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올 초 냉해 피해에 이어 50여일간의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까지. 올 한해 농민들은 그야말로 ‘재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1년 농작물재해보험을 도입한 것은 이같은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함으로써 농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사과, 배 2개 품목에서 시작, 2020년 현재 보험대상 품목은 67개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보험대상 품목이어도 품종에 따라 가입 여부가 다르다는 사실이 수면위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대상품목 확대만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상은 보험대상 농작물이라 하더라도 보험사업자가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협의하면 특정품종을 보험대상에서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찰옥수수는 보험대상품목이지만, 초당옥수수는 가입이 불가능하며, 콩도 보험 품목이지만 완두·강낭콩·녹두·땅콩·적두·동부콩 등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가을감자 중 수미·남작·조풍 등과 사료용벼 중 수단그라스, 당근 중 미니당근도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명백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배면적이나 수확량 등의 통계가 없어 설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 핑계일 뿐, 위험도가 높은 특정 품종의 가입을 제한해 보험사의 손해율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재해대상 품목으로 지정해놓고 나중에 당국이나 보험사업자 마음대로 특정품종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그 사유를 보험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민을 위한 국가 정책보험이지, 민영보험사인 농협손해보험을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농식품부는 응답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