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긴 장마에 수확 늦어지고
탄저병 확산에 물량 감소
작년보다 ‘두배 껑충

건고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없었던 현상이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격상승의 원인은 산지 생산량 감소가 주요인이다. 장마가 오래 지속돼 수확이 늦어졌고 탄저병 확산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2일과 7일 장이 서는 충북 음성고추시장은 8월 12일 개장 때 화건 한 근(600g)당 1만8000원으로 시작했다. 8월 27일에는 2만원에 거래됐다. 수확이 제때 안 되면서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평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8월 31일에 시작한 괴산군 온라인고추축제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크게 올랐다. 꼭지를 제거한 화건 한 근이 2만2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 고추 가격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것으로 보통 다섯 근, 3kg 단위로 판매되며 택배비는 별도로 받고 있다. 충북지역의 건고추 가격은 평년 대비 두 배 가량 뛴 수준이다.

고추 주산지인 경북지역에서도 건고추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전국 건고추 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경매가를 보면 금새 확인된다. 8월 28일 경매된 꼭지 없는 화건 특품의 경우 1만7000원에서 2만원까지 거래됐다. 상품과 보통품까지 합한 평균 가격이 1만4645원 이었다. 이는 작년 특품 평균가격 9000원에서 1만원 사이보다 거의 두 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은 반입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 기인한다. 8월 28일 꼭지 있는 화건 반입량은 2만9000근을 기록했다. 같은 날 작년 반입량 7만8000근의 절반도 안 되는 물량인 셈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생산된 고추가 들어오는 광주 서부도매시장과 충남지역 물량을 소화하는 천안도매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600g 한 근이 보통 1만4000원에서 1만6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건고추 가격 상승의 원인은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적게는 30%에서 50% 가량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괴산군 청천면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비가 계속 오니까 수확시기도 늦어졌고 탄저병이 심해 양이 별로 없다”며 “병 때문에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음성군청 농정과 관계자도 “하우스는 그나마 괜찮은데 노지고추의 경우에는 수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농가가 많다”며 “건고추 시장에 들어오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더 오를 거란 애기가 많다”고 말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