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춰 수확할 예정이던 배추·사과 전부 못쓰게 돼”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배추농사 8000평 김종광 씨
“올해 채소 시세 좋아 기대
한 순간에 사라져 상실감 커”
사과농사 3000평 손용익 씨
“며칠 새 태풍 두 번 지나가
10% 이상은 뿌리 째 뽑혀”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과 경북 동해안 일대를 관통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까지 며칠 사이 연달아 두 개의 태풍을 맞은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일대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태풍으로 수확을 앞둔 과일이 낙과되고 채소밭이 물에 잠겨 침수되는 등 극심한 태풍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죽장면 일대 피해 농가를 찾았다.
“강한 바람에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예정이던 다 자란 배추 이파리가 다 꺾였다. 밭 전체가 침수돼 물에 잠겨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예정이던 배추를 전부 못쓰게 됐다. 이쪽은 추워서 이 시점에는 배추 재식도 안 된다. 얼마 전 멀칭작업 해둔 가을 김장 배추도 대부분 성한 것이 없어 하나도 못 건지게 됐다.”
포항시 죽장면 일대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김종광(한농연포항시연합회 수석부회장) 씨. 김 씨는 최근 두 번의 연이은 태풍으로 올해 8000여평 배추농사를 전부 망치게 됐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이번 태풍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올해 채소 시세가 좋았던 탓에 태풍으로 배추 수확에 대한 기대가 한 순간에 사라져 상실감이 더 크다고 한다.
김 씨는 “태풍으로 추석 전에 수확할 물량인 1200여평 배추 밭은 아예 못쓰게 됐고, 김장 때 수확하기 위해 심어둔 어린 가을배추도 3분의 2는 피해를 입어 못쓰게 됐다. 정상적으로 수확됐으면, 2000만원 이상 소출이 날 물량”이라며 “죽장면 지역은 무와 배추 등 채소는 재해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손실은 농가에서 전부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9호 태풍은 바람이 강했고, 10호 태풍은 바람과 함께 물 폭탄을 죽장면 일대에 쏟아냈다고 한다. 배추밭이 물에 잠겨 발생한 피해도 컸지만, 강풍으로 재배 중이던 배추 잎사귀 하나하나가 톡톡 다 부러져서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해도 대부분 못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포항 중에서도 죽장면이 가장 농작물 피해가 많았던 것 같다. 태풍 때 바람이 얼마나 강했던지 철근 구조물인 사과 방풍 망이 다 넘어가서 우리 배추밭을 덮었다”며 “추석 앞두고 수확할 물량이었는데 줄거리가 다 부러져서 성한 것 찾아서 수확해봐야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근 포항시 죽장면 매현리 일대에서 3000여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짓는 손용익(75) 씨의 사과밭도 태풍으로 쑥대밭이 됐다. 국도변에 위치한 손 씨의 사과밭은 추석을 앞두고 수확예정이던 빨갛게 다 자란 사과 열매가 낙과돼 밭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손 씨는 “며칠 사이에 마이삭과 하이선 등 태풍이 두 번 모두 과수원을 지나갔다. 수확을 앞둔 사과 50% 이상이 낙과된 것 같다. 무엇보다 추석 대목 전에 수확을 앞둔 중생종 부사품종 사과가 낙과돼 손실이 3000만원 이상 될 것 같다”며 “낙과된 사과는 가공용으로 밖에 쓸 수 없어 올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손 씨는 “농작물 재해보험은 가입했지만 20% 자부담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이미 들어간 농약 값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특히, 강한 바람에 전체 사과나무 중 10%이상이 뿌리 째 뽑혀 쓰러져 못쓰게 됐다. 쓰러진 나무피해는 보험적용도 안 된다”며 덧붙였다.
포항=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