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내년 예산 21조3000억 반영
기재부·산자부가 논의 주도
민간대기업 사업 중심 편성
농업 관련 의제는 포함 안돼

정부가 내년부터 ‘한국판 뉴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총 21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디지털 뉴딜 7조9000억원, 그린 뉴딜 8조원, 안전망 강화에 5조4000억원 등이 반영됐다. 그러나 농업계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 농업·농촌부문과 관련한 과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정부가 내세운 10대 핵심과제는 △데이터 댐 △지능형(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단 △그린 리모델링 △그린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해 세부계획이 짜여지면서 대부분 민간대기업이 주도하는 사업 중심으로 정책이 짜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 이호중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7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내놓자마자, 농업계는 물론 먹거리·생태·환경운동 진영 모두에서 혹평이 이어졌다”면서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설계라는 선언만 있었을 뿐, 코로나19 위기나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절박한 인식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코로나19로 글로벌 푸드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기후위기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이같은 위기의식 아래 현재 농어민위원회를 중심으로 농어업·농어촌분야 대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예산 반영이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국회 심사 단계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내놓은 ‘그린뉴딜의 방향과 과제(초안)’에는 ▲온실가스 순제로 및 생태환경 복원 기여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으로 먹거리 주권 확립 ▲살고 싶은 농어촌 조성 ▲농수산물 가격안정·소득안정망 구축 등의 4가지 목표 아래 세부 추진과제와 전략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관련 논의를 위해 주요 농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린뉴딜 작업반’을 가동 중이다. 김현곤 대외협력팀장은 “농어업·농어촌과 관련한 핵심 의제들이 다 빠진 그린뉴딜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현재 작업반을 중심으로 3차까지 논의를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재정을 어떻게 투입할 건지, 법과 제도는 어떻게 보완할 건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번 주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기반으로 2주간 농어민단체와 농식품부, 국회 등과 협의를 집중적으로 진행, 오는 22일 열리는 본회의에 기초보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 팀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생태(유기)농업을 농민들이 실질적으로 따라오게 하려면 강력한 예산 집행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왕에 마련된 선택형 직불 예산을 비약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기재부를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농업계만이 아닌 범국민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차분히 중장기적으로 논의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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