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2017년 기준 16년 이상 노후 어선이 전체 어선의 46%(3만674척)나 되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정부가 정책수단을 강구해 노후어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안강망 어선.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어선의 노후화로 인해 어선과 어선원 안전·복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어선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최근 어선원 안전을 강화한 새로운 표준선형을 개발해 시제선을 선보이는 한편, 어선원복지공간을 마련할 경우 허가톤수와 관계없이 추가설치가 가능하도록 관련지침 마련에 들어갔다. 또 해상사고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초고속 무선통신망을 이용한 해상내비게이션과 디지털중단파통신망 장비를 내년부터 본격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어선 안전과 어선원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관건은 예산이다. 이에 어선의 안전성 문제가 어선원의 안전과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해 문재인정부가 디지털·그린·휴먼을 중심축으로 추진키로 한 뉴딜사업에 이를 포함시켜 예산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어선 현대화사업과 함께 해상내비게이션 및 디지털중단파통신망장비 등을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내년까지 242억 투입
연근해 10개 업종 대상
표준선형 개발·보급 추진

#속속 나오는 어선·어선원 안전·복지 강화 대책=해수부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42억원을 투입해 연근해 10개 업종을 대상으로 표준선형을 개발·보급하는 ‘차세대 안전·복지형 어선개발(R&D)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결과 지난 6월, 복합·통발·자망·패류형망 등 연안 4종과 채낚기·통발 등 근해 2종에 대한 표준선형 마련과 시제선 건조를 완료하는 한편, 내년까지 추가로 개량안강망(연안)과 안강망·연승·자망 등의 근해 3종 등 총 4종의 표준선형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지하에 있던 선원실 위치를 1층으로 변경하고 출입로를 넓혀 화재 등 비상상황 발생 시 선원들의 탈출이 용이하게 하는 등 선박 안전을 강화하는 한편, 개발되는 어선은 선체 재질을 화재에 취약해 사고위험성이 높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이 아닌 알루미늄과 철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선 간 충돌, 좌초, 화재 등의 해상사고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운항 안전장치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먼 거리에서도 해상사고를 전달할 수 있는 장치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우선 해수부 첨단해양교통관리팀이 개발한 해상내비게이션이 눈에 띈다. 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LTE-M)을 이용해 연안에서 100km 떨어진 해상까지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는 해상내비게이션 단말기를 통해 해상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물론, 충돌·좌초 등에 대한 자동예측 경보, 화재 등 선내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등에 활용된다. 해수부는 올해 말까지 실해역 시험과 통신망 최적화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해상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며, 2022년까지 단말기 구매비용의 50%를 지원할 계획이다.

함께 눈에 띄는 것은 해수부가 구축 중인 디지털 중단파 통신망(D-MF/HF)이다. 현재 사용 중인 어선위치추적장치인 초단파대 무선설비(VHF-DSC)의 통신거리가 연안 100km인데 반해 디지털 중단파 통신망은 1500km 이상 거리에서도 조난신호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장비들의 가격대는 각각 300만원 내외에서 400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어선형 기준 마련
올해 안에 시행 예정
어선원 복지공간 확보

#복지 공간, 허가 톤수에서 뺀다=해수부는 또 어선안전을 강화하고 어업인 복지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복지를 강화한 표준어선형에 관한 기준(고시)’을 마련하고 9월 17일까지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골자는 선원실·화장실·조리실 등 기본적인 어선원 복지공간을 허가톤수에서 제외한다는 것으로, 다만, 추가적인 공간을 허용하는 만큼 그간 길이 24m 이상 어선에 대해서만 의무화되어 있던 복원성검사를 24m 미만 어선도 받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어선어업은 늘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위험한 업종으로 꼽혀왔으며, 어선사고로 인한 사상, 실종 등 인명피해도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또 어선구조 특성상 복지공간이 비좁고 열악해 어선원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어선어업을 기피하면서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이번 고시안 마련 이유를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표준어선형은 제도화를 위한 행정절차를 거쳐 올해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후 등록관청에서 건조·개조 허가를 받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사전도면 승인을 거치면 표준어선형에 따른 어선 건조가 가능하며, 관련 기준을 만족할 경우 기존의 어선도 표준어선형으로 인정받아 복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46%가 16년 이상 된 노후어선 
휴게공간 부실, 구조적 취약
어선사고 늘고 인명피해 심각 

