조로 왜곡되어 왔다. 지역내 시장이 축소되면서 외부시장 출하지향으로 바뀌었고, 이 가운데 전업적 대농가와 중소농가로 양극 분화가 이뤄졌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시장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외부로 이주하는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은 경제적 위기를 넘어서 훨씬 더 심각한 지역사회 돌봄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농촌지역은 도시에 비해 절대적인 복지 인프라의 부족과 보완 시스템의 부재로 주민들의 크고 작은 다양한 필요와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 생활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 부조를 넘어서서 생활돌봄으로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재구축해 가는 전략을 펴야 한다. 

우선 농촌사회에 일반화된 사회적 배제를 시정하기 위해 공공이, 또는 지역사회가 밀접하게 개입해 가야 한다. 대부분의 원주민은 경제적 취약계층이고, 다문화배경의 결혼이민자, 귀농귀촌자 같은 이주민 또한 지역사회 관계망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다. 따라서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화된 공적부조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생활돌봄’이 절실하다. 

농촌 생활돌봄은 농촌주민이 받고 싶으나 받지 못하는 생활서비스로 장보기, 말벗, 이동지원 등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서비스다. 이를 담당할 인력으로 지역의 귀농귀촌자, 청년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농촌지역 공적부조 담당인력은 대부분 도시지역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돌봄 수요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담당인력의 지역화가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생활돌봄 서비스는 공적부조와 같은 ‘신청-심사-관리’ 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대응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활돌봄의 주체는 사회적 경제조직, 주민공동체 조직과 같은 커뮤니티 조직이 담당하고 여기에 행정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발제2/코로나와 지역살리기

“읍면단위 풀뿌리 주민자치 시행을”

통합형 중간조직에 권한 이양  
소규모 공공주택 등 제공 필요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대해 전 세계 수많은 석학들이 과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 그리고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농촌의 위기를 해결할 시간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지금은 좌고우면이 아닌 담대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 살리기와 관련해서는 먼저 읍면단위 풀뿌리 주민자치의 전면적 시행과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농촌 정책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선 풀뿌리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읍면단위 주민자치회 설립을 의무화하고 지역의 중요한 의제를 해결할 재정과 권한을 자치회에 일부 이양해야 한다. 여민동락공동체의 경우 복지로 시작해 일자리, 학교살리기, 사회적 경제로 확장해 갔다. 하지만 A를 지속하려면 B를 손대야 하고, C도 개선해야 한다. 결국 지역 농촌사회의 전 영역을 건드리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풀릴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정책사업은 부처별 칸막이가 너무 심한 상황이다. 지자체 부서별 통합적 추진이 어렵다면 통합형 중간조직이라도 만들어 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농촌 지역문제는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더 이상 행정, 공무원이 중심이 돼서 문제를 풀어갈 수가 없다.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고, 조직 특성상 복지부동, 보신, 관행 등으로 창의성을 가지고 새로운 혁신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결국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권한과 재정을 위임해서 함께 가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주민자치를 전면 시행하고, 3년 정도 학습한다고 보면 최소 면 단위에서 지역 농촌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두 번째는 귀농·귀촌인을 활용해 지역에 거주하는 일자리 형태의 촉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농촌에는 당장 농사를 지을 사람도 없고, 준비된 사람도 없다. 민간 역량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1~2년 있다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에 전문적 역량이 쌓이기 어렵다. 최근 각종 중간지원조직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귀농·귀촌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적정급여를 제공하고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소규모 공공임대주택과 복합서비스 제공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삶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과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고 농촌에 우선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 정책효과도 없고 세금만 낭비하는 지역개발사업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준비된 곳에 소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각종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 이건 국가의 의무이며, 현재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사업들이다. 


◇전문가발제3/코로나와 농촌 그린뉴딜

“그린뉴딜의 본류, 농에서 시작돼야”

