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납품대금 지급기한 줄여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B2B 사이의 ‘갑을관계’ 문제
EU 차원 통일적·체계적 규율 
우리 지급기한에도 적용시켜
현행 40일, 30일로 단축 제언


유럽연합(EU)이 농식품 유통거래상 ‘갑을관계’ 문제를 규율한 ‘농식품 유통거래 공정화 지침’을 최초로 마련하면서 국내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지침을 참고해 국내의 경우 현행 40일인 신선 농·축·수산물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30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EU 최초의 B2B 불공정거래 규율 입법례’라는 제목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료는 ‘EU 농식품 유통거래 공정화 지침’의 제정 배경과 성과, 주요 내용, 시사점 등을 분석했다.

▲제정 배경은=EU의 농식품 유통거래 공정화 지침은 EU 의회를 통과해 2019년 4월 30일 제정됐다. 이로써 유럽 국가들은 2021년 5월까지 국내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해당 논의는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2013년부터 시작했다. 대형유통업자가 중소 공급업자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하는 등 이른바 ‘B2B(business-to-business)’ 차원의 ‘갑을관계’ 문제를 EU 차원에서 통일적·체계적으로 규율하자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특히 집행위원회는 불공정행위 피해가 만연한 것으로 파악된 농식품 유통거래 분야를 규율하기 위한 B2B 입법에 우선적으로 착수했다. 2016년 11월 최종보고서 발간에 이어 이 내용을 바탕으로 2018년 4월 법안을 EU 의회에 제출, 1년 뒤인 2019년 4월 제정됐다.

▲주요 내용은=농식품 유통거래 공정화 지침은 총 14개의 조문으로 구성됐다. 제3조에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전면 금지되는 유형’ 9개와 ‘당사자 간에 명확한 사전 약정이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유형’ 6개 등 총 15개 유형이다.

절대 금지대상 행위는 △구매업자가 납품받은 농식품의 대금지급을 지연하는 행위(변질되기 쉬운 제품은 30일, 기타 제품은 60일) △합리적인 사전고지 기간 없이 구매업자가 변질되기 쉬운 제품의 주문(발주)을 취소하는 행위 △구매업자가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 △구매업자가 제품 판매와 무관한 대가의 지급을 요구하는 행위 △계약내용에 대한 공급업자의 서면확인 요청에도 구매업자가 서면교부를 거부하는 행위 등이다.

당사자 간 사전약정 시 허용되는 금지대상 행위는 △구매업자가 판매되지 않은 재고품의 처리비용을 공급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반품하는 행위 △구매업자가 제품의 재고·매장 진열·판매제품 목록 등재에 따른 대가를 공급업자에게 요구하는 행위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할인행사 등에 대해 구매업자가 공급자에게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전가하는 행위 △구매업자가 공급업자에게 광고비, 마케팅 비용의 지급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다.

▲의미와 시사점은=해당 지침은 농식품 유통거래에서 기존 EU 경쟁법을 보완해 ‘갑을관계’ 문제를 규율한 EU 최초의 입법례라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실정에도 참고할 만한 시사점이 있다는 제언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 제품의 속성과 무관하게 대금 지급기한을 40일로 규정하고 있는데, EU 지침을 참고해 이를 30일로 단축하는 부분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납품대급 감액금지(제7조), 반품 금지(제10조)의 경우 신선 농·수·축산물에 대해서는 통상의 제품보다 더욱 엄격한 특칙을 두어 납품업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며 “따라서 EU 지침을 참고해 신선 농·축·수산물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현행보다 단기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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