#오래된 어선 너무 많아=어업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선령이 오래된 어선이 많은 것이 어업 안전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은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총 어선수는 6만6736척. 이중 16년 이상 노후어선은 3만674척으로 46%나 된다. 연안어선의 16년 이상 선령 비율은 47.1%, 근해어선은 이보다 높은 55.4%의 비중을 나타냈다. 3년 전 조사결과라는 점에서 현재 16년 이상 노후어선의 비중은 이보다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어선 노후화 추세는 어선사고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중앙안전해양심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621건이던 어선해양사고는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2134건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특히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강화플라스틱섬유(FRP)가 어선재질로 장려되면서 현재 어선의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FRP로 건조돼 있는 가운데 화재 등의 사고 발생 시에는 곧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등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해양사고로 인한 선원 인명피해는 사망 67명, 실종 29명에 더해 부상 359명 등 총 455명에 이른다. 또 연근해어선의 경우 오래된 선령에 더해 휴게공간이 배 하부에 위치해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구조적으로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올 해양수산분야 국정감사 주요 의제로 ‘어선원 선내 안전 보건기준 마련’을 꼽으면서 노후화가 심화된 연근해 어선의 교체, 어선 장비 및 설비의 향상, 선원복지공간 확보 등 어선현대화조치를 강화해 어선 해상사고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 사업규모 177억7800만원
사실상 연안어선은 제외
정부 이차보전 예산 늘려야

#그런데, 예산은?=2017년 기준 국내 총 어선 중 16년 이상 노후어선 비율 46%, 3만674척이다. 또 해수부가 내년까지 표준선형을 개발키로 한 10개 업종 어선 중 선령이 25년 이상인 경우도 270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교롭게도 큰 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근해어선 수도 2700여척 가량이다.

그렇다면 올해 중앙정부가 관련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얼마나 될까? 연근해 어선의 노후화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어선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해수부 ‘안전복지형 연근해어선 기반구축(이전 연근해 노후어선 현대화)사업’의 올해 총 사업규모는 177억7800만원이다.

수협융자지원 160억원과 자부담 17억7800만원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정부가 이 사업에 투입하는 재원은 이차보전금액 8억3300만원. 연 0.5%가량의 이자를 보전을 해주는 셈.

특히 사업 기본운영방향이 한·중·일 공동이용 어장에서 주변국과의 경쟁력 확보 등 산업적 육성이 필요한 업종의 노후어선을 대상으로 현대화를 지원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연안어선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이차보전 예산을 늘리고, 대상도 연안어선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선령 25년 이상 된 2700여척 
지원하는데만도 100년 이상
획기적 지원 없이 실효 의문

#전폭적 예산 투입 있어야=“근해어선이 2700척 가까이 되는데 평균 선가가 100억원정도이다. 3000척 잡으면 3조원인데 만약에 30% 보조만 해도 1조원이다. 예를 들어서 어촌뉴딜 300 하듯이 정부가 1조원정도 재원을 들여 근해어선 2700척을 싹 바꾸는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지난 7월 28일 열린 제21대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의원의 어선원 복지와 어선안전대책 질의에 대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의 답변이다.

총 177억원 규모의 예산을 모두 가용해 추진되는 올해 안전복지형 연근해어선 기반구축사업 지원 어선 수는 21척 가량. 단순 계산하면 근해어선 2700척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해수부가 내년까지 표준선형을 개발키로 한 10종의 어선 중 선령이 무려 25년 이상인 2700여척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획기적인 지원과 어선현대화사업 추진 없이는 어선 안전성 문제 해결은 물론, 내년까지 총 242억원을 투입해 표준선형 개발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안전·복지형 어선개발사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어선의 안전성과 휴게시설 등 어선원 복지공간은 단순 조업 단계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어선원 육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선 현대화사업은 어선어업의 향후 존립과도 연관돼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수협 한 고위 관계자는 “젊은 어선원을 양성하려면 우선 배에서의 안전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누가 배를 타려고 하겠느냐?”면서 “이로 인해 국내 어선원의 고령화는 물론 외국 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지금은 이들도 꺼리는 업종이 됐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도 지난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이런 것들을 개선해 주지 않으면 선원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선원으로 오지도 않는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산을 투여해야 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판 뉴딜과 관련된 해수부 사업에 관련 사업을 반드시 넣어서 진행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선과 어선원에 대한 안전과 복지강화와 관련해 다양한 기술과 제도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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