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수입산 저장·건조 등에 사용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빌미 돼
대다수 농가 위협 독소로 작용
전기요금체계 개편 논의 촉각


농사용전기가 수입농산물 저장과 건조에 공급되면서 농사용전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빌미가 되고 있다. 농축수산물 생산비 부담을 줄여 안정적인 식량수급을 목적으로 한 농사용전기가 농산물 수입·유통업자에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 등 용도에 따라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농사용 단가는 1kWh당 평균 47.74원으로 일반용(130.33원), 산업용(106.56원)보다 낮게 책정돼 공급되고 있으며, 전체 전기 공급량에서 농사용이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용전기는 또 대상에 따라 양곡 생산을 위한 양수, 배수펌프, 수문조작 등에 ‘갑’을 적용하고, 농축수산물 생산과 건조·저장 등에 사용되는 ‘을’로 각각 구분된다.  

문제는 농어가를 지원하는 전기요금 제도를 등에 업은 수입농산물 업자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농사용전기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 저율관세로 수입한 냉동마늘, 냉동고추 등을 저장하고 건조하는 시설에도 농사용전기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합리적 전기요금 체계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정책세미나의 토론에서 쟁점으로 대두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농산물 수입업체들이 영농조합을 설립해 중국산 냉동 농산물을 저관세로 수입하고 농사용전기로 건조해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며 “수입업자들의 농사용전기 사용을 방치해 결과적으로 국내산 고추 가격폭락과 재배면적 감소 등 고추농가 기반이 붕괴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광훈 전문위원은 “에버랜드, 현대 등 대기업들도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을 받고 있다”며 “농사용전기를 사용하는 농어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사용전기 ‘을’을 산업용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사용전기 전체 판매량에서 ‘을’ 비중이 93.8%에 달한다. 

이에 앞선 주제발표에서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원가에 기반하지 않고 용도와 물가안정, 산업경쟁력, 서민생활 및 농어민 보호 등 정책요인에 의해 결정됐다”며 “전기요금을 용도별 요금제에서 원가에 기초한 전압별 요금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농사용 요금도 현실화 후 전압별 요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농림어업 및 대규모 소비자는 농사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입업자의 농사용전기 사용 폐해가 농사용전기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 영농환경이 악화되는 어려운 현실을 감내하며 국산 농산물 생산에 노력하는 대다수 농어가를 위협하는 독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용전기와 관련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한농연은 지난해 3월 성명서를 통해 “우리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 생산에만 의존하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생산·가공 등을 총망라한 먹거리 산업체계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농사용전기 수혜 대상을 축소할 경우 생산·가공비 증가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농사용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시 향후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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