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수해로 다시 불거진 수리권 문제…쟁점은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정부 부처별로 분산된 물관리
환경부 중심 일원화 논의 활발
이수진 의원은 법 개정 추진

비농업계, 물사용 비중 높다며
통합물관리 농업용수 포함 주장 
물사용료 부과 의견도 나와

농업용수는 식량안보의 기초
농민이 구축한 저수지도 많아
농업계 “쟁점으로 삼지 말아야”


사상 최악의 수해사태가 관재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를 강화하는 방안이 전개되고 있다. 국가 물사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농업용수도 물관리 일원화의 큰 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수리권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농민의 수리권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농업용수 사용료 징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비농업계 의견이 나온다. 농업용수를 물관리 일원화에 조건 없이 넘겨줘야 하는 것인지 따져봤다.

▲물관리 일원화 추진 배경=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 우리나라의 모든 수자원을 환경부가 통합관리하는 것이 국가 물관리 일원화다. 정부 부처별로 분산된 물관리에 대해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 업무지시에 근거해 환경부로 통합하고 4대강 보 개방에 대한 방침이 확정됐다. 이어 ‘정부조직법’, ‘물관리기본법’, ‘물기술산업법’ 등 물관련 3법이 2018년 5월 28일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6월 5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법령을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됐다.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이슈는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가 1991년 발생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건설부의 상하수도 기능이 1994년 환경부로 일부 이관된 바 있다. 그 이후 국토부가 수량 관리하고, 환경부가 수질을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를 유지해 오다 2018년 6월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정부조직법 제39조(환경부)에 ‘수자원의 보전·이용·개발’ 문구에 따른 것으로 당시 국토부 소관이었던 수자원법, 댐건설법, 한국수자원공사법, 지하수법, 친수구역법 등이 환경부로 이관됐다.

이처럼 물관리 일원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상 최악의 수해피해가 터지면서 농업용수와 하천관리 현안 또한 수면위로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수와 시설은 물론 국토부 소관인 하천을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국토부, 농식품부 등으로 아직도 분산돼 있어 국가 물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기상재해 등에 신속한 대처가 안 된다는 이유다. 이에 환경부로 물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물관련 3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한 법 개정안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향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농업용수 수리권 내줄 사안인가=국가 물관리 일원화에서 농업용수 수리권도 쟁점이다. 비농업계에서는 농업용수를 환경부의 통합물관리에 전면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 관행 수리권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게다가 농업용수에 대해 물사용료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농업용수가 국가 물사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용수별 취수량은 농업용수가 99억톤으로 가장 많고 생활용수 73억톤, 공업용수 25억톤 등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가 용수 관련 자료에서도 농업용수 사용량 비중이 50% 안팎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8월 31일 ‘기후변화 시대, 물관리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개최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온라인 국민소통포럼’에서 농업용수 수리권이 또다시 불거졌다.

물관리기본계획수립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혜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 정책의 최상위 법정계획”이라며 “물환경, 물이용 등 물관련 계획 수립 및 변경 시 부합여부를 심의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물관리 효율성 및 합리성 저하 원인을 지적하면서 “물자원 배분기준과 체계가 미비하고 수리권 원칙 및 규정의 모호성, 비용부담 비일관성 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 패널로 참석한 이상은 국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센터장이 농업용수 수리권을 바로 꺼냈다. 그는 “비용 부담 형평성을 바탕으로 물사용료 징수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됐다고 생각한다. 농업용수 요금 징수에 대해 어떠한 접근법을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농업용수 사용료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농업용수 수리권 문제와 사용료 징수 주장이 나오지만 농민의 농업용수 수리권을 민법이 보장하고 있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게 농업계의 한 목소리다. 농업용 저수지 중에서 많은 곳이 농민 자부담으로 구축한 것으로 농민 수리권에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례 또한 비농업계의 수리권 요구를 일축할 수 있는 근거다.

특히 안정적인 식량 생산 즉 식량안보에서 농업용수는 기초 요소라는 점이다. 농업용수를 원활히 공급해야 국민들에게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농업용수 사용료가 농산물 생산원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농업용수를 타용도로 섣불리 전용해선 안 되고 수리권을 존치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농공학회 최진용 회장을 비롯한 농업용수 학계 전문가들은 “국민의 생명과 같은 농업용수는 농산물 생산을 최우선해야 하고 여유 수량을 공유해야 한다”며 “국민 생명 측면을 감안하면 농민의 수리권을 쟁점으로 끌어내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농민단체는 농업용수 수리권을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농업용수의 적정한 확보와 원활한 공급은 이상기후를 대비할 필수 수단으로써 영농 현장에서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라며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의 유지와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용수의 특수성을 반드시 관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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