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천지구 배수개선사업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평택 이규석 농가의 오이 재배하우스가 부시 배수개선사업으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 72ha에 60억 투입
올해 12월 말 완공 앞두고
최근 집중호우에 침수피해

최신 배수펌프장 증설 등
현장 농민 요구했지만
효과 없는 우회수로 만든 탓

“저지대 농경지 침수방지와 안정적 영농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실시한 배수개선사업이 오히려 수해만 키우고 영농피해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평택시 서탄면 내천리 일대 약 72h 농경지에 국비 60억원을 들여 실시한 ‘내천지구 배수개선사업’이 부실하게 설계되고 시공됐다며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와 지역농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은 수도작 뿐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원예작물 시설단지가 밀집된 곳으로, 지대가 낮아 상습 침수 피해를 입어 2017년 말부터 배수개선사업을 추진, 오는 12월말 완공 예정이다. 현재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원예작물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도작 위주로 배수로를 설계하고 공사가 진행돼 최근 집중호우로 이 일대 시설하우스 단지와 농경지가 모두 침수피해를 입었다는 것.

최승호(46) 내천2리 이장은 “이곳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마을 주변이 각종 개발로 시멘트화 돼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농경지로 휩쓸려 내려오고, 인근 하천도 상류로부터 물 유입량이 증가하면서 농경지 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 침수됐다”며 “이로 인해 하우스 단지가 초토화 돼 출하를 앞둔 오이와 상추 등의 작물이 모두 망가지고 시설피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침수피해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공한 것이 문제라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최 이장은 “이곳은 배수로 공사보다 30년 전에 설치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구식 배수펌프장을 최신 배수펌프장으로 더 증설해 적기에 농경지 안의 물을 밖으로 펌핑하도록 해야 했다”며 “설계 당시 농민들의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한 채 침수예방에 효과도 없는 우회수로를 만든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천지구 내에는 배수펌프장 4개가 설치돼 있지만 일정정도 물이 차야 진공에 의해 모터로 물을 펌핑하는 구조로 한명이 모두 관리한다.

1개의 펌프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약 15분이 소요된다. 그렇다보니 한 사람이 순식간에 불어난 물을 밖으로 펌핑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이번처럼 하천물 유입량이 급증하고 순식간에 이 일대가 침수되면 구식 펌프도 무용지물이 돼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논바닥에 설치한 PVC관도 깊게 묻혀 침수시 원활한 배수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그곳으로 논흙이 휩쓸려 내려가 큰 구멍이 생기는가 하면, 논에 복토한 흙은 큰 자갈과 콘크리트 조각, 철근 등의 폐기물까지 매립돼 있어 영농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더욱이 시커먼 흙과 폐잡석 등이 섞인 흙이다 보니 농작업시 농기계 파손은 물론 작물 생육도 지장을 받아 지난해 벼 소출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논의 평탄작업이 제대로 안돼 곳곳에서 농기계가 빠지고, 주먹구구식 복토로 논 마다 높이가 각각 달랐다.

또 배수로가 높고 넓게 설치돼 상대적으로 폭이 좁고 낮은 논두렁과의 경사도가 커 사고 위험도 산재하다. 실제 최근 한 농민이 논두렁에서 배수로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와 함께 일부 배수로는 하우스를 우회하기 위해 설계대로 직선으로 설치되지 않았으며, 넓은 수로와 논을 연결하는 다리도 없어 영농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 이규석(56)씨는 “출하를 앞둔 오이 재배 하우스 7동이 완전 침수돼 작물은 물론 주변 농자재까지 쓸모없게 됐다. 6500평의 논도 엉망으로 복토돼 비료와 영양제 등을 쏟아 부었지만 지난해 벼 수확을 거의 하지 못하고 올해 벼 생육 상태도 안 좋아 큰 걱정”이라며 “60억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뭘 공사한건지 납득이 안간다. 차라리 그 돈이면 배수펌프장을 증설해도 남을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곳의 배수개선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54억원의 사업예산을 수립했으나 설계변경 되면서 6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 관계자는 “수도작에 맞춘 배수개선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원예작물 농가들의 침수피해는 간과된 부분이 있어 공사 완공 후 배수펌프장 증설을 위해 정부·지자체 예산확보에 노력할 것”이며 “농민들이 지적한 영농불편 문제는 시공업체와 면밀히 조사한 후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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