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춰 수확할 예정이던 배추·사과 전부 못쓰게 돼”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포항시 죽장면 죽장로 511번길 일대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김종광 씨가 최근 두 차례 태풍으로 자신의 배추밭에 내려앉은 인근 사과 과수원의 방풍망을 살피고 있다.

배추농사 8000평 김종광 씨
“올해 채소 시세 좋아 기대
한 순간에 사라져 상실감 커”

사과농사 3000평 손용익 씨
“며칠 새 태풍 두 번 지나가
10% 이상은 뿌리 째 뽑혀”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과 경북 동해안 일대를 관통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까지 며칠 사이 연달아 두 개의 태풍을 맞은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일대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태풍으로 수확을 앞둔 과일이 낙과되고 채소밭이 물에 잠겨 침수되는 등 극심한 태풍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죽장면 일대 피해 농가를 찾았다.

“강한 바람에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예정이던 다 자란 배추 이파리가 다 꺾였다. 밭 전체가 침수돼 물에 잠겨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예정이던 배추를 전부 못쓰게 됐다. 이쪽은 추워서 이 시점에는 배추 재식도 안 된다. 얼마 전 멀칭작업 해둔 가을 김장 배추도 대부분 성한 것이 없어 하나도 못 건지게 됐다.”

포항시 죽장면 일대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김종광(한농연포항시연합회 수석부회장) 씨. 김 씨는 최근 두 번의 연이은 태풍으로 올해 8000여평 배추농사를 전부 망치게 됐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이번 태풍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올해 채소 시세가 좋았던 탓에 태풍으로 배추 수확에 대한 기대가 한 순간에 사라져 상실감이 더 크다고 한다.

김 씨는 “태풍으로 추석 전에 수확할 물량인 1200여평 배추 밭은 아예 못쓰게 됐고, 김장 때 수확하기 위해 심어둔 어린 가을배추도 3분의 2는 피해를 입어 못쓰게 됐다. 정상적으로 수확됐으면, 2000만원 이상 소출이 날 물량”이라며 “죽장면 지역은 무와 배추 등 채소는 재해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손실은 농가에서 전부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9호 태풍은 바람이 강했고, 10호 태풍은 바람과 함께 물 폭탄을 죽장면 일대에 쏟아냈다고 한다. 배추밭이 물에 잠겨 발생한 피해도 컸지만, 강풍으로 재배 중이던 배추 잎사귀 하나하나가 톡톡 다 부러져서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해도 대부분 못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포항 중에서도 죽장면이 가장 농작물 피해가 많았던 것 같다. 태풍 때 바람이 얼마나 강했던지 철근 구조물인 사과 방풍 망이 다 넘어가서 우리 배추밭을 덮었다”며 “추석 앞두고 수확할 물량이었는데 줄거리가 다 부러져서 성한 것 찾아서 수확해봐야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포항시 죽장면 매현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손용익 씨가 태풍으로 낙과된 사과 과수원을 살펴보고 있다.

인근 포항시 죽장면 매현리 일대에서 3000여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짓는 손용익(75) 씨의 사과밭도 태풍으로 쑥대밭이 됐다. 국도변에 위치한 손 씨의 사과밭은 추석을 앞두고 수확예정이던 빨갛게 다 자란 사과 열매가 낙과돼 밭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손 씨는 “며칠 사이에 마이삭과 하이선 등 태풍이 두 번 모두 과수원을 지나갔다. 수확을 앞둔 사과 50% 이상이 낙과된 것 같다. 무엇보다 추석 대목 전에 수확을 앞둔 중생종 부사품종 사과가 낙과돼 손실이 3000만원 이상 될 것 같다”며 “낙과된 사과는 가공용으로 밖에 쓸 수 없어 올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손 씨는 “농작물 재해보험은 가입했지만 20% 자부담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이미 들어간 농약 값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특히, 강한 바람에 전체 사과나무 중 10%이상이 뿌리 째 뽑혀 쓰러져 못쓰게 됐다. 쓰러진 나무피해는 보험적용도 안 된다”며 덧붙였다.

포항=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