균형발전 등 국가적 의제 해결
전환의 고리 찾는데 ‘농업’ 필요


▲이근행 기후위기비상행동 위원=코로나19는 기후 위기, 경제성장 위기 등 그동안 우리가 겪고 있던 각종 위기가 복합적으로 누적돼 발현된 것이다. 특히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일란성 쌍생아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불과 10년 안에 지구생태계의 회복력이 상실되는 단계로 간다는 공감대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삶의 방식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뒷받침하고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는 다음 세대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성찰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과 기후위기 대응, 경제성장의 위기 등 세 가지 위기에 더해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지역 불균형 발전과 농촌지역 과소화·고령화 문제 또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인한 국가적 당면 과제다. 이런 위기 상황을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며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 감축 목표도 없고, 식량과 에너지 자급 목표도 없고, 공공의료나 농업·농촌은 거의 언급조차 없이 기존의 정책 아이디어와 디지털산업 지원으로만 점철돼 우려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이후에 농업 단체들이 여러 제안들을 많이 했고, 농특위에서도 TF팀을 만들어 대안을 만들었지만, 거기에 담겨져 있는 내용들이 어떤 체계를 통해 보고되고 논의되는지 미덥지가 못하다. 

결국은 이 위기를 불어온 것은 에너지 문제와 물질 순환 문제 등 복합적인 부분인데, 이를 전환의 계기로 삼아 농업·농촌의 본래적 가치와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환의 방향이다. 고령화, 과소화, 균형발전, 양극화 등 복합적인 문제들의 본질을 꿰뚫어가면서 전환의 고리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린뉴딜의 본류가 ‘농’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과제로 정리하면 농업은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과 공급, 사회지속성의 근간, 기후위기 유발자로서 저투입, 저탄소화를 이뤄야 할 책무 등이 요구되며, 농촌은 생산과 생활 에너지 공급과 소비 공간 등의 과제가 있다. 위기별 대응 방향과 관련해서는 스마트팜의 경우 처음 논의된 부분은 기후위기에 적응 가능한 스마트농업이었는데, 지금은 그 명분은 없이 시설과 설비에 집중돼 있는 방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저투입·저탄소 농업으로의 전환, 농촌기초생활보장 프로그램, 지속가능한 농식품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 

농업과 먹거리 문제는 농민과 특정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국민의 문제다. 따라서 건강한 농업과 먹거리 생산·소비를 위한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간 사회협약을 통해 농업·농촌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패한 농정 성찰-칸막이 행정 극복해야 새로운 변화 가능”
 

◇종합토론

최영철 한농연 정책부회장
코로나·장마 등으로 농촌 피폐
최소 교육·복지 정부가 책임을
공익직불·농산물최저가격보장
‘투 트랙’으로 제도 개편 필요

 

최정록 농식품부 과장
비대면·저밀도 사회 부각으로
농촌 공간의 가치 재평가돼 
태양광·재생에너지 등 이익
농촌 주민에 돌아가도록 개선을

약육강식·각자도생 되지 않도록
농촌 본래 공동체성 회복 중요
지역의 다양한 성공모델
중앙정부, 과감히 도입·추진을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사회)=정부가 포스트코로나 정책으로 한국형 뉴딜 등을 추진하면서 농업·농촌 분야는 소외됐고, 태양광 설비 등 농촌을 재생에너지 설치 공간으로만 바라보면서 농촌의 가치나 생태문명의 전환보다는 기업주의, 성장주의, 개발주의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재난을 활용해 자본이 돈을 버는 ‘재난자본주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오늘 토론자로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최영철 한농연 정책부회장님은 전남 신안에서 수도작을 하고 계시다. 현장 농민의 입장에서 말씀을 열어달라. 
 

▲최영철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포스트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을 말하기에 앞서 현재 처해있는 농정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2021년도 농업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 대비 3% 비중이 무너졌고, 정부가 제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는 농업 현장에 피부로 와 닿는 계획이 전혀 없다. 작년의 경우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굉장히 힘들었고,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국면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장마와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농촌은 피폐해졌다. 농민들은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의식주를 비롯해 자녀 교육, 의료 등의 문제는 농촌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영농 현장에서 제일 시급한 부분은 인력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막히면서 코로나 발생 이후 인건비는 7만~8만원에서 11만~12만원으로 솟구치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공익직불제 문제도 현장에서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익직불제를 도입했는데, 선심성 공약으로 농민들한테 배려하는 것 마냥 되서는 안 된다. 공익 기능 수행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부분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공익직불제 전환 이후 농지 임차료가 20% 이상씩 폭등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농민들한테 가야 할 혜택이 지주한테 가는 상황이 돼 버리고 있다는 얘기다. 농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도 도입에 대한 현장 목소리도 많다. 크게 공익직불제와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등 투 트랙으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부분이 필요하다. 

