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예산확보 미흡·형평성 등 논란 
농정해양위 안건 상정 불발
“별도 예산 수립해야” 목소리

올해 경기도 농민들에게 소득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안’이 예산확보 미흡과 타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경기도의회 해당 상임위에서 상정되지 못한 채 무기한 보류됐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위원장 김인영)는 9월 3일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안’(제출자 경기도지사)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관련 조례안 처리를 연기했다. 조례안은 도내 농·축산업 및 임업 종사자 모두에게 연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 농민 소득구조와 농업 공익적 가치를 유지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지사의 역점 사업이기도 한 이 조례안은 지난 6월 도의회에 제출됐지만 농정해양위는 지난 7월 회기에서 1차례 보류했다. 농정해양위 소속 의원 11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임에도 이재명 지사의 역점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재원 마련과 타 직업군과의 형평성 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기본소득 예산만 한 해 17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경기도에서 소관 사업예산 중 일부를 삭감해 농민기본소득 예산을 마련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정해양위의 경우 농업관련 분야 예산이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며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예산 규모 대폭 확대를 해마다 경기도에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정해양위는 기존 사업예산 규모는 유지한 채 농민기본소득 예산을 별도로 수립함으로써 농정위 소관 예산 전체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타 직군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앞서 원용희(민·고양5) 의원은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기본소득 대상은 도 인구의 3% 내외”라며 “특정직군인 농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본소득제도의 기본 가치인 보편성을 거스르고, 보편성은 또 형평성과 맞닿아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실제 예술인 기본소득이나 건설노동자 기본소득과 같이 특정 직군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정해양위는 도의회 각 상임위에서 1명씩 뽑아 ‘기본소득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뒤 조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인영 농정해양위원장은 “농업은 농산물 생산만이 아니라 환경이나 장마 시 물 조절, 경관보호 등 많은 역할을 하는 등 분명히 중요한 산업이다. 농민 또한 소중한 존재라는 점에서 농민기본소득 도입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별도 예산 마련,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 등 문제로 조례안 심의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상당수 있어 이번 임시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현유 경기도농민기본소득추진운동본부장은 “다른 사업예산을 빼서 기본소득지원 예산을 마련한다는 것은 절대 안된다”면서 “코로나19와 계속된 장마·태풍으로 큰 시름에 빠진 농민들을 위해 조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경기도와 도의회가 적극 나서 지원조례를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수원=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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