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2016년부터 추진했던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이 올해로 종료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시작될 5개년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농업생명정책관을 단장으로 ‘친환경농업 비전 기획단’을 구성하고 분야별 계획을 검토할 3개 정책반과 이를 총괄하는 총괄반을 만들었다. 농경연은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기획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농업환경 보전관리 기능 강화 △소비트렌드 맞춤 친환경농식품산업 육성 △친환경 청년농업인 육성 △유통·가공·자재 등 관련 전후방산업 활성화를 통한 자생력 강화 등이 주요 검토 사항으로 제시됐다. 친환경농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7월 1차에 이어 8월에 2차 대책회의를 열어 다양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2016년부터 진행된 제4차 계획은 의무자조금 및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도입,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의 재설정, 무농약원료가공식품인증제 실시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인증면적 목표 미달성, 투입재 위주의 양적 성장, 결과 중심의 인증제 등의 과제도 남겼다.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은 정부가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주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연차별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친환경농민들은 물론 관련업계의 관심이 매우 높다. 결국 5년이라는 중장기 친환경농업 정책의 근간이 된다.

따라서 발전적이고 의미 있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가와 반성이 철저하게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친환경농업 현장에서 원하는 정책적 목표와 발전방향을 제대로 도출할 수가 없어서다. 단순히 전 차년도 5년간의 평가, 그것도 형식적인 검토와 반성만으로는 혁신적인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2001년부터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이 수립됐으니 벌써 20년이 됐다. 그동안 총 4차례의 5개년 계획이 만들어지면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새로운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왔던 우를 이번에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했던 잘못된 정책을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반성이자 평가다.    

또 이번 5차 계획에는 친환경농업의 근본적인 원칙과 가치가 구체적으로 담겨져야 한다. 그동안 정책화 과정에서 중시됐던 고투입, 고비용이 아닌 환경, 생태계, 공동체보전 등 친환경농업이 갖는 본연의 가치와 원칙이 보다 더 강조되고, 이를 실천해 나갈 정책적 방향과 수단이 제시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기농 3.0’이 갖는 목표와 가치를 정책화할 필요도 있다. ‘유기농 3.0’은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식량공급, 인간이 초래한 지구적 변화(생물다양성·기후변화·토양 황폐화)의 완화, 현대 농업시스템 및 식량가공에서의 윤리적 문제 해결, 유기농식품의 품질과 건강증진 기여 등을 추구한다. 어쩌면 이것들은 친환경농업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농업, 앞으로 추구해야 할 농정혁신의 방향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상기후가 날로 빈번해져가고 코로나19사태가 쉽게 종식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생태보전형 농정으로의 전환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실제 코로나19사태에서 국민들은 농산물의 안전성을 더 고려하며, 가정 내 친환경농산물 소비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생태와 환경, 지속가능한 농정으로의 전환은 이젠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됐다.

여기에 친환경농업에 대한 R&D를 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부나 친환경농업계에서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R&D가 활성화돼야 지역의 생태순환에 기반한 친환경농법을 정착시킬 수 있으며 생산비 증가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가 있다. 이런 토대가 갖춰질 때 생산 기반은 확충되며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친환경인증 농가수도 늘어나게 된다.  다만 방향성에 있어 기존의 생산성 증대에서 벗어나 현재 세계적으로 새롭게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환경보전을 위한 연구, 친환경농업의 가치와 역할을 지원하는 연구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밖에 현재 친환경농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친환경농업국으로의 조직 확대, 과정 중심의 인증체계 구축,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확대, 미래세대 친환경농산물 공급확대, 친환경농산물 통합 마케팅조직 설립 등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친환경농업이 농업환경과 국민 건강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한 관련기관, 친환경농업계, 전문가들이 상호 협력해 제대로 된 제5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을 수립해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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