▲최정록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포스트코로나, 언택트, 기후변화 등 복잡한 여건 변화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농업과 농촌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저밀도 또는 비대면 사회가 부각되면서 농촌 공간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촌 공간의 가치를 복원하는 정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의 삶의 질 문제도 있다. 농촌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결국 농촌의 생활복지서비스는 민간 영역의 자발적인 공동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농식품부 내부적으로도 합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기후위기 대응 문제는 태양광과 재생에너지 등과 연결된다. 당초 목적과 달리 일부 업자들의 이익으로 귀결되고 농촌 주민들에게 환원되지 못하고 왜곡되는 부분은 안타까운 부분이 있고, 부작용들을 바로잡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이 현장에서 분절되는 문제, 행정의 칸막이 문제도 인식하고 있다. 기본적인 방향으로 농식품부에서 하는 사업을 지역개발이든 협약 형태로 묶어서 시군단위로 농촌에서 필요한 부분을 쓸 수 있도록 연계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다른 부처들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정책 틀을 잡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길 논설위원=코로나에 이어 연이은 자연재해로 농업·농촌의 피해가 큰데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농민은 또 빠졌다. 공익직불제 역시 도입 당시 예산 확대가 전제됐는데, 향후 5년간 예산을 동결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과 농정개혁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농업·농촌의 가치 회복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중심으로 말씀을 이어가 달라.

▲권혁범 대표=현재 농업농촌의 위기는 국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데, 결국 주민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현재 농업·농촌의 공동체성의 상실, 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농촌도 각자도생의 공간이 되고 있다. 국가가 대농을 주심으로 양성하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안하면 먹고살 수 없는 구조다. 결국 농지를 빌려 규모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결국 농촌이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닌 약육 강식의 농촌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중소농이 먹고 사는 농촌이 됐으면 한다. 

생활돌봄과 관련해서는 시혜가 아니라 인권적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농촌이 노인들은 오랜 세월 농촌이 방치되면서 가난과 폭력을 이겨내고 침묵과 절제로 살아오셨다. 이 분들은 체념에 익숙하다. 취약계층이니까 서비스 더 주고 돈 더 주자는 게 아니다. 도시에서는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을 시골에 있다는 이유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 

민간의 역량 문제도 중요하다. 민간의 역량이 준비가 안 된 곳이 많은데, 공모형 사업으로 추진해 중앙에서 사업비가 내려오면, 건설업자와 컨설팅 업자들이 붙게 되고, 건물만 세우게 되는 꼴이 된다. 민간역량과 주체가 다르면 그에 맞게 사업이 추진돼야 하는데, 이런 것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민간 역량의 강화를 위해서는 일자리 형태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농촌공간계획을 세울 때 지역 특성에 맞는 내용이 제대로 반영됐으면 한다. 민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첫 번째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농촌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황영모 부장=지역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사례들이 많고, 그런 사례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지역에서 정책 실행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농촌 지역의 접근 방식이 이른바 ‘재난자본주의’ 방식으로 빠져선 안된다. 과거의 방식과 똑같은 대응과 대책이 나온다고 한다면 과연 정책의 목적과 효과가 누구한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농업계가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근행 위원=패러다임 전환의 주체는 과연 누구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지금 주체는 농민들인데, 인구 숫자나 통계를 보면 사실상 시혜 대상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도 전환의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농업 문제를 단순히 농민만의, 농식품부만의 정책으로 가져가선 안 된다. 모든 국민의 정책이기 때문에 먹거리 전체의 문제이고, 국민들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역할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윤병선 교수=농의 가치를 복원한다고 할 때 과거의 생산주의, 규모화, 기업농, 경영자형 중심의 농업이 아니라 다수의 중소 가족농이 생산 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생산주의 농정을 탈피하는 부분이 녹아드는 부분 중 하나가 공공먹거리 체계 수립인 푸드플랜이다. 하지만 푸드플랜의 경우 패키지 사업과 신활력 사업으로 연계해 지원이 되고 있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이 분리되고 있어 문제가 있다. 또한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그린뉴딜은 경제성장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의 뉴딜 정책은 ‘3R’이라고 해서 ‘구제, 회복, 개혁’, 이 세 가지가 기초가 됐고, 뉴딜의 기본 정책이 노동자와 농민이었다. 그린뉴딜을 통해 파괴돼 있는 공동체성을 다시 회복하고,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운영되지 못하는 산업적 농업을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복원해야 할 농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선아·이병성·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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