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김선아 기자]

2024년까지 2조4000억 유지
국가운용재정계획 내놔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 의문
제도 도입 의미 퇴색” 여론
농업홀대 논란도 지속될 듯


올해 처음 시행되는 공익직불제 예산 2조4000억원을 2020~2024년까지 5년간 ‘동결’한다는 정부 계획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농정개혁의 핵심 축인 공익직불제 예산을 5년간 묶어버리는 것은 ‘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과 “농업 예산을 편성할 때 직불제 비중을 높여나가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란 비판이다.

정부가 2021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운용재정계획’에는 의무지출(기타 의무지출)로 구분된 공익기능증진직불금(공익직불금) 예산 2조3610억원(운영비 포함 약 2조4000억원)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유지한다는 계획이 나와 있다.

공익직불금은 생산 작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농지 규모에 따라 기본직불(소농직불금, 면적직불금), 선택형직불로 분리해 농지의 형상 유지, 환경보전 등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ha당 연간 100만~205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쌀 고정·변동직불금 등 기존 6개 직불금을 통합한 것으로, 올해 신규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중장기 관점에서 직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가는 ‘주춧돌’이라는 게 정부여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5년간 중기 예산과 관련해 동결 계획을 내놔 농업계의 비판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국가 재정지출은 연평균 5.7%의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경우 절반 수준인 2.3%로 나타나 ‘농업 홀대’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재정지출 확대 흐름 속에서도 공익직불 예산 증액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대조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이 ‘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이라는 중장기 농정 과제 추진과 엇박자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5조7743억원으로, 이 중 공익직불 예산 비중은 약 15% 수준이다. 2024년까지 공익직불 예산이 동결된다면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식품부 예산에서 공익직불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농업 예산을 편성할 때 직불제 비중을 높여나가겠다”던 대통령 공약과 거꾸로 가는 셈이 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팀이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을 위해 직불제 예산 규모를 2022년까지 농업 예산의 30% 수준인 5조20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내용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도 연구용역을 통해 산업 육성 중심의 농정 예산구조를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농특위 따로, 농식품부 따로
선택형 직불 확대도 '빨간불'


중장기 정책 방향 추진을 위한 이 같은 재정 수립 요구들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중장기 재정 기조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을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제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중앙회장 직무대행은 “정부는 사람 중심의 농정 개혁과 농업인 소득 안정을 위해 공익직불금을 도입했다. 지난해 입법 과정에서 농업계와 야당이 제도 개선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관련 예산을 최소 3조원 이상 확보해 줄 것을 주장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증액 계획이 없다는 점은 제도 도입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호 단국대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는 “공익직불제 예산을 향후 5년간 동결하겠다는 기조는 예산 확대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와 농민단체, 농특위가 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을 위한 예산 편성 및 확대를 요구해 왔는데, 이 목소리에 관심조차 없는 것”이라면서 “‘농특위 따로, 농식품부 따로’는 결코 대통령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농업 패싱’이라는 오해를 계속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농민 단체들은 공익직불제 도입으로 변동직불금(한도액 1조4900억원)이 폐지되고 가격안정기능이 약화되는 만큼 최소 3조원의 예산을 확보해야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었고, 여야도 예산 문제에 대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0대 국회 막바지에 가서야 정부안(2조2000억원)보다 2000억원 증액한 현재 예산으로 편성, 예산부수법안으로 예산안과 함께 처리됐다.

올해는 직불금 신청 과정에서 ‘과거 직불금 수급 내역’이 없는 농가들이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는 사례들이 발생하며 예산 문제와 엮이고 있다. 이들을 폭넓게 구제하려면, 예산을 더 확보하던지 또는 제도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서다.

‘공익기능증진’이라는 제도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도 선택형직불 프로그램을 확대·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수반 예산의 확대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5년간 예산 동결’ 기조가 이어진다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제열 직무대행은 “정부가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그린경제로의 전환 계획을 밝힌 가운데 농업 분야도 기후·환경 친화적인 산업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형 직불제 확대를 고민해야 하는데, 재정 확충이 없는 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국가 정책 기조와 농정이 따로 엇박자로 가고 있다. 농정 전환이라는 큰 틀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달성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고 밝혔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직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가려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 농업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부분과 비용을 정하고 논리를 개발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올해 이런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됐어야 하는데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서 “공익직불제를 단순 농정 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그린뉴딜 차원으로 끌고 가야 환경·생태 보전 등 농업의 공익적 측면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예산 확대가 가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선택형 직불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범수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직불 전체 예산(1조4000억원)보다 1조원이 늘었는데, 이는 향후 5년을 보고 증액한 것”이라며 “당시 여야는 물론 정부 부처 간에도 5년간 예산 규모는 그대로 가되 5년 시행 후 평가를 거쳐 예산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된 사항으로, 직불 예산 증액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고성진·김선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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